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힘은 다양한 의견 수용해 조화 이루는 것”
미해결 사건 묻히지 않도록 언론 지속 보도 주문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 당혹스럽다.”

김희중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겸 광주대교구장은 23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상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이날 광주대교구청에서 열린 송년기자간담회에서 “3%도 안 되는 사람들의 주장이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무너질 정도로 허약하지 않다”며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앞으로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 김희중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겸 광주대교구장이 23일 오전 천주교 광주대교구청에서 성탄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김 대주교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결정에 대해 “상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광주인

또 “오늘 신문을 보니까 헌재 판결문 일부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우리나라 법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자세히 살펴보고 정확히 해야지 며칠 지나지 않아 판결문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고 하면 누가 신뢰하겠는가”라며 헌재를 비판했다.

그는 “민주국가에서 한 정당이 해산된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라며 “이런 면에서 야당도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아스럽다”고 꼬집었다.

김 대주교는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 힘인데 다른 것이 틀리다고 하면 대화가 안 된다”며 “우리 사회의 대화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것은 나와 다른 것은 틀리다는 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황의 한국 방문과 성소수자 끌어안기, 타종교에 대한 화해 등 파격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성소수자) 그 자체를 찬성해서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배려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본다”며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교황이 한국을 떠나는 당일 오전 7시 60여명의 교통 경찰관의 손을 잡고 수고했다고 한 일화 등을 소개하고 “교황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을 일관성 있게 생활에서 보여주신 것”이라며 “사랑은 옆에 있는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함께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실천하셨다”고 설명했다.

가톨릭교회의 보수성에 대해서는 “가톨릭교회는 쇄신과 개혁, 혁명 중 의식과 사고방식부터 바꾸며 변화를 꾀하는 쇄신을 추구해왔다”며 “교황이 보여준 것 역시 변화를 꾀하되 의식개혁을 시작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올해 한국사회를 돌아보며 “대한민국 주인은 국민이라고 하지만 국민은 뒷전에 밀려나 있다”며 “정치적인 문제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계속 사건이 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일이 계속 터지고 있는 만큼 묻히지 않도록 언론이 미해결 리스트를 작성해 매일 보도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주교는 “소위 지도층으로 불리는 분들이 지도층 범주에 들어가기 전의 마음가짐, 첫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존중과 배려로 함께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대주교 신년 희망의 메시지로 "국민들이 힘든 건 재화의 절대 부족 때문이 아니라 재화의 '편중' 때문"이라며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고,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더욱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