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귀농이야말로 농촌을 회생시키고 식량의 자급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또한 이시기에 젊은이들의 귀농은 농촌에 아직 남아있는 노인들로부터 농사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농사란 교과서적인 지침만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농사란 하늘의 도움과 과학도 중요하지만 하늘의 움직임과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의 지혜는 더 중요하다. 적어도 3, 4년 길게는 10여년의 교육과 실습이 필요한 일이다.

노인들의 소중한 경험도 우리 민족의 자산인데 지금 노인들의 경험은 끊어질 위기에 놓여있다. 지역에 따라 다른 토질, 기후, 작물의 성질, 그리고 가꾸는 일을 과연 교과서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사라진 토종 씨앗, 이제 찾기도 어려운 토종 가축들이 아쉬워지는 요즘이다. 극히 소수지만 몇 분들이 토종을 찾고 기른다는 소문도 듣고 있다. 지금도 우리의 무관심속에 사라지고 있는 토종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토종을 온전히 지켜내고 키우는 일도 젊은이들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젊은이들의 귀농을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젊은이들의 귀농을 권하지 못한다. 지금도 모든 공산품 가격은 소비자 권장 가격이 붙고, 해마다 어떤 형태든 이윤을 보장하는 가격 상승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유독 농산물 가격만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적용되는 농산물 시장에 맡겨버리고 있다. 아마 1, 2차 산업의 제품 중 생산자의 최소 이익을 배제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오직 농산물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일반적인 농업으로 소득은 낮을 수밖에 없고 그로인해 농민들의 생활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영농법인이나 시설 농업, 축산 등 대규모 농업도 소비자의 기호변화가 빠른 사회에서 가격 불안을 벗어날 수 없다.

몇 년 호황기에 누군가 돈 벌었다는 소문이 나면 많은 농민들이 달려드는 바람에 과잉 생산과 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운이 좋아 몇 년 재미를 볼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에 부채가 많은 농가는 파산하게 된다.

그렇다고 그런 농가 부채를 국가가 책임져 주는 것도 아니다. 전적으로 실패와 성공이 농업인 개인의 책임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귀농을 부추기는 말은 자칫 젊은이들을 투기판으로 내모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차마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잖아도 어려운 농촌의 형편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가 의도적으로 가을 벼 수매 가격을 낮추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강원도에서는 지난해 1,510원이었던 벼 1kg 가격을 금년에는 1,335원으로 결정했다고 들린다. 한 술 더 떠 충청북도에서는 공공비축미 수매 가격을 벼 40kg 포대당(1등급 기준) 4만 7천원으로 결정했다는 기사도 보인다. 벼 1kg당 약 1,200원 정도 되는 가격인 셈이다.

벼를 찧을 경우 일반적으로 쌀은 70%정도 나온다고 한다. 4만 7천원 짜리 40kg 벼 1포대를 찧으면 일반 쌀은 약 28kg이 되는 셈이다. 쌀 1kg은 약 1,700원 꼴인데 1kg의 쌀이면 밥 10공기가 만들어지니 1공기의 가격은 170원 꼴이 되는 셈이다.

도정비용을 감안하여 쌀 20kg 1포의 가격을 5만원 쯤으로 잡는다고 하더라도 밥 1공기에 필요한 쌀값은 250원이다. 식당에서 1천원 받는 밥 1공기의 원가가 250원인 셈이다. 세상에 한 끼니를 해결하는데 가격면이나 영양가에서 쌀보다 싸고 더 좋은 음식이 또 있을 것인가!

얼마 전 시장 입구에서 쌀 20kg 1포대에 최저 2만 5천원까지 파는 것을 봤다. 2년 전 벼로 찧었다는 쌀이라고 했다. 그걸 보며 쌀이 남아도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농민단체들과 일부 언론의 주장에 의하면 정부가 고미를 방출하여 20kg에 3만원에 판매한 것은 금년도 벼의 수매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었는 것이다.

아무리 물가 안정이 중요하다지만 농민들의 피와 땀인 쌀값을 낮추는 것으로 물가안정을 꾀하겠다니!
농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짓임은 물론 현재 농촌의 노인들이 죽는 것으로 우리 농업을 끝내려는 수작 아니고 무엇인가?

식량 자급률 높일 생각은 하지 않고 농민들을 죽이고 농촌에서 내쫓는 나라. 입안에 들어가는 밥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줄 아는 무지한 자들이 정치하는 나라.

2010년 중국의 1인당 국민 생산은 4,361달러라고 한다. 거기에 비해 우리의 1인당 국민총생산은 2만 759달러로 중국의 5.4배에 달한다. 그런데 중국에서 20kg들이 1포대의 쌀값이 우리 돈으로 최저 1만 4천원에서 최고 1만 8천이라고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20kg들이 1포대의 쌀값은 최저 3만원에서 5만원 수준이다.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중국의 쌀값과 우리나라 쌀값을 단순 비교하면 우리나라 쌀값이 비싼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국민 소득 대비하면 우리나라 쌀값은 중국에 비해 한참 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마 중국의 1인당 국민 소득과 비교 한다면 우리 쌀값은 적어도 현재 수준의 2배는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일부 언론은 중국과 우리의 쌀값을 단순 비교 하고 있으니!

2000년대 초까지도 중국의 쌀값은 우리 쌀값의 10분의 1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쌀값은 우리 쌀값의 2분의 1수준까지 올랐다. 이제 가격의 단순 비교만으로도 비교우위 운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만약 중국인들의 소득이 올라 쌀 소비가 느는 날이면 중국의 쌀값은 어떻게 될까? 우리의 쌀값에 버금하리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기후 등으로 인해 쌀을 수확량은 줄고 있다는 소식이다. 세계시장의 쌀값은 시시각각으로 오르고 있다. 그만큼 식량의 무기화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쌀 증산을 계획하기보다는 쌀값을 묶어 두려는 우리 정부를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식량 자급률이 26% 수준이라는데 농가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는 쌀 농업마저 죽이겠다는 농업정책! 오르지 않는 물가가 없고 비료 등 농자재 가격도 작년에 비해 최소 30% 가량 올랐다는데 쌀값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뿐이다.

농민들에게 적정 가격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 모두 쌀값 현실화를 심각하게 고민하자. 쌀 귀한 줄 모르고 쌀을 생산하는 농민을 천시한다면 그건 스스로 밥그릇을 걷어차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식량의 무기화는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다. 정말 도시인들도 현재의 쌀값이 다른 물가에 비해 싸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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