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도 이제 국민의 소망을 알 때가 지났다

얼마 전 사석에서의 얘기다. 윤석열 검사가 화제에 올랐다. 무슨 얘기가 나왔을지 짐작이 가는가. 먼저 나온 얘기는 검찰이 좀 변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뭐라고 해도 검사들은 똑똑하다. 가슴속에는 정의감이 살아 있다. 윤석열 지청장이 저렇게 당당하게 치고 나왔으니 검찰 내부에서 동조하는 목소리도 있을 것이고 검찰 고위층에서도 외면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채동욱 총장의 호위무사를 자임하며 사표를 낸 김윤상 검사도 있지 않은가.

어림도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검사들이 얼마나 빠꿈이들인데 동조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찍히면 어떻게 된다는 것이 뻔한데 누가 입이나마 뻥끗하겠느냐. 그저 조용히 눈이나 굴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얘기는 윤석열 검사가 꼴통이라는 것이다. 분위기 돌아가는 거 보면 뻔할 뻔짠데 뭐 먹을 거 있다고 나서느냐는 것이다. 바람이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사는거지 달걀로 바위치기 해 봐야 자기만 손해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윤석열 검사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만용을 부렸다고 했다.

▲ 윤석열 전 국정원 특별수사팀장(현 여주지청장)이 지난 10월 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갈무리

아무 말 안 한 사람도 있었다. 판사로서 오랜 법관생활을 했고 시민단체의 대표도 지낸 분이다. 한 말씀 하시라고 강권하다시피 했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우선 윤석열 검사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놀랍다고 했다.

최동욱 검찰총장 사태와 그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사표를 낸 김윤상 대검감찰과장. 내부방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했다가 징계를 받은 임은정 검사, 그리고 국정원 정치개입사건 팀장인 윤석열 여주지청장. 그들을 격려 성원하는 국민의 여론, 그래서 혹시나 이번 기회에 검찰내부에서부터 개혁과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기대를 했다는 것이다.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연 그 분의 말은 우리 모두의 기운을 빠지게 했다.

‘역시 헛된 꿈이고 이룰 수 없는 희망이었네. 안 돼. 우리 검찰로는 절대 안 돼. 윤석열 같은 용기있는 검사는 그냥 죽고 말아. 독불장군이라고 비웃음이나 사지. 윤석열이 불쌍해. 정권눈치만 잘 보고 화끈하게 처리했으면 대통령 임기 동안 출세는 보장 받았겠지. 윤검사가 후회나 하지 않을까 허허’

딱하고 한심한 결론일 수밖에 없었다.

### 법이 신뢰를 잃으면 남는 것은

자유당 때 교통법규를 어기면 면허증에 지폐도 한 장 끼워 주었다. 교통은 경례를 척 부치며 안녕히 가십시오 인사를 했다. 동회에서 호적등본 한 장 떼는데도 급행료가 붙었다. 동회를 나설 때 입에서 나오는 말은 ‘도둑놈들’이었다. 법이 길을 잃었다.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탈법과 무법, 그리고 국민의 절망이었다. 법이 무너지면 나라가 흔들린다.

이제 면허증에 지폐 넣어주는 교통법규 위반자는 없다. 주민등록 떼는데 급행료 지불하는 국민은 없다.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법이 칼처럼 기강을 바로 세우고 있다고 믿는가. 아직도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은 서민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서 빠질 줄을 모른다.

진짜로 국민들은 무력하다. 쥐꼬리만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꽥 소리 한 번 질러도 움찔하고 자라목이 된다. 경찰서에 들어가려면 몸이 움츠러 들고 없는 죄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길 드려진 국민이다. 그러나 속은 살아 있다. 그들의 눈에도 옳고 그른 것은 보이는 것이다.

리서치뷰가 여론조사를 했다. 국정원 댓글작업이 선거에 영향을 주었느냐고 물으니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더욱 놀라운 조사도 있다. 경찰이 사실대로 밝혔을 경우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투표층 중 8.3%가 문재인 후보를 찍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되는가.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이라고 응답한 8.3%를 박근혜 후보 투표율 51.55%에 대입하면 4.28%에 해당하는 수치로 이 값을 두 후보의 최종득표율에 반영할 경우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 51.55%는 47.27%로 내려가고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48.02%에서 52.3%로 올라간다".

아무런 법적 구속력은 없어도 국민들 중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그것은 선거에 대한 공정성과 법에 대한 불신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이다. 법이 신뢰를 잃었다는 주장에 대해서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 할 사람은 몇이나 될까. 법을 가장 잘 안다는 법관들 자신은 오늘의 한국에서 법이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생각을 할까. 그렇다면 최동욱 전 검찰총장이나 윤석열 지청장 권은희 수사과장 문제가 뉴스거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당연한 것은 뉴스가 되기 않기 때문이다.

병법에 신화적 존재인 ‘손자’는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기 위해 왕의 애첩을 처형했다. 왕은 용인했다. 법은 이래야 하는 것이다. 이래야 국민들이 승복하는 것이다.

### 법은 ‘지렁이고무줄’이 아니다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내가 사표를 내거든 하라” 이제 너무나 유명한 말이 돼서 모르는 국민이 없을 것이다. 한국 검찰역사에 찬연히 빛날 말이다. 윤석열 지청장이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하면서 국정원 직원을 체포하겠다고 했을 때 조영곤 지검장은 결연하게 막았다. 정상적이라면 조영곤 지검장은 윤석열 검사를 격려했어야 옳다. 그것이 국민이 생각하는 검찰이다.

‘사표를 낸 다음에나 수사하라’는 말은 수사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왜냐면 조영곤이 사표를 낼 리 만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법’이다. 범법자를 수사하지 말라는 검찰 상급자의 위법에 대해서 어찌해야 하는가. 검사동일체라서 예! 예! 하고 수사를 포기해야 하는가.

윤석열은 국정원 댓글 조사 팀에서 제외되고 이제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 조영곤은 어떻게 됐는가. 어느 험구가의 말이 귀에 남는다. 윤석열만 아니었으면 검찰총장이 됐을텐데 하고 원망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윤석열 검사의 징계는 검찰규정에 있다고 한다. 위법한 상사의 압력은 규정에 없는가.

윤석열 검사를 국민들은 ‘국민검사’라고 불렀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검사를 ‘국민검사’라고 부르는 세상도 정상이 아니다. 권은희 경정을 ‘국민경찰’이라 하고 채동욱 총장은 존경을 받는다.

지난 국정감사를 지켜본 많은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그를 '국민검사'라는 호칭을 부쳐주었고 정치인과 법조인들도 윤석열 지청장을 높이 평가했다.

"윤석열 검사는 그냥 평범한 검사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에 기반해야 하고 법치주의는 검찰이 검찰다워야 한다고 믿는 그런 검사였다. 쉽게 이야기하면 나쁜 놈 잡아넣고 억울한 사람 풀어주는 보통 검사였다"

지금 그는 거대한 불의와 맞선 용기 있는 검사가 됐다. 우리 검찰안에 왜 윤석열 검사같은 ‘국민검사’가 없겠는가. 그러나 국민들은 윤석열 같은 ‘국민검사’를 원하지 않는다. 왜냐면 검사는 당연히 윤석열 같아야 하기 때문이고 그래야만 법이 제 자리에 서서 국민 편이 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지청장은 자신에 대한 부당한 징계가 내려지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위법을 응징하는 검사가 자신에 대해서 내려지는 위법을 묵인한다면 ‘국민검사’라는 호칭은 반납해야 할 것이다.

명진스님은 윤석열 지청장 중징계에 대해 말씀하셨다. “이제 정말 맛이 가는구나,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들이 속을 것 같지만 밟고 눌러도 어딘가에는 뭉쳐있다. 풍선도 언제가 압박을 가하면 터지기 마련이다" 정치권력이 깊이 새겨 담을 말씀이 아닌가.

### 문재인은 소환, 김무성은 서면조사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진보와 보수, 남한과 북한의 싸움이 아니라 부도덕한 세력과 도덕적 세력간의 싸움이다" "아무리 사상과 이념이 훌륭해도 국민을 속이고 부도덕한 행위로 나라의 도덕성을 타락시키는 정치세력은 퇴출시켜야 한다. 국정원의 기록물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읽었으면서도 면피하고 넘어가려는 정치인들도 퇴출시켜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보단 나을 거라고 봤다. 그런데 지금 정치하는 걸 봐선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해서 국가기관의 불법개입임을 확인했음에도 해결하지 못하고 간다면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명진 스님의 높은 목소리다. 11월6일 오후 2시. 문재인은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안개꽃을 한 아름씩 안은 시민들이 문재인을 에워쌌다. 이미 NLL대화록과 관련된 진실은 모두 밝혀졌는데도 문재인은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문득 낙향한 고향에서 검찰소환을 받아 검찰에 출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났다. 당시 검찰청 창문을 통해 웃고 있던 검사의 얼굴이 떠 오른다.

대화록 유출과 관련 문재인과 김무성·권영세는 왜 이리도 차별대우를 하는가. NLL 대화록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낭낭하게 읊어대던 김무성은 쉬쉬 서면조사를 하고, 민주당의 대선후보 였던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는 참고인임에도 왜 유례없이 포토라인에 세우는가. 망신주기라는 국민의 생각이 맞는가. 잘못 생각했다. 망신당한 것은 정치권력과 검찰이라고 국민은 생각한다.

왜 정치권력은 문재인을 망신주려고 필사적인가. 날라리 정치평론가나 시사평론가가 아닌 양심적 지식인들의 판단은 이렇다. 문재인이 무섭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치권력은 이미 4년 후를 겨냥해 문재인 제거작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오만한 생각이다. 내일 일도 모르는데 4년 후라니. 하늘이 노한다.

원로 법조인인의 말이다. ‘똑 같이 고시합격해서 판, 검사 됐는데 유독 검사들이 말썽인 이유가 무엇인가. 조직의 문제라고 했다. 검사 임용 후 2년 정도 지나면 바뀌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바뀌지 않으면 검사생활 못 견딘다는 것이다. 출세다. 줄 서기다. 군대같은 ’검사동일체 원칙’이다. 그런 현실이 검사들을 바꿔버린다는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검사들을 망친다는 것이다.

검사출신의 후배에게 물었다. 국민들이 검찰을 어떻게 생각할 거 같으냐구. 거침없이 말한다. 견찰로 생각한다고, 견찰이 무엇인가. 설명을 해야 되는가. 검찰총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검찰의 색깔이 달라진다. 그래서 지금 국민은 새로 임명되는 검찰총장에 대해서 분수에 넘친 관심을 갖는 것이다.

국감에서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검사들의 답변을 들었다. 국회의원들이 질문을 한다. 대답은 들으나 마나다. 대답하기 곤란하면 ‘수사중’이거나 ‘답변하기 적절히 않다’라는 것이다. 그들의 대답을 들으며 마치 해탈한 도사의 법어를 듣는 착각을 일으킨다. 대답을 하면서 그들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왜 이렇게 망가졌지?’ 혹시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 황량한 벌판에도 꽃은 핀다

11월 9일에 열린 서울 광장 촛불 시국집회는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1만 여 시민이 모였다. 야당과 시민단체 종교계 노동계 등 289개 단체가 참가한 집회에서 이들이 한결같이 요구한 것은 ‘특검’이였다. 왜 특검인가. 국민들은 이제 검찰의 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특별’을 통해 국정원 선거개입을 비롯해서 NLL 대화록 유출, 그리고 대선에 관여한 그 많은 관변단체를 조사하자는 것이다. ‘특검’요구의 중심에 불신이 있다.

일본 동경지검 특수부는 1976년 7월27일 새벽, ‘다나까’ 전 총리를 전격 연행해 구속했다. 한달 후 보석으로 석방된 다나까는 끈질긴 법정투쟁을 벌였지만 1심과 2심에서 ‘징역4년 추징금 5억엔’의 중형을 선고받았고 그해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1993년 사망했다. 그러나 최고 재판소(대법원)는 1995년 2심형량을 그대로 인정하고 유죄를 확정했다. 지금도 일본검찰은 정치인에게 저승사자다. 정치권력의 압력이 통하지 않는다.

한국도 검찰이 본때 있게 국민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한국검찰은 1996년 8월26일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과 노태우를 법정에 세웠고 법정은 사형과 무기를 언도했다. 그 다음 얘기는 그만 두는 게 마음 편하다.

윤석열 지청장이 국감에서 당당하게 한 말이 있다.

“이렇게 된 마당에 사실대로 말하겠다” “조 지검장에게 보고를 했더니 파급효과를 감내하기 어려워하는 걸 보고 지검장에게 누가 될 것 같아 모든 것을 제가 안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사상 비난은 다 감수하고 결행을 한 것이다. 그러나 절차를 위반한 부분은 없다”

조영곤 지검장은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검찰의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 289개의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특검을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조영곤 지검장의 말을 비롯한 검찰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소환조사하고 김무성은 서면조사다. 이에 대한 비난이 들끓자 김무성도 소환조사를 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검찰의 결정이 온당하다고 생각하는가. 검찰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독재자들이나 권력자의 머릿속은 지극히 단순하다. 눌르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매 앞에 장사 없다는 것을 신앙처럼 믿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비극의 씨앗이다. 애당초 불법을 자행하려는 생각부터가 잘못이고 설사 잘못을 자행했다 해도 바로 깨닫고 바로 잡으면 비극은 피한다. 그러나 오만과 오기가 일을 그르치고 비극을 불러 온다.

동서고금을 통한 독재자들이 그랬다. 우리도 그랬다. 국민은 밟으면 찌그러든다고 생각했다. 불법 부정선거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난 대선도 분석을 해 보면 이명박 정권에서 오래전부터 계획을 한 정황이 잡힌다. 원세훈의 선거개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박대통령은 국정원의 도움을 요청한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국민이 헷갈린다.

황량한 들판에도 봄이 오면 숲이 우거지고 꽃이 핀다. 숲에서 꽃이 핀다. 슾이 국민이다. 꽃을 피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다. 숲을 모두 없애면 된다.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서울지검 특수2부의 김선규 검사가 윤석열 검사 징계를 비판하고 나섰다. 뛰따르는 검사들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검찰이 바뀐다.

우리 모두 꽃을 피우자. 검찰도 경찰도 국정원도 국군도 모두 힘을 모아 이 나라에 아름다운 꽃이 피도록 하자.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아름다운 꽃을 가꾸고 피울 능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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