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죽을죄를 지었던가

### 거리에서 자행된 문재인 화형식

‘내 마음 나도 몰라.’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 제목이라는 것은 기억한다. 남녀 간의 미묘한 심리를 그린 영화였던가. 허나 지금 그 영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인간의 심리를 말하려는 것이다. 하기야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는데 알 면 얼마나 알겠는가.

‘도둑이 제 발 저리다’라는 속담을 다들 알 것이다. 노련한 수사관은 용의자를 척 보면 대충 짐작을 한다고 한다. 뭐가 달라도 좀 다른 모양이다. 발을 벗겨놓고 ‘너 발 저리냐’ 물어보는 것은 아니고 그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서 어딘가 정상적이 아닌 점을 발견해 낸다는 것이다.

놀지 말고 공부하라고 한 엄마가 들어오자 ‘엄마 나 안 놀았어’ 하는 꼬맹이의 고백은 귀여워서 좋다. 파출소(지구대)앞을 지나가면서 ‘나 도둑질 안 했어요’ 하는 도둑은 없겠지만 말이다.

요즘 난리다. 문재인이 대선관련, 발언 한 마디 했는데 여야가 야단법석이다.
솔직히 이렇게 시끄러울줄은 몰랐다. 문재인의 한 마디 위력이 이토록 대단한가. 외국인들이 보면 또 대선이 벌어졌나 생각했을 것 같다.

▲ 문재인 민주당 의원. ⓒ민중의소리 갈무리

세상이 알다시피 문재인이 2017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치인이다. 그때 자신이 해야 될 역할이 있다면 결코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게 시비의 단초다. 문재인의 입을 빌어 좀 더 자세하게 들어보자.

"지난 대선 때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있었는데 이제 부족한 부분을 잘 풀어나가자. 2017년에는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룩하자.“ "저도 최대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다"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이것은 문재인이 아니더라도 야당의 지도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문재인이 ‘지난 대선은 불법이니 다시 선거를 하자’라든가 ‘나는 지난 대선을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다’ 했다면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 그러나 눈 씻고 봐도 대선불복이란 말이 어디에 있는가. 오히려 야단법석을 떠는 새누리당이다. 그야말로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다.

### 문재인이 그렇게 무서운가

‘변호인’이라는 영화가 화제다. 숨길 필요도 없이 이 영화의 모델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떻게 인권변호사로 변했는지 그 과정이 그려진 영화라는데 아직 보질 못해서 얼마나 제대로 그려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백분의 1만이라도 제대로 보여 준다면 관객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도자는 어때야 하는 것인가를. 칭찬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접 겪은 체험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문재인은 정말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옆에서 보기 에 속이 터질 정도로 침묵했다. 할 말이 없어서이겠는가. 왜 할 말이 없겠는가. 그러나 패장은 말이 없는 법이다. 패장이 입을 열면 아무리 합당한 이유가 있어도 변명같고 추해 보인다. 옆에서 대선불복 선언을 하라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단호하게 거부했다. 당연했다. 국민의 선택이다. 선거과정에서 다소의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법이 인정한 대통령이다. 두 말 없이 승복해야 한다.

지금까지 문재인이 입만 열면 ‘대선불복’이냐고 시비를 걸었다. 꼭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다. 문재인이 말한 대선 ‘콤플렉스’가 정말 있는 것인가. 있다고 믿는다. 안 믿을 도리가 있는가. 이미 검찰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기소하지 않았는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선거부정이다. 불법선거다. 국민들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분노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법을 어긴 선거는 당선의 결과를 인정을 한다고 해도 정권으로서 신뢰에 결정적 흠결이다.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가능성을 모든 국민이 인식하고 있는 문재인이 당연히 할 말을 한 것이 이번 대선관련 발언이다. 기자들이 물었고 문재인은 대답 했다. 그런데 놀랐다. 경천동지다. 특히 새누리당은 벌컥 뒤집혔다. 자신들이 미리 규정을 했다. 답을 들고 나왔다. 대선불복 하는 것이냐고. 아니냐고 몇 번이나 다짐을 했는데도 또 ‘대선불복’이냐고 따진다. 이게 무슨 짓인가. 대선불복 하라고 선동하는 것인가.

### 국민이 말을 잃어간다

문재인의 한 마디에 언론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의 의원들이 모두 대변인이 됐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참으로 딱한 생각이 든다. 적어도 국회의원 쯤 됐으면 최소한의 양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국회의원이라는 자신의 체면을 위해서다. 하기야 그들에게 체면이나 품격을 말하는 것이 사치한 표현이겠지만 그래도 국민의 대표로 행세하고 싶으면 말을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입을 닫고 있으라는 얘기다.

국민을 위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의 말은 풍년인데 국민들은 말을 잃어간다. 반박할지 모른다. 시국선언 광장에서 얼마나 국민이 말을 잘 하는데 말을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잃어가는 국민의 말은 행복한 언어의 상실이다. 불법으로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하루가 멀게 목숨을 끊는다. 장애인 자식이 불쌍해서 함께 목숨을 끊은 아버지가 있다. 장애아 보호는 어떻게 됐는가.

노인들에게 준다고 박근혜 후보가 떡 먹듯이 약속한 20만원은 이제 단념해야 하지만 말 못할 앙금이야 어디 가겠는가. 자식에게 부담주기 싫다고 늙은 부부가 음독자살을 한다. 노인정 난방비 예산은 전액삭감이다. 취직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취직을 했다고 해도 88만원 세대로의 진입이다. 이들이 무슨 좋은 일이 있다고 말이 많겠는가. 말을 잃어간다는 것은 비극이다.

정치는 말이라고 한다. 비단 정치에서 뿐만이 아니라 말이 사라지면 삶이 사라진다. 대통령이 침묵의 정치를 한다고 해서 불통이니 먹통이니 한다.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부정은 엄두도 못 내게 해 달라"는 대통령의 추상같은 엄명도 중요하지만 국민에게 하는 따스한 말도 필요하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국민 발언은 얼마나 정겨웠는가. 그런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후에는 왜 국민과의 대화를 한사코 거부하는가. 국민들은 이해 할 듯 이해를 못한다.

이제 침묵하던 문재인이 입을 열었다. 새누리당은 무척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아니 두려운 모양이다. 새누리당이라고 왜 여론을 모르랴. 그들 자신이 지난 대선의 진상을 너무나 잘 알고 그 동안 침묵하던 문재인이 고마웠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도 더 이상 침묵할 수가 없게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옥죄어 오는 공안의 쇠사슬을 가만히 앉아서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병법의 수용이 아니라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자신의 살아 온 인생과도 배치되고 철학과도 어긋난다. 왜 자신이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가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문재인의 말에서 불퇴전의 결의가 느껴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

“국민통합과 상생은 더 멀어졌으며,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 모든 부분에서 이명박 정부 때보다 더 퇴행적이다.”

“국정원의 불법 대선공작과 사실규명을 막기 위한 방해가 저질러지고 있다. 이는 과거 독재정권도 하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일이다.”

“당장 2017년 대선에서 불법 관권선거를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를 덮는 데 당장 성공한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착시다. 언젠가 한꺼번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게 된 시발은 도청사건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일’ ‘자신과 상관없는 일’ 이라는 거짓말 때문이었다"

### 불타버린 문재인 인형

문재인은 이른바 38 따라지. 6.25 때 함경도에서 부산으로 피난 온 난민의 자식이다. 판자집 지붕이 날라갈까 붙들고 바등대던 소년이었다. 머리가 똑똑해서 고시합격하고 인권변호사가 된 문재인이다. 공수특전대 졸병으로 만기제대한 모범사병이다.

노무현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던 친구였다.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48%의 지지율을 획득한 정치인이었다.

그런 문재인이 오늘 화형을 당했다. 민주당사 앞에서 어버이 연합에 의해서 그를 상징한 인형이 불탔다. 사무실에서 그 광경을 내려다보면서 참 모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묻는다. 문재인이 불에 태워 죽일 죄인인가. 그가 대한민국을 위해서 사라져야 할 죄인이라면 당당하게 요구해라.

‘문재인. 너의 목숨을 넘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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