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주인이다. 말을 들어라

언제나 써 먹을 수 있는 무기가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무기가 총이라고 가정할 때 조준경도 방아쇠도 엉망이라면 표적을 맞추기는커녕 총을 쏠 수도 없다. 칼로 치면 칼날이 모두 상하고 무디어져서 두부도 못 벨 판이다. 무용지물이다. 무기가 아니라 웃음거리다. 그 무기의 이름이 무엇인가. 요즘 새누리가 두루두루 휘둘러 써먹는 ‘불복’이란 무기다.

새누리 의원이 야당하고 입씨름을 하는데 그만 깜박 잊은 것이 있었다. ‘불복’이란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리가 없다. 입씨름에서 망했다는 우스개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그러나 이제 ‘불복’이라는 말도 써먹지 못할 판국에 이르렀다. 왜냐하면 ‘불복’은 일상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너 불복하는거냐’ 했을 때 아니라고 해야 되는데 ‘그래 불복한다' 이러니 끝난 거 아닌가.

청와대도 새누리도 답답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답답하다 해도 국민들의 생각이 그런 방향으로 거대한 물결을 이루어 흘러가고 있으니 억지로 막으려고 해도 막아지지가 않는 것이다. 국민을 원망할 수도 없다. 처음에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정권의 핵심은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초장에 불을 잡아야 한다. 기왕에 원세훈은 구속을 했으니 이에 관련된 자들을 가차없이 처단했으면 국민의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았을 것이다. 그러나 설마 어떠랴 했겠지.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소리도 모르는가.

막으려고 기를 쓸수록 문제는 확대됐다. 일개 부이사관이 댓글 주범이라니 주범이 웃을 것이다. 사이버사령부를 비롯해서 대선에 개입한 정부관련 기관은 손으로 꼽을 수도 없다.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안 믿는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박게 된 것이다. 이제 배짱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거기서 나온 1차 처방이 ‘개인적 일탈’이다. 미친놈 혼자서 했다는 것이다. 미친놈 많이 생겼다. 미친놈 끼리 손발이 맞지를 않는다. 채동욱의 경우는 아이의 정보를 수집했다는 놈이 이 놈 저 놈 불어대는데 서로 대질하는데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잘못 박힌 눈도 팔자가 더럽다.

### 불복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불복은 마음속에 있다. 아무리 복종한다고 해도 마음속을 드려다 볼 수도 없고 겉으로는 실실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개새끼’하는 것이 인간이다.

‘불복’이 ‘불법’인가. 불법은 법을 어기는 것이다. 대선결과에 불복한다면서 청와대에 돌을 던진다던지 정부청사에 유리창을 깨부순다든지 하면 이건 불법이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난 대선에 불복한다.’ 이러면 이건 어느 법에 해당되는가. 생각만 해도 불법인가. 양심의 자유는 어떻게 되는건가. ‘아무래도 저 놈이 대선에 불복을 하는 것 같다’ 는 심증만으로 불법이 되는가. 불법자,범법자가 되는가.

▲ ⓒ민중의소리 갈무리

지금 불복하는거냐 따지는 것이 새누리당의 장기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정권에 대해서 싫은 소리 한 마디 하면 대선불복이냐고 들이댄다. 노조가 파업을 하는데도 대선불복이냐고 종주먹을 댄다. 효과도 봤다. 김한길이나 전병헌 심지어 문재인 까지 ‘대선불복’이냐는 말에는 퍼렇게 질린다.

그러나 그건 전에 얘기여야 한다. 이제 대선불복을 하지 않으면 그게 제대로 된 생각있는 사람인가. 물론 정치적인 고려는 해야 되겠지만 그건 그 때 문제다.

인간은 사리에 맞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 아무리 믿으라고 해도 믿지 않는다. 강요하면 할수록 더 믿지 못한다. 그게 사람의 마음이고 지금이 바로 그렇다. 정말 불행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지난 대선에 국정원을 비롯한 정부권력의 개입이 없었다면 문재인이 300만표 차이로 이겼을 것이라고 했다. 역사의 가정이라는 것은 없다고 하니 현실을 인정한다고 해도 국민들의 마음속에 이거 진짜 대통령은 누군가 하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마음속 불복과 통한다.

대선결과가 발표됐을 때 문재인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허탈감과 무력감에 빠졌을 것이다. 여론은 야당의 승리하고 했다. 새누리의 분위기도 그랬다. 그러나 선거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개표는 박근혜의 당선으로 나타났다. 무슨 수로 인정하지 않는단 말인가. 대통령은 박근혜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할 수 없다. 5년간은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은 맞는데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다면 그것은 명명백백하게 규명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집권하는데 부담도 없고 국민들도 자연스럽게 승복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떤가. 국민들이 흔쾌하게 승복하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도저히 승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불복의 대상인 대통령은 그 자신이나 국민이나 모두가 불행이 아닐 수 없지만 불법을 그냥 피해 갈 도리는 없다.

지난해 12월 16일 밤 11시 경찰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사실발표가 아니었다. 허위발표였다. 댓글이라는 범죄사실이 있었던 것을 없다고 발표했다. 만약 사실대로 발표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경찰이 사실대로 발표했을 경우 문재인 후보를 찍었을 것이라는 유권자가 늘어난다. 더구나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는 투표층’에서의 응답률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축소 거짓수사 발표에 주범인 김용판은 범법자로 기소되어 4년형을 구형받았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리서치뷰>의 여론조사 결과 지난 18일 실시한 대선 1주년 특집 여론조사에서 ‘朴 투표층’(511명)의 81.8%는 “그래도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12.9%는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무응답 : 5.3%였다.”

‘후보를 바꾸겠다고 한 12.9%를 실제 대선 결과에 대입할 경우 박근혜 vs 문재인 44.9% vs 54.67%로, 문재인 후보가 9.77%p나 앞서는 결과가 나온다. 득표수로 환산하면 2백98만 9,094표나 앞선 결과가 된다.‘

국민을 나무랄 수가 있는가.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키려면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불복’하느냐고 윽박지르기만 하면 해결될 줄 아는 모양이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흑백을 명백하게 밝혀야 국민의 의혹도 사라지고 정치도 제대로 궤도를 찾을 것이다. 국민의 저항이 경찰력으로 해결될 것 같은가. 지난 22일, 5천500명의 경찰을 동원하고도 체포한 것은 커피믹스 두 박스 뿐이라는 조롱이다. 정당하지 않으면 국민이 멸시한다. 국민한테 멸시받는 정권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함세웅 신부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유엔은 전쟁범죄 및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에 대해 시효가 없다고 결의했습니다. 관권 불법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주도한 불법선거에 시효가 있을 수 없습니다. 개선해야 합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은 3·15 부정선거보다 더 심각한 부정선거입니다. 대선 자체가 무효입니다. 명백한 관권 선거를 묵인하는 것도 민주시민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도법스님의 말씀을 들었는가. 조계사에 들어 온 철도노조원을 두고 한 말이다.

“종교가 약한 사람을 돕지 않으면 누가 돕는가”

‘불복’이 ‘불법’인가. 분명히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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