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멘붕'에서 벗어나기를

벌통에는 두 마리의 여왕벌을 인정하지 않는다.
여왕벌 주변에서 짝짓기를 노리며 붕붕대는 수벌들, 여왕벌과 수벌들이 무슨 수작을 하는지 모른 채 꿀만 찾아오는 일벌들.

수 백대 일의 경쟁을 뚫고 여왕의 간택을 받아 짝짓기에 성공하지만 수벌의 수명은 그것으로 끝이라고 했다. 그래도 자신의 생명이 끝나는 줄 모른 채 단 한 번의 짝짓기를 기다리는 수벌들. 일벌이 물어다준 꿀을 빨며 여왕벌과 짝짓기를 노리는 그들에게 반란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첫 여성 대통령이 등극했다. 주변의 국회의원 중에는 백의종군하겠다고 여왕의 부담을 덜어준 갸륵한 사람도 있다지만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여성 대통령의 등극을 마치 돌아온 여왕처럼 받드는 것 같다. 오직 여왕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여왕의 눈치만 살피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

철저한 계산으로 무장한 국회의원들이야 한 자리 잡기 위해 무슨 짓을 못하랴만, 그래도 최소한의 정치 역사의식과 상식을 갖춘 것처럼 보였던 의원들조차 한 마리의 수벌처럼 침묵하는 꼴을 보면서 새누리당의 앞날을 걱정한다.

아니다. 우리나라의 앞날을 걱정한다.

절반가량의 국민들이 절망하고 있음에도 그런 국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거는 국회의원을 찾을 수 없다. 노동자들이 자살하는 현실을 보고도 단순 교통사고처럼 치부해 버리는 것인지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는 '그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야당과의 공조가 아니라 야당을 협박하고 있다. 승리감에 도취되어 전리품 분배에 눈독을 들이던 기원전의 전사들을 보는 것만 같다.

당선자가 임명한 비서실장과 대변인 그 중에서는 대변인은 입이 거친 인물이라는 소식이다. 동아일보 기사는 새누리당조차 당황했다고 한다.

앞으로 인수위를 어떻게 구성할지 모르나 지금 대로라면 당선자가 말하는 국민통합과는 먼 인물들로 채워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mb정권의 인수위와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는 말이다. 과연 새누리당 국회의원들 중에는 지금 상황을 보며 소신을 가지고 자기 의견을 말하는 국회의원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 금뱃지 값을 해야 한다.자기에게 돌아올 밥그릇만 따질 것이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다시 보고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동북아시아의 정치적 상황도 주시하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일본에 대한 방위 대책은 절실하다고 본다. 대규모 군사의 침공만으로 나라가 망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가 기울면 잘 훈령되고 성능 좋은 부기로 무장한 일개 연대로도 나라는 무너질 수 있다. 과거 청일 전쟁 후 일본이 조선을 강탈했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과거 유럽에서 체코와 헝가리의 민주화가 실패했던 일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구 소련의 사단 병력 정도의 침공이 있었을 뿐임에도 두 나라 민주화는 좌절하고 말았던 사실은 우리도 교훈으로 새겨둘 필요가 있다.

하긴 골수 친미 고성능 무기로 무장한 주한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친일파들은 우방인 일본이 치고 들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 친미 친일 사대주의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난 시대 그러다가 일본에게 나라를 먹혔다고.

그리고 더 가까이, 지난 1961년 5월 16일 쿠데타로 정부를 엎었던 반란군들의 숫자를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민주당은 패배로 인한 '멘붕' 상태라면 새누리당은 승리에 취해 '멘붕'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지금 과반수 득표나 셈하며 희희낙락거릴 때가 아니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외국의 비웃음을 기분 나쁘게만 봐서는 안 된다.

빨리 승리감을 털고 국제적인 변화와 국민들이 원하는 것, 그리고 국민들의 아픔을 읽어야 한다. 국민들의 마음을 잃으면 나라를 잃는 것도 순식간임을 알아야한다.

들쥐처럼 mb를 따르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잊지 않고 있다. 앞으로 한 마리의 여왕벌을 위해 존재하는 벌 떼, 그 벌떼들이 붕붕거리는 벌통이라고 국민들로부터 비웃음을 사는 새누리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도 여왕벌의 눈치나 보는 수벌 같은 존재라는 조롱거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끝으로 하나만 묻자. 새누리당 국회의원들, 과연 당신들은 행복한가?
2012.12.25.

**윗 글은 <인터넷 한겨레> 블로그에 게재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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