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꼴 좀 봐라. 입 다물고 있겠는가


숨을 몰아쉬었다. 쓰기 전에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다. 그래도 우선 한 마디는 하고 시작해야겠다.

“바보 놈들!!”

미친개에게 왜 사람을 물었느냐고 따진다면 묻는 사람도 미친놈이 될 것이다. 인간이 인간답지 않은 짓을 하면 ‘미친놈’이라고 한다. 요즘 세상에 미친 짓 하는 인간들이 참 많다. 미친개들이 웃을 것이다. 너나 나나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말이다.

손석희가 징계됐다. 이유는 딱 하나. 어쩌고저쩌고 이유를 대지만 모두 개소리라고 국민들이 생각한다. 이유는 딱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 마음에 들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건 알아서 생각해라.
손석희 징계에 대한 분노가 뜨겁다. 반드시 다칠 것이다. 손석희 징계를 정리한 글들이다. 우선 “손석희 징계는 집권 1년도 안 돼 발생한 독재말기 현상이"이라고 했다. SNS 발칵 뒤집혔고 각계 인사들은 방통심의위를 맹 질타. 독재 말기 현상이라는 말에 유의하기 바란다.

한인섭 서울 법대 교수
"방통위가 JTBC ‘뉴스9’에 대해 ‘경고 및 관계자 징계’ 처분 내렸다. 윤석열 징계소식에 이은 징계소식이다. 과연 적반하장의 시대임을 실증하는 또 하나의 예다"

전우용 역사학자.
"방심위가 통진당 의원을 출연시킨 JTBC는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징계하면서 이상한 인간들 출연시켜 서울시장, 성남시장 등을 종북으로 매도한 TV조선은 '문제없다'고 판정했답니다" "염치없는 자들은, 권력 옆에 서는 게 중립인 줄 압니다"

진중권 교수
"방통심의위, 막장이네요. 집권 채 1년도 안 됐는데 독재정권 말기 현상이. 이제부터 9시 뉴스는 손석희로 채널 고정".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계속 막장의 길을 가고 있는 다른 종편은 놔두고 손석희를".

이상돈 한나라당 전 비대위원. 전 중앙대 법대교수.
"언론을 적대하는 정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성공한 대통령, 성공하는 총리는 무엇보다도 소통이 제일 중요한다"

방송과는 상관없지만 맞는 말이 있다.
박정희- 미친개 때려 잡는데는 박달나무 몽둥이가 약이다.

### 이미 예견된 광기

▲ 손석희 JTBC 보도 부문 사장.

지금 국민들은 유일한 공정방송을 손석희의 JTBC 뉴스라고 한다. KBS, MBC, SBS, 그리고 종편이라는 괴물을 비롯해서 하도 많은 방송들이 있지만 국민들은 지금 JTBC 뉴스를 알아준다. 이유는 단 하나 공정하다는 것이다. 공정한 이유는 바로 손석희가 있기 때문이라는 확신하고 있다.

손석희가 ‘시선십중’이라는 최고의 프로그램을 던지고 JTBC로 옮겨갈 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고 좋은 언론인 하나 버린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JTBC로 갈 때 어떤 조건을 달았는지는 몰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공정보도를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TV조선’과 ‘채널A’와 함께 당연히 제한채널로 묶어놓았던 JTBC를 풀었고 며칠 뒤에 내린 결론은 사람은 살아 온대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손석희가 살아 온 길, 그것이 오늘의 JTBC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이번에 징계를 당했다고 국민들은 믿는 것이다. 법을 빙자한 언론탄압이다. 개처럼 살아 온 인간은 개처럼 산다.

사실 JTBC의 보도를 보는 국민들은 통쾌해 하면서도 속으로는 조마조마 했을 것이다. 다 같은 종편이라 해도 너무 달랐다. 대 언론사라 하는 KBS, MBC, SBS와도 생판 달랐다. 그들은 아예 언급도 하지 않거나 기껏해야 병아리 오줌 정도의 찔끔보도를 하는데 JTBC는 톱 기사였다. 조·중·동 어디를 드려다 봐도 없는 기사가 JTBC 손석희의 입을 통해 낭낭하게 전국으로 울려 퍼졌다. 권력자들은 몸살이 났을 것이고 시청자들의 웃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삼성관련 기사가 톱으로 보도됐을 때 국민들은 솔직히 억 하고 놀랐다. 그는 당연히 언론으로서 보도할 것을 했다고 인터뷰에서 담담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걱정했다. 삼성을 저렇게 보도했으면 손석희도 끝나는 것이 아닌가.

그로부터 날이 갈수록 손석희의 JTBC보도는 국민에게는 사막의 샘물이었다. 시청률은 올라가기 시작했고 조 동 종편은 상대적으로 걸레요 벌레취급을 받았다. 언론에 대한 희망이었다면 과공인가.

확실히 세상을 변하게 마드는 것은 사람이었다. 군인들이 총 들고 탱크 몰고 나와 세상을 하룻밤 사이에 독재국가로 만들었고 재판받는지 하루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도 만들었다. 전과 14범이 대통령이 되더니 멀쩡한 강바닥에 2조원이란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당선된 지 1년이 다 되는데도 기자회견 한 번도 안 하는 일도 벌어졌다. 1년 내내 불법부정 선거라고 시민들이 선언을 하고 촛불시위를 하고 마침내 ‘사퇴’와 ‘하야’를 요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KBS, MBC, SBS와 종편에서 이른바 ‘종북세력’들의 시국선언을 얼마나 보도하는가. 전 과정을 빠짐없이 중계하는 곳은 인터넷매체인 ‘팩트TV'뿐이고 정규 뉴스에 충실히 보도하는 것은 JTBC다. 취재현장에서 웃지 못 할 일들도 벌어진다. KBS, MBC, SBS를 비롯한 ’조·중·동‘은 봉변을 당하기가 일수다. 시청광장에서 봉변을 당하는 ’카메라맨‘을 도와준 적이 많다. 그들의 눈물도 보았다. 그런데 요즘 JTBC기자들은 너무나 당당하다.

어깨 딱 펴고 취재를 하며 여기저기서 환영을 받는다. 이것이 무엇인가. 전직 언론인들의 모임에서 이것을 손석희 현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징계를 먹었다. 징계를 먹인 자들은 무덤을 팠다. 방통위원회가 아니라 밥통위원회다.

### 언론은 늘 가시밭길이었다

언론탄압 사례는 일일이 꼽기도 힘들 정도로 풍년이다. 모두 기록을 하려면 며칠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

자유당 시절 대구에서 신문사가 습격을 당했다. 고위관리 환영에 학생 동원하지 말라고 썼기 때문이다. 그 때 자유당 간부의 명언이 나온다. ‘백주에 테러는 테러가 아니다’ 기사에 불만을 품은 군인들이 동아일보를 습격했다. 박정희 독재시절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도 벌어졌다. 정보사 군인들에게 중앙일보 오홍근이 칼을 맞았다.

1975년 박정희 독재가 저지른 동아일보 기자 해직. 하루아침에 밥줄을 끊은 만행이었다. 언론사 통폐합 등 독재정권은 언론을 죽이기에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전두환 독재로 이어지는 언론탄압, 방송은 땡전 뉴스로 국민증오에 대상이었다. 방송뉴스는 괴물이었다. 뉴스앵커는 출세했다.

언론자유쟁취 투쟁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손석희는 구속되고 포승에 묶인 채 밝게 웃는 모습은 지금도 우리들 가슴속에 진하게 남아 있다.

공정한 언론은 늘 정치권력의 적이었다. 눈에 가시였다. 당근을 먹이고 채찍으로 내려쳤다. 당근을 받아먹는 언론인은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이 됐다. 채찍을 감수한 언론인은 깡통을 찼다. 거지가 됐다. 지금 조·중·동의 꼴을 보라. 그 속에 언론이 있는가. 한겨레와 경향 한국일보만이 국민들 눈에 보인다. 편협한 시각인가. 채동욱 기사를 보고 윤석열 기사를 보고 권은희 기사를 보라. 사람이라면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손석희를 찬양하려는 것이 아니다. 냉정하게 생각해서 고마워서 하는 소리다. 당연한 것이 고맙게 생각되는 이놈의 세상이 지겹다. 후배인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애써 그들이 피하지만 도리 없이 만날 경우가 있다. 워낙 성질이 고약해서 묻는다. “니들 사람 좀 될 수 없냐” 구구한 변명히 통하지 않는 것을 아는지라 솔직하게 답한다. 나 짤리면 누가 밥 먹여주나요. 꼭 왜곡하고 아부하고 불공정해야 되느냐고 물으면 대답 못한다. 도둑질 하는데 망 봐주는 놈들이 바로 그들이다. 공범이다.

### 니들은 받아 적기만 해

선생님이 받아 적으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열심히 받아쓴다. 부르는 대로 받아쓰지 않으면 야단맞는다. 학생들이 받아 쓴 내용은 똑 같다. 오늘의 언론에 대해서 요구하는 것이 그렇고 요구에 순응하는 것이 언론이다. 한마디로 ‘부르는 대로 받아써라’다.

국민을 귀머거리로 만들었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처럼 대나무 밭에서 바람소리를 들어야 한다. 기자들도 잘 안다. 자괴감이 왜 없으랴.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을 필생이라고 자책한다. 그들은 필생이 되기 위해서 몇 년씩 언론고시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존경은 어디로 달아나고 남은 건 경멸과 조롱이다. 이젠 체념했을 것이다. 꿈틀거리지도 못하는 굼벵이는 죽은 벌레다.

“고려대에서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처음 모였던 날, 방송 뉴스를 기다렸지만 우리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권력은 좋을 것이다.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을 막는 언론이 얼마나 고마우랴. 업어주고라도 싶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냐. 받아쓰기를 거부한 학생이 생긴 것이다. ‘아니 저런 고약한 놈이 있나?’ JTBC 뉴스였다. 사이버사령관이 아니고 보도의 총사령관은 손석희였다. 손석희, 이가 갈린다.

JTBC의 시청률이 올라간다. TV조선, 채널A, MBN 전부를 합친 것 보다 더 높다. 조금 지나면 지상파 전체 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이거야말로 벼락이다. 오금이 저리고 가슴이 떨렸다. 정신이 아득했다. 이를 어쩐단 말이냐.

JTBC가 언론으로 돌아 온 것이다. 돌아 온 탕자였다. 국민들의 귀를 열어 준 JTBC를 국민들이 환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지금 과찬을 하고 있는가.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매일처럼 눈으로 확인을 하는 사실이다.

### 노조탄압, 언론탄압, 그래도 희망의 끈을

뉴스타파, 고발뉴스,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팩트TV, 미디어오늘, 민중의 소리 같은 매체가 있다. 이들이 국민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어제 일요일 경향신문 사옥을 점령한 경찰의 민주노총 탄압, 이를 가만히 보고 있는 언론. 니들은 어느 나라 언론인가. 언론이 입 다물면 나라가 망한다.

국민이 도와줘야 한다. 돈 달라는 거 아니다. 나쁜 언론 질책하고 바른 언론 읽어주고 시청해 주면 된다. 그것이 바로 힘이다. 길가에 수북이 쌓여있는 쓰레기 속에서 역시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신문들이 쌓여 있다. 종이가 아깝다.

박정희 독재 때 독재와 치열하게 싸우던 동아일보 경향신문을 자존심처럼 들고 다니던 대학생들이 있었다. 동아일보 백지광고에 육군중위란 이름의 광고가 있었다. 이제 국민이 손석희를 지켜야 한다. 그것은 바로
JTBC뉴스를 시청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제대로 알고 나쁜 놈들의 이름과 얼굴을 외워두는 것이다.

김지성 SBS 기자(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가 무대에 올라 대자보를 낭독했다. 그는 “국민들의 불안을 전할 수 없어 안녕하지 않다. 우리가 만드는 기사와 프로그램은 시민들의 분노와 고단함과 배신감을 담아내지 못하는 반쪽짜리”다. “지금은 반성문을 쓰지만 결국에는 국민의 지지와 신뢰, 칭찬을 회복할 것이다. 우리가 쓴 대자보의 고백이 언론의 아첨을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마 속으로 울고 있었을 것이다.

“달걀은 살아 있고 바위는 죽은 것이다.”

영화 ‘변호인’의 나온 대사다. “기자들아. 바위를 치자. 반드시 바위를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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