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함께하면 절대 외롭지 않다.

정치는 상대가 있다. 어찌 정치뿐이랴. 세상사 모두 상대가 있다. 개가 싸워도 상대가 있다. 왜 하필이면 개가 등장하는가. 흔히들 지저분한 싸움을 진흙탕 속 개싸움에 비유한다. 이전투구(泥田鬪狗)라고 한다. 한국정치인처럼 이 말과 친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싸움은 꼭 때와 을 장소를 가려가면서 할 수는 없다. 싸워야 되면 싸우는 것이다. 흙 묻을까 도포 벗어 얌전하게 개어놓고 싸울 수도 없고 배고프니 점심 먹고 싸우자고 해도 안 된다. 싸워야 될 대의와 명분이 있으면 싸워야 하는 것이다.

▲ 김한길 민주당 대표.

지금 민주당은 싸워야 할 대의와 명분이 없는가. 없다고 하면 김한길 대표의 결의는 거짓말이 된다. 대의와 명분은 이미 오래전에 있었다. 김한길 대표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민주당이 ‘대선불복’이라는 역풍이 무서워 입을 봉하고 있었다지만 지난 대선이 어떤 선거였는지 민주당도 국민들도 다 알고 있다. 온통 관권이 동원된 불법선거였음이 이제 대명천지에 들어났다. 새누리당 조차 불법에 대해서만은 말이 없다. 아니라고 우기려고 해도 족제비도 낯짝이 있지 않겠은가.

민주당과 국민도 ‘특검’을 실시하라고 요구한다. 특검을 해서 뭘 밝혀낼 수 있을지, 과거를 보면 말짱 헛수고라는 생각이 들지만 민주당은 특검에라도 매달려야 할 절박한 처지고 새누리당은 켕기는 게 있는지 특검 말만 나오면 자지러진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인가.

김한길 대표나 민주당 지도부는 자신들의 정치가 고단수라고 할지 모르나 국민의 눈으로 보면 영 아니다. 김한길 대표는 작심을 하고 서울광장 노숙을 한 달 넘게 했지만 지금 보면 뭣 하러 했는지 자신도 모를 지경이 됐다. 얻은 게 뭔가. 국민의 조롱뿐이다.

김한길 대표가 등장한 이후 민주당의 지지율이 얼마나 상승했는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물어보면 말을 안 한다. 그럴 것이다. 도무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민주당의 존재감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새누리당은 아예 무시한다. 생각해 주는 척 하다가 닥치면 ‘나 몰라’ 다. 완전히 버려진 자식이다.

무조건 달려들어 싸움만 하라는 것이 아니다. 당당하게 대의와 명분으로 싸울 일이 얼마나 많은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어떻게 됐는가. 늙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20만원 준다던 효자공약 노령연금은 날라갔다. 그 밖에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다.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민주당이 당한 꼴은 뭔가. 굴욕을 생가해 보라. 노무현의 NLL 포기선언 주장은 멀쩡한 사기였다. 사초폐기는 뭔가. 멀쩡하게 존재하는데 왜 폐기인가. 급기야 다시 날치기가 등장했다. 보이는 게 없다.

“난 도와달라고 한 것도 없고 도움 받은 것도 없다”

박대통령의 말이다. 민주당은 믿는가. 국민은 믿는가. 이제 민주당의 존재감은 사라졌다. 김한길 대표가 직을 걸만도 하다. 그러나 그 역시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는 모른다.

### 민주당 덕에 안철수는 존재한다

안철수 의원이 창당을 선언했다. 우선 축하한다. 그러나 김한길 대표와 민주당으로서는 땅을 칠 소식이 있다. 아직 이름도 짓지 않은 ‘안철수 당’이라는 아기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의 배가 넘는다. 거기다가 민주당 지지층의 37%가 신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여론조사다. 민주당 간판 내리라는 거 아닌가. 김한길 대표로서는 입 다물고 있을 수 없는 입장이 됐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무시하는 거 나무날 수도 없다.

잘 되지 말라고 고사지내는 거 아니다. 탁 까놓고 말 해 보자. 안철수가 보여준 것은 무엇인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 그의 존재는 민주당이 있음으로 해서 솟아난다. 민주당이 조금만 잘하고 당 지도부가 국민의 기대에 조금이라도 부응을 했다면 안철수 정당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

당에 대한 실망이 오죽했으면 이 지경이 되었겠는가. 민주당 스스로 생각해도 기가 찰 것이다.
민주당에 대해 왜 그토록 가혹하게 비판하느냐고 한다. 비판에는 두 가지가 있다. 애정이 담긴 비판과 기대를 접은 포기의 비판이 있다. 애정이 담긴 비판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자식의 종아리를 때리는 부모의 심정이다. 자식도 아예 싹수가 노라면 포기한다.

김한길 대표도 민주당의 위기를 절감하는 모양이다. 모처럼 옳은 말을 했다. '가장 큰 잘못은 당 대표인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다행이다. 이제 깨달았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가장 잘못을 한 사람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 김한길 대표가 직을 걸고 불의한 새누리와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라고 믿는다. 역시 두고 볼 일이다.

김한길 대표는 새누리가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을 날치기 통과시키는 바람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새누리는 안철수 의원이 투표에 참가했기 때문에 날치기가 아니란 억지를 부리지만 대꾸할 가치도 없다.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김한길 대표가 결단을 한 모양이다. 직을 건다는 것은 만약에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대표를 그만 둔다는 약속이다. 비장하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너무나 참담해서 잠을 한숨도 못잤다’고 했다. 대표 두 사람이 엄청 충격을 먹은 모양인데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새누리가 하는 짓 이제 처음 당하느냐고 할 수 있다. 호랑이 날고기 먹는 거 처음 봤냐고 힐난을 할지도 모르겠다.

민주당에 희망이 없다는 소리는 민주당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들었을 것이다. 이명박이 나라를 말아먹고 새누리가 저렇게 죽을 쑤고 박근혜대통령의 불통과 독단이 극에 달하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저 정도의 바닥이라면 지도부는 결단을 내렸어도 벌써 내렸어야 했다. 희망이 없으면 절망에서 헤어날 수도 없다. 빨리 결단하는 것이 당과 국민을 위해서 현명한 행동이다.

민주당이 잘하는 것이라고는 분열밖에 없다. 도대체 조경태의원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이런 해당행위를 제거하지 못하는 김한길 대표에게 너무 지친다. 왜 종기를 일찌감치 짜버리지 못하는가. 이제라도 칼을 대는 수밖에 없다. 민주당을 위해서뿐이 아니라 정상적인 한국정치를 위해서라도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 호남이 민주당에 매를 들어야

국민들은 민주당 내 호남출신 의원들에 대해 짜증이 난다. 전라도에서 민주당 아니면 누굴 찍으랴는 배짱이 구역질 날 것이다. 죽으나 사나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는 오만에 오장이 뒤틀리지만 그래도 할 수없이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 그 결과가 오늘의 민주당을 망쳐놨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호남친구들이 그런다. “그럼 어쩝니까. 누굴 찍습니까. 새누리당을 찍으란 말입니까?.

할 말이 없다. 먹을 게 없으니 쉰 밥이라도 먹어야지 하는 기분으로 체념하고 표를 찍어주는 호남인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걸 지가 잘나서 찍어주는 줄 아는 국회의원들. 그게 바로 이름도 안 생긴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을 민주당의 두 배로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안철수 신당이 조금만 제대로만 하면 때꾹이 쫄쫄 흐르는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지해 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별로 내 놓을 것도 없는 안철수 신당에 한 눈을 파는 호남의 유권자들, 잘못한 것 하나도 없다. 순전히 민주당 탓이라는 것 이외에는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면 된다. 바람의 정치는 잠시 성공하는 듯 해도 금방 가라않는다. 마치 바람은 지나가면 그만이듯이 말이다. 민주당이 할 탓이다.

### 대한민국의 위기, 민주주의에 위기

국정원의 댓글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고 국민의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했을 때 박대통령이 수습을 했어야 옳았다.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고 도움을 받지도 않았다’고 딱 자르는 대통령 밑에서 해야 될 일은 너무나 뻔했다. 그기고 결과는 오늘의 현실이다.

오늘의 정치현실이 대통령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알 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대통령의 권한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억압으로 할 것인가. 권력으로 복종을 강요할 것인가. 공직자는 하급관리로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국민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을 받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당해야 할 결과는 너무 뻔하다.

이제 한국 대통령선거의 불법부정은 세계의 관심사가 됐다. 해외동포들의 시국선언이 연일 해외언론에 보도된다. 한국의 종교계는 거의 모두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급기야 사퇴를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문제 해결을 간단하다.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면 된다. 그리고 특검을 받아드리면 된다. 대통령도 선언하지 않았는가,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이제 침묵으로 끝날 단계를 넘어섰다. ‘종북몰이’로 수습이 될 문제가 아니다.

박창신 신부의 말 한마디에 대통령을 비롯해서 국무총리 집권여당 보수언론 보수단체 할 것 없이 모두 총궐기했다. 그러나 결과는 뻔히 보이지 않는가. 유신독재 당시에 <빨강색칠하기>와 쌍둥이인 ‘종북몰이’에 동조할 국민이 얼마나 되리라고 생각하는가. 침묵을 동조라는 믿는가.

한국 국민은 유신의 몸서리처지는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말 한 마디로 체포가 되고 중형이 선고되고 사형이 집행되는 지옥과 같은 경험을 소유하고 있다. 종교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베론’ 성지, 지학순 주교의 묘소앞에서 참배를 하던 박근혜 후보의 모습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박창신 신부에게 쏟아놓은 대통령의 시퍼런 호통은 숨이 막히게 한다.

아르헨티나가 군사독재의 탄압아래 신음할 때 프랑스 출신의 ‘레오니 뒤케’수녀는 빈민가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체포된다. 독재에 항거하는 시민 단체를 도왔기 때문이다. 그는 강제수용소에 수용됐다가 야간에 비행기에 태워져 남대서양 상공에서 바다로 던져진다. 그의 주검은 조류에 밀려 바닷가 주민에게 발견된다. 마치 김주열 군의 시신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마산 앞바다에 떠오르듯이 말이다. 비극은 비극을 잉태하고 종말에는 파멸에 이른다.

### 민주당의 신뢰회복이 우선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결단을 한다 결의를 한다 해도 국민이 믿지 않으면 모두가 헛일이다. 김한길 대표가 결단을 내려 대표직을 사퇴한다고 해도 민주당이 바뀌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김한길 대표가 사퇴하면 지도부가 바뀌고 당의 모습도 바뀌리라고 믿는다. 민주당 안에는 올바른 길을 걸어온 지도자 재목이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분열이다. 분열의 뒤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민주당을 파괴하려는 세력으로부터 당을 보호해야 한다. 당을 정화시켜야 한다. 그들이 당내에서 파열음을 내고 조 중 동이 대서특필 하고 국민은 그걸 믿는다. 그들을 제거해야만 한다. 그리고 뭉쳐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불의한 정치권력과 싸울 수 있도록 눈을 딱 감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60년 전통의 민주당이다.

정치가 100미터 단거리 경주가 아니지 않은가. 새누리당의 영구집권 집념은 그들의 정치가 잘못될수록 더욱 굳어질 것이다. 민주당이 이를 깰 수 있는 무기는 무엇인가. 국민의 지지와 신뢰회복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 민주당이 제대로 해야 되는 것이다.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말이 있다. 민주당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은 ‘분열’ 잘하는 재주 밖에 없다. 이것을 버리느냐 부등켜 안고 사느냐. 민주당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지금 공포의 정치, 유신의 회귀가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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