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기레기’도 화 낼 줄 안다
[이기명 칼럼] ‘기레기’도 화 낼 줄 안다
  • 이기명 <팩트TV > 논설위원장
  • 승인 2014.10.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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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골은 왜 언론인을 처형했는가

조상들의 지혜를 들으면 늘 경탄한다. 말 한마디마다 모두 교훈이다. ‘무는 개를 돌아보라.’ ‘지 사랑은 지가 지니고 다닌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가. 사람 대접받으려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부 출입기자단이 화를 냈다고 한다. 화만 낸 것이 아니라 청와대와 통일부에 항의성명까지 보냈다는 것이다. ‘웬일이야. 이제 철 좀 들려나?’ 전직 언론사 간부를 입에서 나온 말이다. 비아냥이 물씬 묻어난다. 그러나 말 속에 포함된 씁쓸함이 서글프다. 해당 안 되는 언론사 기자들, 도매금으로 넘겨서 미안하다.

왜 기자들이 화를 냈을까. 한마디로 통일부가 거짓 브리핑을 했다는 것이다. 거짓말 브리핑을 하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기자들한테 거짓말을 했단 말인가. 이게 가능한 일인가. ‘기레기’도 땅을 친다.

“정부가 남북 고위급 접촉을 10월 30일 갖자’고 제안했지만, 이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15일 언론에 공개될 때까지 말이다.” ‘거짓말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모든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게 만든다.” 말은 옳은 지적이다.

감히 기자들에게 거짓 브리핑을 하고 오보를 내도록 방조를 한 통일부. 요샛말로 간이 배 밖에 나왔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과연 그럴까. 간이 배 밖에 나오기는커녕 뱃속에 건재하시다. 왜일까. 의도적 거짓말로 국민을 혼란에 빠트린 게 어디 한두 번인가. 막말로 그놈이 그놈이다.

세월호 침몰참사 당시 ‘전원구조’란 방송뉴스가 낭랑하게 화면을 누볐다. 오보였다. 거짓말이었다. 아이들이 바닷속에서 죽어 가는데 ‘전원구조’라니. 한국언론의 신뢰를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다. ‘니가 쓴 기사 믿느냐’ 믿는다고 대답하는 자는 ‘기레기’다. 국감에서 KBS 사장 조대현이 사과했다.

국민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잘못되면 나라가 잘못되고 국민이 불행해진다. 이 나라 역사가 그렇다. 오늘의 한국 정치가 서 있는 자리는 쓰레기 더미다. 정상적인 정치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거짓과 불법 부정이 난무하고 있다.

왜 이런가. 왜 부정은 근절되지 않고 있는가. 가장 큰 원인은 정권에게 있다. 도둑놈 못 잡는 건 경찰이다. 언론은 경찰이다. 언론은 불법과 부정한 정권의 공범이다. 도둑을 지키라는 개가 도둑을 보고도 짓지 않기 때문이다.

■왜 ‘기레기’인가

‘기레기’가 이제는 보통명사가 됐다. 처음 인사를 하면서 ‘기레기’ 아무개라고 넉살 좋게 소개하는 친구가 있다. 명함을 받아보면 진짜 ‘기레기’다. 영향력이 어떻고 판매 부수가 어쩌고 떠들어도 국민들은 ‘기레기’소굴로 여긴다.

▲ ⓒ팩트TV 갈무리

불의한 정권이 유지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타락한 언론의 협력이다. ‘기레기’들의 추악한 협력이 없었다면 불의한 정권은 존재할 수도 유지될 수도 없다. 눈에 최루탄이 박힌 김주열의 참혹한 시신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 3·15부정선거를 고발하지 않았다면 부정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고 4·19 혁명도 없었을 것이다. 이승만의 독재는 영원히 지속되었을 것이다.

당시 동아일보 경향신문의 기자들은 ‘기자’가 아니라 ‘민주투사’였다.

불의에 저항하는 기자들은 역사를 창조해 가는 투사다. 박정희 독재와 피나는 투쟁을 한 동아일보를 보자. 수백 명의 기자들이 동아일보 사옥에서 개처럼 끌려나갔다. 그때 기자들이 외쳤던 ‘자유언론실천선언’이 40년이 되었다. 타계한 기자들이 얼마인가. 성유보도 며칠 전 떠났다.

오늘의 동아는 어떤가. 국민들은 언론이기를 포기한 ‘쓰레기’라 했고,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한다. 억울하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입을 닫고 있는 ‘기레기'들은 이미 기자이기를 포기했다. 어떤가. 무관의 제왕 대신 무관의 폭력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기레기‘들이 휘두르는 불의한 침묵의 폭력으로 오늘의 정치가 얼마나 깊은 중병에 심음하고 국민들이 절망의 늪으로 빠졌는지 알고 있는가. 구멍 뚫린 방위산업을 보라. ’기레기‘는 발 뻗고 잠잘 수 있는가.

■대법원 판결로 무릎 꿇은 MBC의 거짓말

(“MBC <뉴스데스크>는 10월 20일 밤 방송을 통해 "저희 MBC에서는 2012년 10월 16일, 17일, 18일, 22일 '뉴스데스크'와 '뉴스투데이' 시간을 통하여 여섯 차례에 걸쳐 신경민 의원이 방송사 직원들의 출신 지역과 출신 대학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라면서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신경민 의원이 특정 지역과 지방대학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던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라고 오보를 시인했다.)

MBC는 거짓말을 하고 2년이 지나 대법원 판결을 받고서야 잘못을 시인했다. 이게 언론이고 이를 보도한 기자가 사회정의를 추구하는가. 대법원 판결이 없었거나 신경민이 굴복했다면 결과는 뻔하다. 언론이기를 포기한 MBC와 ‘기레기’들, 진짜 슬프다.

‘기레기’들로 해서 언론은 오물통에 잠겼다. 최근 언론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JTBC <보도만이다>를 보면 ‘기레기’들은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누구는 저렇게 대우를 받는데 우리는 뭔가. TV조선의 기자가 김미희 의원실에 무단으로 들어와 연합뉴스 기자를 사칭하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똥친 막대다.

TV조선 기자는 인터뷰를 거절할까 봐 남의 방송을 사칭했다고 고백했다. 왜 거부하리라고 생각했을까. 스스로 ‘기레기’라고 자인하기 때문이다. 사기를 칠 거면 JTBC 기자라고 하지 그랬나. 부럽지. 그런 생각도 없겠지. 마비가 됐으니까.

전직 언론인들 자리에서 종편보도가 화제에 올랐고 당연히 손석희도 등장했다. 손석희가 진행하던 MBC 라디오 ‘시선집중’은 청취율이 30%나 감소하고 광고는 그가 떠나기 전 16개월간 매출 69억 9천 881만원과 비교, 37억가량이 줄었다고 한다. MBC가 거덜이 났다. 어떤가.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가.

취재현장에서 JTBC 기자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기자들의 자부심이 얼마나 당당하게 기자 노릇을 하도록 만드는지 새삼 느낀다. 조중동 종이 기자들의 쬔 병아리 모습에서 주인 잘못 만난 개꼴의 ‘기레기’를 보게 되는 것은 비극이다. 좋은 머리로 힘든 언론고시 합격해서 신세가 저 꼴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배는 불러도 머리는 항상 시장기를 느낄 것이다.

기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1차적 책무가 무엇인가. 그것은 국가나 사회에 불법과 부정을 파 해쳐 세상을 깨끗이 하는 사회정화 기능이다. 어떤가. 제대로 하기는 고사하고 손에 손을 잡고 무슨 짓을 하는가.

특히 고질적 병폐에 허우적대고 있는 정치판에 언론과 ‘기레기’는 공생하는 유해물질이다. 일부 언론을 제외한 종이신문과 이른바 종편이라고 하는 매체들은 국민의 올바른 판단력을 마비시키고 집권세력에 빌붙어 공생하는 기생충에 다름 아니다. 나라를 병들게 하고 국민을 정신적 장애자로 만드는 세균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회정의 구현이 가장 큰 목표였을 ‘기레기’들을 보면서 연민과 더불어 가슴 아픈 것은 나라의 장래다. 오늘의 현실을 보면서 땅을 치는 기자가 있다. 언론이 바로 서지 않으면 국가는 절대로 제대로 서지 못한다. 이 엄청난 죄를 무엇으로 속죄하려는가.

■드골은 왜 언론인을 처형했는가

2차 대전이 끝나고 프랑스에 돌아 온 ‘드골’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나치에 부역한 언론인을 처형하는 것이었다. 일부 언론인들은 항의했다. ‘나는 나치에 협력하지 않고 아무 말도 안했다’. 드골이 대답했다. ‘침묵한 것이 죄다’ 처형된 언론인은 9천여 명이라고 했다. 부역언론인들은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처형됐다.

"프랑스가 또다시 '침략'을 당할지라도 두 번 다시 언론인 부역자들은 나타나지는 못할 것입니다." ‘침략’을 ‘독재’로 바꾸면 우리도 해당된다.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전두환 독재 이후에 처단된 언론인은 없다. 언론인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면하는 나라에서 언론인의 반민주 행위는 사라질 수 없다.

시청률이 1%도 안 되는 이른바 종편이라는 방송에 나오는 언론인 출신 정치평론가와 시사평론가. 이들의 불안한 눈동자를 보면 그들의 정신상태가 얼마나 황폐해졌는지 알 수 있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 있을까. 종이신문의 한 논설위원이 말했다. “정권 눈에 들어야 퇴직 후 자리 하나라도 얻어걸릴 것 아니냐, 눈에 들지 않으면 이 나이에 어디 가서 밥 한 술 빌어먹느냐.” 차라리 솔직해서 좋다. 그러나 조롱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가. 개처럼 사는 것도 사는 것이지만 개처럼 오래 살라고는 할 수가 없다.

통일부 출입기자단이 항의 서한을 보냈다는 소식에 냉소를 보내면서 혹시나 ‘기레기’의 양심이 부활하는 신호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부질없는 망상일까.

오죽 기자들이 꼴 같지 않으면 거짓 브리핑을 하고 ‘기레기’들도 오죽 견딜 수가 없었으면 항의 서한을 보낼까. 다시 한 번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생각한다.

오늘이 언론자유실천선언 40주년 기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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