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6월. 그들의 이별 무대

정의는 승리하는가. 천만에다. 불의한 자들에게 판판이 박살이다. 잠시 빛을 보는 듯 다시 어둠속으로 잠긴다. 우리의 역사가 그렇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이명박 등 등. 정의는 항상 패자다. 역사는 정의가 승리한다는 멀쩡한 거짓을 가르치는데 누가 정의를 가치로 여기겠는가. 실종된 역사가 그립다.

요즘 언론에서 상종가를 치는 정치인이 안철수다. 그 반대편에 제1야당 대표인 김힌길이 있지만 그가 받는 정치적 예우는 안철수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이 현실적 국민의 평가가 그렇다.

▲ 김한길 민주당 대표.

지금 김한길의 속을 안철수가 끓게 만든다. 뱃속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관심집중이고 여론도 두 세배 앞선다. 김한길로서는 정말 화 날 일이다. 박지원의 말로는 안철수가 잔뜩 기대고 있는 호남에서 ‘새 정치’의 인기가 무너지고 있다니 일말의 희망을 걸 수 있지만 그것은 김한길의 지도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어찌됐던 김한길로는 이번 선거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윤여준이 한 마디 했다. ‘책사’라는 별명이 붙은 윤여준의 말씀이다. 그는 책사라는 평가에 어울리게 정치판을 한 바퀴 돌았다. 다음은 어디로 갈 지 모르지만 이제 나이도 있으니 안철수가 마지막일 것 같고 그러니 젖 먹던 힘 다 짜내서 열심히 뛸 것이다.

윤여준은 안철수의 세력이 호남에서 꺾기고 있다는 ‘광주일보’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서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시인했다. 역시 보는 눈이 있다.

"우리가 빠지면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냐고 되묻고 싶다. 자신들의 역량이 부족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을 모르는 건가"

정확한 지적이다. 김한길에게는 뼈저린 한방이다. 김한길이 민주당의 대표를 맡은 이후 한 번도 지지율이 올라 본 적이 없다. 국정원의 지난 대선 개입과 관련 강력하게 ‘국정원특검’을 요구하며 ‘직’을 건다던 김한길의 결연한 약속은 역시 공수표였다. 처음부터 믿지 않았지만.

새누리 김재원의 말을 빌리면 4자회담에서 국정원 ‘특검’문제는 접기로 밀약이 됐다고 했다. 원래 약속을 이행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역시 김한길 다운 꼼수로 덮어버리니 민주당도 할 말이 없다. 하기야 대통령의 대선공약도 공수표인데 김한길의 공수표가 뭐가 대단하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김한길의 ‘직’을 건다던 사기 약속은 그의 위선을 확실하게 증명해 주었다.

호남에서 세력이 무너져 간다는 안철수의 ‘새 정치’와 전국적으로 지지를 상실해 가는 민주당. 이들은 함께 무너지는 ‘공멸’이 정답이다. 자해 범이다. 기분 좋은 세력은 새누리다.

안철수와 김한길. 박정권 구하기 나섰나

김한길이 자신의 약속한 국정원 ‘특검’을 관철하고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냈다면 지금 민주당의 위상은 어떻게 됐을까. 한국의 정치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한길은 박근혜 정권의 구세주다. 김한길은 결과를 알면서 ‘특검’이니 ‘직’을 거느니 큰소리를 쳤다. 말 그대로 간교하기 짝이 없다. 시청광장에 천막치고 자는 꺼칠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김한길은 목적을 달성했다. 그의 걸어 온 정치행보를 보면서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왜 김한길만 비판하느냐고 한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민주당과 야당과 정치를 못 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치에 입문한 이후 족적을 보면 한 눈에 보인다. 분당·분열·파벌·탈당·탄핵 등 등 한 쪽 발이라도 걸치지 않은 적이 없다. 약속은 얼마나 파기했는가. 정계은퇴는 왜 했는가. 무슨 대단한 명분이 있다고 복귀를 했는가.

김한길이 야당 대표로 한 한 일이 뭘까. 쪽수가 안 되니 도리 없다는 핑계인가. 김대중·김영삼 시절의 야당을 생각해 보라. 김대중은 목숨을 건 단식을 했다. 김영삼이 거리에서 몇 시간씩 서서 버티던 기억이 새롭다. 점잖아서 체면 차리는가.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뭘 기다리는가. 국민 봉기를 기다리는가. 계엄령을 기다리는가. 야당 대표 최초로 혈서라도 한 번 써 봐라. 국민이 욕 안 한다. 야당 대표는 명예직이 아니다.

▲ 지난해 12월 광주를 찾은 안철수 의원(왼쪽에서 세번째).

안철수의 경우를 보자, 윤여준이 다시 돌아 왔다고 기세가 등등한 모양이지만 틀렸다. 이 사람 저 사람 섬기기 위해 한 바퀴 삥 돈 사람이다. 어디 가서 붙어있지를 못하는 역마살이 낀 사람이다. 머리 좋다는 책사들의 전형이다. 반드시 안철수를 떠난다고 장담한다.

그의 이력이 누구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가. 이회창·안철수·문재인 다시 안철수. 그의 머릿속에 이제 남은 것이 무엇일까. 80이 넘은 노정객이 한 말이 머리에 남는다. ‘정치는 신뢰가 제일이라고.’ 윤여준이 그리는 그림으로는 절대로 국전에 입상하지 못한다.

이름만 좋은 ‘새 정치’가 보여주는 것은 과거와 다름없는 ‘헌 정치’다. 가을 추수가 끝난 논바닥에 이삭을 줍는다는 표현이 놀랍다. 정치지망생의 정치연습장이 ‘새 정치’다. 정치는 이삭줍기도 아니고 정치지망생의 연습으로는 정당이 되지 않는다.

6월 지방선거 이후.

6월 지방선거는 안철수와 김한길의 무덤이다. 민주당도 같다. 깊게 파놓은 무덤 앞에서 김한길과 안철수가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있는 격이다. 누가 먼저 들어가느냐고 말이다. 안철수가 서울시장 후보를 반드시 낸다고 하지만 그건 하는 소리다. 나갈 사람이 없다. 장하성 교수에게 목을 맸지만 냉정한 거절이다. 장교수가 속으로 웃었을 것이다. ‘이 친구들이 날 호구로 아는가.’

이계안도 막상 나가라면 글쎄올시다. 낙동강 오리알이 분명한데 그것도 한 두 번이다. 아무리 꼴통이라고 해도 힘들다. 안철수가 나가면 어떨까. 아무도 없다면 당연히 나가야 한다. 그럴 용기가 있을지 모르지만 한 번 나가서 배짱이라도 보여줬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안철수가 보여준 비단길에서 무지개 타고 다니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빨리 출마 선언하라고 권한다.

호남에서 해 볼만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나 주워 온 이삭들이라는 것을 호남이라고 왜 모르랴. 이삭이나 주서 먹으라는 거냐. 호남 무시하는거냐. 당장 반발 나온다. 결국 안철수는 먹지도 못하고 침칠만 해 놓는 훼방꾼이다. 그래서 박근혜와 새누리를 구할 왕자는 안철수와 김한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적의 적은 동지인가.

제주 4.3 묘역에 헌화하는 안철수 뒤에 줄지어 서 있는 면면들. 거기에 ‘새 정치’가 어디 있는가. 이계안인가. 김효석인가. 윤여준인가. 참혹하게 무시 당하는 국민이 가엾다.

6월 지방선거는 안철수와 김한길의 마지막 무대다. 정치혐오를 가중시킨 안철수 김한길의 죄는 크다. 어떻게 죄를 갚느냐. 자신들이 해결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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