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알자. 뭘 잘못 했기에 문재인만 끌려 다니나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선현들의 지혜는 경이롭다. 한 마디 말에 깊은 교훈이 담겨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공자님의 말씀이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의미다.

조심스럽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 치고 ‘정치쇄신’을 바라지 않는 국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새누리당도 ‘정치쇄신’을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정치쇄신이란 말로만 되는 것도 아니도 입으로 떠든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안철수가 우리 정치사상 유래가 없이 혜성처럼 등장해서 각광을 받는 이유는 한 마디로 ‘정치쇄신’을 주장하는 안철수와 그 말에 공감하는 국민의 소망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 안철수 무소속 후보(왼쪽)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 ⓒ<서프라이즈> 갈무리
안철수의 ‘정치쇄신’주장은 거칠 것 없이 쾌속질주 했다. 국민들은 환호했다. 안철수가 가슴속 깊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만약에 정치적 계산을 했다면 이야말로 대박이다. 완벽하게 성공했다. 전략의 달인이다.

그러나 아무리 성능이 좋은 자동차라 하더라도 속도조절은 필요하다. 어느 자동차도 무한정 속도를 높여서는 안 된다. 운전자의 좌우명이다.

경쟁에는 상대가 있다. 혼자 뛰는 마라튼이라면 기어서 가더라도 일등이다. 그러나 둘이 뛰면 달라진다. 내 다리가 아프니 너도 걸어가라고 하면 상대가 들을 리가 없다. 혹시 같이 쉬면서 얘기나 하다가 다시 함께 출발하자고 하면 모른다.

안철수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은 정치쇄신이고 그 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국회의원 수도 줄이자. 정당도 개혁하자. 등 등 많기도 한데 이건 자기 의 주장이니까 무슨 소리를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경쟁자인 문재인에게 요구를 할 때는 상대의 생각도 매우 중요하다.

안철수가 민주당의 쇄신도 요구했다. 단일화 회담에서 이른바 ‘친노’를 문제 삼았다. 문재인이 받아 들였다. 3철이라고 하는 양정철 이호철 전해철을 비롯해서 9명이 문재인 캠프에서 물러났다. 왜 그들이라고 할 말이 없으랴. 그러나 찍 소리 안하고 사라졌다. 단일화 협상에서 걸림 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안철수가 요구하는 민주당에 대한 요구도 집요했다. 당을 쇄신하라는 것이다. 당 쇄신에 대한 안철수의 강력한 주장에 대해 문재인은 자신에게 맞겨 달라고 했다. 사실 문재인도 난감했을 것이다. 생각이 필요했을 것이다.

지금은 세상이 다 알고 있으니까 말이지만 안철수가 요구하는 당의 쇄신은 민주당의 당 대표인 이해찬과 원내 대표인 박지원 퇴진이다. 요구하는 안철수야 얼마든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받는 문재인으로서는 만만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적군이라 해도 지켜야 할 예의는 있다.

지금 민주당의 모든 권력은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에게 있다고 하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다. 안철수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줄기차게 이해찬 박지원을 겨냥하는가. 이해찬은 친노의 대표라는 인식 대문인가. 박지원의 호남 장악력 때문인가. 문재인이 못할 줄 알고 궁지로 몰아넣자는 것인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지나친 일이다.

문재인은 100만 국민이 경선으로 선출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다. 거의 수모에 가까운 요구를 고분보분 들어줬다. 협상장에 배석했던 윤건영도 문제를 제기하자 배제시켰고 안철수 협상단 이태규의 한나라당 전력을 리트윗한 백원우 정무특보도 퇴진 시켰다. 안철수가 요구하면 문재인을 들어 주는 것이 공식처럼 되었다.

단일화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단일화는 안철수와 문재인을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60%가 넘는 국민이 원하는 정권교체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이해찬과 박지원의 퇴진 없이는 단일화 협상 못하겠다고 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단일화는 포기할 수 있다는 협박이 아닌가. 남의 집에다 대고 너희 식구 중에 마음에 안 드는 인물이 있으니 쫓아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사람들은 왜 문재인이 저렇게 질질 끌려만 가느냐고 질타를 한다. 심지어 안철수가 생각하는 ‘단일화는 여론조사’로 해야 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문재인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민주당이 자기 당 후보를 홍보하고 지원하는 것이 잘못인가. 민주당 후보인 문재인을 지지해 달라는 문자를 모낸 것이 잘못인가. 안철수가 지지자들 모아놓고 지지 부탁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억지주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안철수의 요구대로라면 문재인은 이해찬 박지원을 내 처야 하고 민주당의 지원도 받으면 안 되는 것이다.

세계 대전도 싸움은 하면서 정전협상을 했다. 한국전쟁도 마찬가지였다. 협상을 왜 중단하는가. 협상은 공동의 자리다.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다. 문 딱 닫아걸고 밖에서 항복문서 쓰고 들어오라니 문재인은 난감하다.

문재인이 입을 열었다. “친노와는 협상도 못한단 말이냐. 나도 친노다.” 오죽 견디기 힘들었으면 이런 말을 했겠는가. 지금 안철수가 주장하는 정치쇄신 속에 구태청산이라는 것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면 안철수의 요즘 정치행태는 구태와 어떻게 구별이 되는가? 정면으로 묻는 것이다. 국민도 이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둘이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한다. 원수 진 것도 없지 않은가. 단일화가 된다면 어차피 힘을 모아야 한다. 안철수가 일관되게 정치쇄신만을 조건으로 협상장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안철수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주장은 하되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

밥상에 앉아야 배를 채울 수 있지 않은가. 국민도 배가 고프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