2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서 시민참여형 토론회
‘아시아문화전당과 문화도시 광주의 미래’ 주제
 

“광주시가 최초 의도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자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각계 전문가와 시민문화단체, 지역예술인 등이 참여해 전당 활성화와 문화도시 광주의 미래를 모색하는 토론회가 2일 오후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에서 열렸다.

▲  2일 오후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에서 전당과 문화도시 광주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광주인

이 자리에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한 가운데 개관 평가를 통해 전당의 미래를 조망하고 전당의 에너지를 도시 전체로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라운드테이블 방식의 시민참여형 토론회로 전당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성공을 위한 지역의 역할과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도 가졌다.

토론회는 송진희 호남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전당의 활성화와 문화도시 광주’, ‘조성사업과 광주,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등 2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했다.

광주문화도시협의회(상임대표 박병주)와 광주민예총(회장 윤만식)이 주최하고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이사장 백수인), 대동문화재단(회장 조상열), 한국장애인문화광주시협회(회장 정진삼)가 공동 주관했다.
 
제1세션은 이승권 조선대 교수가 ‘전당의 활성화와 문화도시 광주’를 주제로 발표하고, 지정토론자로는 김병석 아시아문화원장이 나섰다. 이후 세부 분야별 라운드테이블 토론을 벌였다. 

이승권 교수는 주제발제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의 도시생태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동력”이라며 “전당과 7대문화권을 연계하는 네트워크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도시공간을 재구조화해 도시생태계를 바꾸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은 아시아의 문화다양성을 기반으로 아시아문화의 창의적 융합과 생산의 허브가 돼야 한다”며 “전당의 넘치는 에너지를 광주와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전당은 창의공간의 측면에서나 창의 인재의 유입과 활동 측면에서 최상의 공간이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구현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렇게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도 고유한 창제작 기능을 포기하고 박제화된 전시공간으로 전환하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당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전당이 ‘문화’를 매개로 소통하는 아시아인의 문화마당이라는 점에서 현재까지 밝혀진 콘텐츠는 아시아와 소통하고 공유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전당은 아시아의 문화다양성을 수렴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처럼 일부 기관에서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한다는 명분 아래 자의적으로 개인의 작업실을 구축하기보다는 일관된 기준에 의해 콘텐츠 제작이 진행돼야 한다”며 “법정계획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종합계획 수정계획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와 관련한 문제는 지역의 역량에 관한 문제로 지방정부와 전문가의 역량과 리더십의 문제”라며 “광주시가 최초 의도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자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병석 아시아문화원장은 “세계적으로 선례를 찾기 힘든 ‘개방형 지하광장’ 형태로 지어진 문화전당은 옛 전남도청 건물과 부지라는 장소성·역사성까지 더해져 광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라며 “문화전당이 광주와의 연계·소통을 토대로 새로운 도시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의 문화도시 광주를 만들고 문화전당이 아시아인의 아이디어가 통섭하는 창의적 공간이 되기 위해선 그 도시, 문화기관에 걸맞은 인재육성이 필요하다”며 “문화적 소양은 이성이나 교육만으로 이뤄낼 수 없고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체득되고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화전당은 기획공연과 대관 중심의 서울 예술의전당과 달리 문화콘텐츠를 직접 창작·제작 및 구현하는 시스템을 갖춰 수익 창출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며 “창·제작에 인문학·예술·과학기술을 융합하는 연구와 융·복합 콘텐츠 생산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2일 오후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에서 전당과 문화도시 광주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광주인

라운드테이블 토론에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쏟아졌다. 정순기 광주시 연극협회 회장, 김기곤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주홍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민인철 광주전남연구원 정책연구위원, 황병하 조선대 교수는 ‘전당의 5개원에 대한 평가와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김도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시민문화교류위원장은 ‘전당의 조직과 운영’, 박선정 광주대 겸임교수는 ‘전당과 지역 문화계와의 연계’, 유현섭 광주지체장애인협회 사무처장(국립아시아문화전당접근권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전당의 접근권 문제’를 토론했다.

정순기 협회장은 ‘가변형 극장의 한계’, ‘민주광장에서 공연 행사시 내부 공연 불가’, ‘전당 좌석의 불편함’, ‘관광객·스태프에 대한 배려 부족’ 등을 지적했다.

김기곤 연구위원은 “문화전당이 ‘체제의 공간’이 아니라 생동하는 ‘연대의 공간’이 돼야 한다”며 민주평화교류원의 역할성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평화교류원은 문화전당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핵심 공간”이라며 “하지만 교류원 내부에서 ‘문화교류협력센터’와 ‘5·18민주평화기념관’ 간의 연계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치와 행정 문화의 급격한 보수화가 문화전당 내부에서 5·18, 민주, 인권, 평화 등의 보편가치와 그것의 숙성물인 광주정신의 재현 활동을 축소시키고 있다”며 “5·18이 광주와 아시아를 하나의 기억공동체로 묶어냈고 그 과정에서 문화전당이 탄생했다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홍 겸임교수는 “문화전당은 변형가능한 공간으로 운영시스템이 얼마나 유연한가에 따라 참여와 확장 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운영자, 사람이 핵심콘텐츠를 좌우하는 만큼 전당 직원들의 자율성 보장과 유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 각 도시의 아티스트들이 네트워크할 수 있는 전당 내부의 인적네트워크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전당 내부인력과 전문가들, 아시아의 인적네트워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경험을 토대로 공무원행정조직의 경직성을 비판했다.

그는 “미리 성공한 사례를 뒤따라가는 방식의 공무원적 행정으로 창조적인 일이 가능하지 않다. 유연성과 개방성, 네트워크의 힘이 없기 때문”이라며 전당의 공무원 행정조직을 비관했다.

민인철 책임연구위원은 “문화전당에 문화콘텐츠 창·제작 및 구현 시스템을 갖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마련 필요성에 동의한다”며 “그러나 향후 창제작센터에서 제작될 융복합콘텐츠 장르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제시돼 있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문화창조원에서 전시 중이거나 전시가 계획된 장르가 대부분 미디어아트 위주로 실제 문화콘텐츠산업에 접목될 수 있는 콘텐츠는 많지 않다”며 “장르를 뛰어넘는 융복합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데 있어 문화창조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병하 교수는 “아시아문화전당이나 중심도시 조성 사업에 대한 발표의 대부분은 원론적이거나 형식적인 내용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며 “거시적 담론보다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집중 토론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화정보원의 기능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역할과 특성이 정확히 재인식돼야 한다”며 “아시아문화전당이 정상적이고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전시 및 공연 프로그램 운영보다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문화정보원의 자료 수집, 분류, 연구, 보존 역할이 하루빨리 정상궤도로 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도일 시민문화교류위원장은 ‘연계와 순환을 위한 조직과 운영’을 강조했다.

그는 “전당 개관 이전까지 사회적 담론이 콘텐츠나 시설 등의 준비 과정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문화예술콘텐츠를 창조할 것인가와 전당 내의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조직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당의 목표와 전략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그것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조직 형태와 운영방식이 선택돼야 한다”며 “전당의 5개원의 독자성은 확보하되 상호 연계·순환의 재생산 구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정 겸임교수는 ‘전당과 지역문화계가 협력적 관계보다 긴장 내지 갈등의 관계’라는 발제자의 평가에 대해 “현장에서 보면 대부분 지역 예술인들은 전당 콘텐츠에 거의 외면하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상호간 신뢰관계가 허물어졌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선적으로 신뢰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며 “그 바탕 위에 지역예술인들과 협업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전당 콘텐츠는 글로벌한 프로젝트를 지향해야 하지만 지역의 중요성도 동등하게 인식하는 글로컬 정책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은 전당 주변지역을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활성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현섭 집행위원장은 문화전당의 접근권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문화전당은 외부로부터의 접근성, 출입문·엘리베이터 등 건물 간 이동성, 장실·관람석 등 편리성, 화재·응급상황 등에 대비한 피난·대피시설 등 제대로 된 게 없다”며 “안전과 편리성에서 유감스럽게도 낙제점”이라고 밝혔다.

또 “전당의 장애인 등 이동약자 접근 환경은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출입문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혼자서 여닫기 힘들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유도장치는 단 하나도 설치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제2세션은 천득염 전남대 교수가 ‘조성사업과 광주,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를 주제로 발표하고, 김일융 광주시 문화관광정책실장이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천득염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참여정부 시절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온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현재는 지역 사업으로 전락하고 유일한 국책사업이 아닌 국가의 여러 문화사업 중 하나로 의미가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또 “최근에는 중앙정부에서 효율성을 따지고 타지역과 균형을 고려한다며 인력과 재원을 줄이고 문화를 창조, 산업화하는 일에 더욱 경도되고 있다”며 “수많은 난제들이 산재해 있지만 앞으로 전당을 누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3년 수립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종합계획 수정계획이 얼마나 진행되고 적절히 운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며 “이에 대응하는 광주시의 입장은 무엇이며 누가 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영선 광주광역시문화도시정책관은 지정토론자로 나서 “그동안 문화전당에 쏟았던 예산과 지역의 역량을 7대문화권사업 등 문화적 도시환경 조성과 문화·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투입하겠다”며 “아시아 문화전당과 연계한 문화콘텐츠 산업육성 및 관광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라운드테이블 토론에는 각 분야를 대표해 윤만식 광주민예총 회장, 임택 광주시의회 문특위원장, 선재규 광주문화재단 정책기획실장, 고미아 위치스 대표이사, 강성욱 광주관광컨벤션뷰로 사무처장, 전고필 전 대인예술시장 감독, 정성구 도시문화집단 CS대표, 윤현석 컬쳐네트워크 대표 등이 참여했다.

윤만식 회장은 광주시의 소극적인 대응을 질타하며 시가 역할을 키울 것을 강조했다.

그는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고 아시아문화개발원에서 아시아문화원으로 개편하면서 조직체계 축소, 인원 축소 지역 응모자 인센티브 부여 삭제 등이 단행되는 동안 광주시는 뭘 했느냐”며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7대문화권 조성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현석 대표이사는 “지역 문화 진흥을 위한 청년문화기획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청년예술인과 문화기획자를 위한 문화예술창의기금 조성, 거점공간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선재규 정책기획실장은 “광주를 8년 안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만들 종합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별법이 도리어 도시 자치의 기본정신을 훼손하고 있는 만큼 특별법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성욱 사무처장은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아시아문화전당이 ‘문화관광거점’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구 대표는 도시환경분야에서 “문화전당이 단순히 문화시설 설치 차원에서 머물러서는 안되고 지역 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연계·통합해야 한다”며 “금남로의 리노베이션, 20여개에 달하는 근대건축유산 자원화, 도심 문화적 자원 활용계획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미아 대표는 “광주는 인프라 구성과 분위기 조성 시기는 지났다”며 “현실적인 정책의 수립과 적용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임택 시의원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에 대한 솔직하고 냉정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며 “지역이 주체가 돼 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주민참여시스템을 통해 문화도시의 시민적 역량을 확대하고 문화정책을 수립·추진할 행정의 전문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며 “윤장현 시장이 문화도시 광주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조성사업에 대한 근본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주최 측 관계자는 “전당의 활성화 여부는 조성사업의 성공과 문화도시 광주의 미래와 불가분의 관계인만큼 정부의 책임 못지않게 지역의 관심과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토론회에서 도출된 제안들은 향후 보다 많은 전문가와 시민문화단체, 현장의 예술인들과 소통해 정책으로 묶어서 정부와 광주시가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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