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제의 뚝 끊긴 송강호의 '어이상실'

글을 쓰기 전에 우선 ‘더럽다’는 말부터 해야겠다. 칼럼 제목만 보고도 눈치 빠른 국민은 무슨 말인지, 왜 욕을 하는지 알 것이다. 당대의 명배우 송강호가 영화출연을 못하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출연제의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것인데 더럽다는 건 무슨 얘기냐고 한다면 참 답답한 사람이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출연교섭이 쏟아지던 영화배우에게 출연제의가 뚝 끊겼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영화 촬영 중 몹시 다쳐서 출연불가능이라면 이건 천재지변이다. 연기능력이 갑자기 뚝 떨어졌기 때문이라면 그건 자기 팔자다. 세상이 깜짝 놀랄 스캔들 때문이라면 그 역시 ‘내 탓이오’다. 그러나 앞에 열거한 이유는 하나도 해당이 안 되니 문제 아닌가.

'설국열차'나 '관상'은 송강호가 주연을 한 영화로 관객 천만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정도면 톱스타고 여기저기서 출연해 달라고 모셔갈 몸이다. 더구나 오는 19일 개봉되는 '변호인'이라는 영화는 아직 개봉되지도 않았지만 화제가 만발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사연일까. 내용들을 거의 다 알고 있을 듯, 구구하게 설명하기도 그렇지만 한마디만 하고 넘어가자. '변호인'이란 영화는 바로 고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온 삶의 일부분이다.

"사상, 이념 이런 거와 상관없어요. 한 인물이 견뎌낸 삶이 진솔하게 담겨 있습니다. 편견 없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삶의 열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그렇게 열정적으로 살았던 사람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무가 크면 바람도 많이 맞는다. 국민들은 김제동을 기억하고 김미화를 기억하고 김여진을 기억한다. 김혜수를 기억한다. 이들은 방송을 통해 정권을 비판하는 쓴 소리를 잘 했다. 정권은 눈에 가시로 여겼다. 요즘 유행하는 ‘찍어내기’를 당했다. 설사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 해도 그런가보다 하고 말 것이지 밥줄을 끊어 놓으면 얼마나 치사한 짓인가. 이명박의 졸인 유인촌이 장관이 된 후 그야말로 피바람이 불었다. 이거야말로 새남터에서 휘두르는 망나니 칼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말 치사하고 더럽다.

정치권력에 빌붙어 호강을 하던 자들은 옛날에도 있었다. 자유당 시절 영화계의 황제라는 임화수는 한글도 제대로 모른다는 무식쟁이면서도 영화계에서는 왕이었다. 정치깡패 이정재한테 빌붙어서 영화판을 맘대로 주물렀다. 말 안듣는 제작자나 배우들은 개 패듯했다. 여배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최후는 어땠을까. 깡패두목 이정재와 함께 서대문 형장에 이슬로 사라졌다.

### 송강호를 찍어 내?

12월19일 개봉되는 영화 ‘변호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돈만 잘 버는 변호사에서 인권변호사로 변해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고 했다. 요즘 정치상황과 맞물려서 시민들의 관심이 높을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언론에서는 개봉도 되지 않았는데 관심이 높아지고 영화의 평가도 높다.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송강호가 주인공이니 더욱 그렇다.

노무현이라면 자다가도 경끼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누구라는 것은 다 알 것이고 또한 이들이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맘에 안드는 탈랜트나 가수 개그맨들을 솎아낸다는 것도 알 수가 있다. 속아 내는 방법이야 그들이 출연하는 것을 막는 것이고 방법이야 방송사에 압력을 넣는 것이다.

송강호는 천만 명의 관객을 모을 수 있는 훌륭한 연기자다. 더구나 그의 건강한 민주의식은 이미 국민들이 알고 있다. 혹시 송강호가 영화에서 박근혜 정부를 반대하는 발언이라도 할까 겁이 나는가. 그래서 아예 송강호의 공간을 봉쇄해 버리는 것인가. 당연히 아니라고 할 것이고 몇몇의 일탈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다 알고 있고 그들의 더러운 수작에 침을 뱉는 것이다.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인간들이다. 요즘 뜨거운 정치쟁점이 바로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선언이다. 대선불복 선언이 있자 정권은 불에 덴 것처럼 펄펄 뛰고 있다. 왜 이렇게 열 띈 반응인가. 각자가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은 소신껏 말을 할 수 있다. 선거에 관여한 국정원 댓글 2천백 만 건과 사이버 사령부를 비롯한 정부기관의 선거개입이 다 들어난 마당에 선거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상식이다.

양승조 의원의 발언도 표현이 지나치기는 했지만 충고로 받아드려야지 이걸 대통령 암살 교사범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한참 ‘오바’다. 더구나 김무성 의원이 노무현대통령에게 한 ‘대통령 불인정’ 발언과 이정현 홍보수석의 ‘문재인 당선되도 불법선거 저항’ 발언은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니 머리 구조가 까마귀와 닮은꼴인 모양이다. 이것이 바로 속담에 말한 ‘도둑이 제발저리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직접 나섰다.

"지금 국론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도를 넘는 과격한 발언을 하는 것은 결코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쟁은 위한 것이라고 국민들께서 판단하시리라 생각한다"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던 무슨 말을 하던 그 역시 대통령의 자유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에 격하게 반응하는 대통령이 국민들에게는 어떻게 비칠까. 마치 새누리당에게 지시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국회의원 제명이라는 것이 그렇다. 기분 나쁘다고 맘대로 쉽게 자르는 자리가 아니다. 또한 각자가 헌법기관이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목을 그렇게 자른다면 의회정치를 부정하는 반민주적 폭거라고 할 수 있다. 잠시 기억을 뒤로 돌리자.

1979년 9월 29일 유신독재 정권은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1979년 9월 16일자 〈뉴욕 타임스〉기자회견 중 “미국은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는 내용을 문제 삼아 10월 4일 제명안을 제출, 의원직을 박탈했다. 그 결과 ‘부마항쟁’을 촉발했고, 10월 15일 부산대학 학생들은 시민들과 함께 독재타도를 외치며 궐기했다. 바로 유신 정권을 마감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할 말 하는 국회의원을 제명하는 반민주적 폭거가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는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세상일은 상식적으로 하면 말썽이 없다. 불법행위가 자행된 선거에 대해 불복선언을 한 국회의원을 제명하는 폭거가 상식적인가. 국민은 상식적이라고 하지 않는다. 또한 단언컨대 송강호가 돌연 출연교섭이 끊긴 이유에 대해서 국민들은 상식적으로 납득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누가 이런 못난 짓을 했는가. 어느 누가 무슨 짓을 해서 이런 결과가 왔든 국민들은 송강호 출연에 압력을 가한 세력에 대해 증오를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송강호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예술가다. 그가 ‘변호인’이란 영화에서 입신의 경지에 이른 연기를 보였다 해도 그건 그의 재능일 뿐, 노무현 대통령과는 관계가 없다. 다만 송강호가 노무현의 삶을 연기하면서 감동을 느꼈다면 그것은 송강호의 몫이다. 부인의 말 한마디에 영향을 받았다는 송강호가 더욱 좋다. 부인에게 아낌없는 존경을 보낸다.

관객들은 송강호의 열정적이고 진실한 연기를 감상하며 노무현을 떠 올리고 불의한 세력들에 의해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 노무현을 그리워 할지 모른다. 이 역시 관객의 몫이다. 그것이 왜 송강호 탓인가. 송강호가 노무현을 연기하면서 그가 살아 온 삶을 가슴 깊이 담는다 해도 그 역시 송강호의 몫이다.

세상이 하도 더러우니까 별 꼴을 다 본다. 배우가 자신이 연기한 주인공 배역으로 해서 밥줄이 끊기다니 이런 빌어먹을 놈의 세상이 어디 있단 말인가.

노무현을 사랑하고 송강호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의 이름으로 송강호 님깨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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