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 존속과 폐지 주장을 다시 생각하며

맹자의 성선설을 믿지 않더라도 나는 악한 인간보다 선한 이웃들이 훨씬 많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고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면서 못된 인간도 천성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 만든 기형적인 산물이기 때문에 그런 인간을 만들어낸 가정과 사회가 함께 인성 교육에 힘쓴다면 교화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사형제도는 범죄자에 대한 국가의 법에 의한 징벌의 종류이며 유사한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허나 법률에 의한 재판에 의한다고 하지만 그 판단을 인간이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아무리 현명한 사람도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람의 재판이 완벽하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정치적인 사건에 연루된 사람에 대한 사형판결은 극히 신중해야하는데 권력자의 의지가 개입되어 공정성을 벗어날 수 있다.

거기에 악인이라고 하더라도 단 하나 뿐인 생명의 가치는 존중 보호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인간의 생명은 인간의 법으로 끊어서 안 된다는 학자들의 주장에 공감했던 것이다.

더구나 지난 세월 전쟁을 겪으면서 죄가 불분명한 민간인들까지 재판 없이 학살했던 역사적 사실을 알기에 개인 간에도 감정적인 보복심리에 의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어떤 형태의 살인은 물론 국가의 법률에 의한 재판일지라도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사형제도 폐지 주장에 동의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라는 유태인과 폴란드인들의 학살 현장을 돌아보면서 사형제 폐지 주장에 갈등 시작했다.

죄 없는 아들과 노약자까지도 재판은커녕 자기 변호의 기회조차 박탈한 채 동물 취급하여 가스실에서 학살하고 시체를 소각하였다는 사실을 들으면서 그런 범죄를 기획하고 하수인이 되어 집행한 인간들에 대한 응징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나는 사형제도 존속 쪽으로 기울고 있다. 아직 감성적인 분노가 우세한 비극적 상황과 분위기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또 앞으로 어떤 계기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부모 죽인 철천지원수라도 죽음의 순간에는 손을 내미는 것이 인간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알고 있다. 아무리 교전 중일지라도 총을 버린 적을 죽이지 않으며, 부상자는 피아를 가리지 않고 치료하는 인류가 공유한 아름다운 약속이다.

그런데 범죄자도 아니고 적도 아닌, 위험 앞에서도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던 순진한 학생들에 “가만 있으라”해놓고 자신들만 추한 모습으로 도망치다니!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지켜야할 경찰이 그 죽음을 방치하다니! 그리고는 “그만큼 구조한 것도 많다”며 넋 나간 소리를 하다니!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람이 할 짓인가?

악마들도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자식 같은 아이들의 살길을 찾아주고 도와주어야할 마당에 그들을 버리고 자신들이 먼저 탈출하선장과 선원들, 또 구조변경과 과적 등 참사 원인을 제공한 해운사의 책임자들, 그런 해운사를 비호한 세력까지도 당연히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고 심한 경우 사형제도가 있음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촌각을 다투는 시간에 아이들이 수장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던 해양경찰, 그런 해양경찰 조직을 지휘 감독하는 정부 관계자들까지도 용서해서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억하심정이라고 할지라도 살인자들을 찾아 그들도 태평양 가운데에 쳐 넣고 싶다.

아직도 23명의 사람들이 수중고혼이 되어 부모형제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시신이 유실되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체안의 시설들이 붕괴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 와중에서 잠수사들이 악전고투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팽목항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의 절규도 들린다. 언론은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검찰에서는 사실상의 선주로 지목하는 유병언 일가에 대한 소환과 수사를 진행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호언과 달리 한 사람의 생존자도 더 구출하지 못한 정부와 여당은 이제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지지도 추락만을 걱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비록 어려울지라도 실종자는 한사람도 남김없이 찾아야한다. 국내 잠수사들이 부족하다면 외국 잠수사들이라도 불러들여야 한다. 그래서 그 가족들 품에 안겨 주어야 한다. 그것만이 그나마 국민과 그 가족들에게 국가가 지켜야할 최소한의 의무이다.

그리고 순진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야한다. 또한 304명의 죽음에 대한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한다. 죄를 밝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정부와 새누리당도 적당히 덮어 세월만 가기를 기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은 참사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심정을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저 건강하기를 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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