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말도 있건만

문자 한 번 써 보자.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문자다. 닭이 한 무리면 학도 한 마리쯤은 있다는 말인데 새누리당이 들으면 몹시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학은커녕 제대로 꿩 한 마리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이래서 사람 없다는 말이 나온다. 모래알 같이 많은 인간이라는데 왜 이렇게 귀할까.

사실 잡초 속에 한 송이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억센 잡초 사이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이 들까. 그러기에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다. 비단 꽃만이 아니다. 인간사회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요즘 이조실록에 푹 파묻혀 있는데 읽으면서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회의, 특히 지식인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된다.

이조시대, 당쟁의 중심에 자리 잡은 인물들은 지식인들이었다. 우리 민족만이 그런가. 어떻게 그토록 이를 갈고 서로 미워하는가. 좀 괜찮다 싶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해친다. 남 잘되는 거 죽어도 못 보는 것이다.

이율곡 같은 현자도 온갖 중상모략으로 힘든 삶을 살았다. 그가 세상을 뜬 나이는 불과 48세, 얼마나 중상모략에 시달렸으면 일찍 세상을 떴을까 나름대로 안쓰럽다는 생각을 한다.

현대사를 한 번 들여다보자. 이승만은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조봉암을 빨갱이로 몰아 목숨을 앗아 갔다. 그러나 실상은 이승만의 적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김대중과 노무현도 말 못할 고통을 겼었다. 김대중은 현해탄의 수중고혼이 될 뻔 했고 대통령을 지낸 노무현은 스스로 삶을 청산했다. 자살인가. 아니 타살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달걀로 바위치기다. 바람 부는대로 물결 치는대로 살거라’ 노무현 대통령의 모친이 한 말은 지금도 진리다. 지금도 억압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문재인을 제거하려는 날 선 비수가 아직도 그를 겨누고 있다. 그의 앞날이 걱정이다.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이다. 이제 정적을 죽이는 잔인한 짓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 새누리당에는 사람이 없는가

국정원 국정조사와 국회 국정감사를 보면서 한숨 쉰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도저히 사람의 일반적 상식으로는 할 수 없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도대체 저게 어떤 사람인가. 국회수첩을 열어보고 인터넷 검색을 하면 다시 한 번 놀란다. 저렇게 좋은 환경 속에서 교육을 받았다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차마 이름은 거명할 수가 없어 이니셜만 나열하면 K, K, K, N, Y, L, J, J, 등 등. 저 혼자 잘 난 의원들이 부지기수다. 그 많은 방송국 중에서 국정원 국정조사와 국회 국정감사 전 과정을 생중계 한 방송은 팩트TV였고 그를 통해서 잘난 의원들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자신들은 국민의 대표라고 가슴을 내밀고 다니겠지만 초딩들의 학급대표만도 못한 수준이 많다. 오죽하면 TV를 보던 중학생이 뭐 저래 하면서 혀를 찼겠는가.

그들의 이력과 경력이 얼마나 좋은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학교에서 교육받고 그 힘든 고등고시에 합격해 판사 검사 지냈다. 국회의원 당선 전에는 정부에서 고관대작 지내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면서 거들먹거리고 살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몸이 튼튼치 않다고 군대까지 면제됐으니 진짜 하느님도 너무 관대하신 게 아닌지. 각자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니 그야말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그렇다면 의원노릇이나 좀 잘하면 얼마나 좋은가.

야당은 제대로 했는가. 남의 욕 하는 건 쉽다. 몇 몇 공부한 의원들을 빼고는 여,야가 오십 보 백보다. 그저 알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머리 조아리는 고위공무원들이 속으로 얼마나 땅을 칠까. 저런 수준 앞에서 예! 예! 고개를 숙이자니 아침 먹은 거 토하지 않은 게 다행일지 모르지만 지들도 잘 한 것 하나도 없으니 몽둥이로 매를 맞아도 싸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서울대 조국 교수를 거명했다가 방송에서 개망신을 당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라는 김태흠의원이야 더 말 할 필요도 없고 별 3개 달고 옷을 벗은 보훈처장을 보면서 국민학대죄를 만들어야 된다는 망상도 해 봤다.

### 왜 이리도 충신(사람)이 그리운가

나라가 어지러울 때 더욱 그리운 것이 충신이다. 흔히 충신이라면 백제 의자왕 때 좌평 성충과 홍수를 생각한다. 혼군인 의자왕에게 정신 좀 차리라고 간하다가 결국 죽게 되지만 죽을 때도 유언을 남긴다. 적군이 처들어오면 ‘백강’과 ‘탄현’을 사수하라고.

인륜을 저버린 세조에게 저항한 4육신도 있고 폭군 연산군과 광해군을 간하다가 목숨을 잃은 충신들도 부지기수다. 목숨이 귀한 것을 왜 모르랴만 그들에게 의는 바로 충이였고 그것을 위해 목숨을 버렸다. 국민연금 관련해서 장관직 사임한 진영 의원이 돋보이는 이유도 같다.

당태종 이세민은 중국역사상 가장 현명한 군주로 통한다. 그러나 그냥 명군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충신이 있었다. ‘두여회’나 ‘방현령’이란 훌륭한 신하가 있었고 치국과 국방에 몸 바친 ‘장손무기’도 있었다. 그리고 만고의 충신이라는 ‘위징’이 있었다.

충신 위징은 늘 태종에게 충언을 했다. "군주는 배이며 백성은 물이니, 물은 능히 배를 띄우기도 하고 또한 능히 배를 뒤엎기도 합니다. 백성을 두렵게 여기십시오.” 또 다른 명재상 ‘방현령’은 태종에게 편중되지 않은 인사를 시행토록 했다. 바로 인사가 만사임을 강조한 것이다.

맹탕으로 현명한 군주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종을 이 나라 최고의 현군으로 만든 것도 현명한 신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에게 ‘성충’이나 ‘위징’같은 현명한 충신이 있었다면 능멸의 오물통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았을 것이며 원세훈 같은 측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 그 뿐이랴. 4대강은 오늘도 푸르고 맑게 유유히 흐르고 있을 것이다.

### 외다리로 선 한 마리의 학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무는 것은 훈련받은 개다. 민주국가에서 훈련받은 개가 필요한가.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없다. 국가의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참모가 필요하고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동서고금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혼자서 잘 난 지도자는 없었다. 진정으로 훌륭한 지도자는 주위로부터 끊임없이 지혜를 빌렸고 충고를 들었다. 설사 자기 생각과 다르다 하드라도 토론을 통해 의견의 접근을 모색했다. 그것이 바로 소통이고 그럼으로 해서 상하가 가슴을 열고 힘을 모았다.

박근혜 정부를 일방적이라고 한다. 소통이 없다고 한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불통대통령이란 명예스럽지 못한 별명이다. 어느 누구도 대통령 앞에서 말을 못한다고 한다. 그럴수록 단절의 골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잘못 알려졌을 수도 있다. 미리 겁을 먹고 할 말을 못할 수도 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는 무사안일주의자 들이다.

대통령이 얼마나 할 일이 많은가. 일일이 모두 챙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참모를 두는 것이 아닌가. 지금 ‘기춘부원군’이란 말이 시중에 떠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부통령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미 부산 ‘초원복집’으로 지역감정 조장의 선구자다. 이런 참모가 핵심측근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결코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20년 전에 일이다. 지금 잘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속상한다.

새누리당의 사람이 없는가. 아니다.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있다. 김무성을 비롯해서 황우여 최경환 등이 얼마나 잘 난 인물들인가. 이들에게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그냥 명성이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서 대통령이 민심을 알도록 제대로 전하는 것이다. 그것이 할 일이다.

당당해야 한다. 김무성의 경우도 NLL 대화록을 부산에서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게 폭로하고 말썽이 나니 슬슬 외국으로 돌면서 화살을 피했다. 얼마나 비겁한가. 당당하게 ‘내가 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 했다.’ 얼마나 당당하고 대장부다운가. 국정조사 피해서 외국으로 비실거리며 돌아다니다가 국정조사 끝나니까 밤중에 쥐새끼처럼 나타나서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들먹거리니 국민이 웃지 않는가.

누가 대통령 감이라고 인정하겠나. 노무현처럼 ‘그럼 마누라 버리라는 말이냐고 당당하게 말 할 용기 없는가.’ 당당하게 행동하고 책임지는 것이 지도자의 모습이다. 국민에게 비겁자란 인상 이외에 얻은 것이 무엇인가. 그러면서 대통령 꿈이라니 대통령 값이 너무 싸다.

노무현은 참모들 하고 토론을 피하지 않았다. 대통령 시절 사무관 하고 벌린 토론은 유명하다. 아무리 직급이 낮다 해도 토론을 했다. 자신의 주장이 잘못됐으면 깨끗이 승복하고 상대의 주장을 수용했다. 자신이 마음에 둔 인사라 해도 참모들이 정당한 이유로 반대를 하면 임명을 보류했다. 이것이 민주정권의 지도자다.

### 할 말을 하는 참모와 충고를 듣는 대통령

머릿속에는 율조배판을 하는 경륜이 있다 해도 입 밖에 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어네스트 존’도 발사하지 않으면 쇳덩어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데 장관들이 입을 닫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답답하다. 말 하라고 달고 다니는 입이다. 더구나 국사를 맡은 사람들이면 더 말 해 무엇하랴.

원희룡 전 의원이 할 말을 했다. 이른바 쓴 소리다. 귀가 번쩍 띤다. 새누리당에서 저런 소리를 언제 들었던가. 기억이 없다.

“157명이나 되는 의원들이 모두 순한 양이다. 목소리가 없다. 국회의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의원들이 끙끙 앓기만 하는데 청와대가 무서운가 보더라. 다음 총선 공천 생각하고 있더라. 당내에서 건강한 토론 풍토 자체가 죽어버리면 국민들이 기다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 새누리당 역사상 당내 토론이 가장 없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박 대통령이 원칙과 일사불란한 걸 중시하니 정치가 상당히 경직돼 있고 보기에 따라선 마비 상태, 마법에 걸려 있다. 지금 국회에 있는 사람들이 이 마법에서 풀려나야 한다. '새누리당이 마법에 걸려 있어도 국민은 결코 마법에 걸려 있지 않다.”

‘친박’이라는 유승민 의원의 국정감사를 봤다. 쓴 소리를 해서 국방부 관리들을 하얗게 만들었다. 아마 관리들은 속으로 저 사람이 새누리당 맞아? 했을지 모르지만 바로 그런 것이 박근혜 정부를 위하는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MBC, KBS 사장을 위에서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 것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진태, 김태흠, 이장우, 윤상현, 김도읍, 권성동 등 등의 국정감사를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자신들은 당과 대통령을 위해 일편단심 충성을 한다고 우쭐할지 모르나 보는 국민의 눈에는 영 아니다. 보는 사람이 민망할 지경에 이르렀다면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것이다.

새누리당을 보는 국민의 눈은 어떤가.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것이 민주화된 세상이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같을 것이다. 서로간에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공통으로 느낄 것이다. 그것은 대통령이나 일반 국민이나 다 같고 특히 대통령 같은 지도자는 국민과의 소통을 우선순위로 놓아야 될 것이라고 믿는다.

국회의원은 또 어떤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잘못된 정치에 대해서 가차없는 비판을 가해야 할 것이다. 여 야를 가릴 것 없이 정부를 감시하고 아픈 질택을 하는 것은 그들을 국민의 대표로 뽑아준 국민에 대한 당연한 의무다. 그렇다면 지금 의원들이 하는 행태는 무엇인가. 특히 새누리당이 정부의 잘못을 끼고만 도는 모습을 보면 왜 저런 사람들이 국민을 대표해야 되는가에 깊은 회의를 느낀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이다. 국회의원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지금 국회의원들은 민주주의 수호라는 소임을 다 하고 있는가. 아니다. 민주주의 기본인 선거의 가치가 훼손됐다. 불법 부정선거가 자행된 것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각성이 필요한 때다. 새누리당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 이런 때일수록 바른 말 하는 의원들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것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소유도 아니다. 국민 모두가 함께 향유해야 할 낙원이 되어야 한다.

목숨 내 놓는 성충은 아니라도 끊임없이 충언을 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그립다. 수많은 닭 중에서 외다리로 선 학의 모습이 얼마나 의연한가. 스스로 꼴을 돌아다보라. 이게 정당인가.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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