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장기 투쟁 사업장 조합원 정신건강 실태조사 발표
4명 중 1명 자살 위험군, 외상후 스트레스 발생도 위험 수준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잇단 자살과 그 자녀들까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등 노사 갈등이 오래 지속되는 사업장에서의 스트레스 및 정신건강 실태 파악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 장기 투쟁 사업장 조합원 4명 중 1명이 ‘자살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지부장 장영열)은 조선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에 의뢰하여 포스코사내하청업체, 한국쓰리엠, 보워터코리아, 대우아이에스 등 광주전남 지역 장기투쟁사업장 조합원을 상대로 예방적 심리상담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24.7%인 53명이 자살 위험군인 것. 이 중 자살 생각을 매우 많이 하는 사람도 5.1%인 11명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 금속노조광주전남지부(지부장 장영열)는 포스코사내하청 업체, 한국쓰리엠, 보워터코리아 등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를 상대로 한 스트레스. 정신건강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26일 오후 2시 광주시의회 예결위에서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인권탄압 사례를 폭로하는 증언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광주인

우울증과 불안상태 비율도 22.9%(49명)으로 드러나 분석대상 215명 중 상담이 꼭 필요한 경우는 51명(23.7%), 상담이 권고되는 경우는 29.8%(64명)로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정신적 상담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노조활동으로 인한 정신심리적 충격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의심되는 경우는 14.4%로 이는 사고경험이 있는 지하철기관사(8.5%)보다 높은 수치이다.

또 조사 대상자 중 79.1%(170명)는 노조활동으로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했다. 불이익 유형으로는 부서 및 업무변경이 36.3%, 징계가 30.2%로 가장 많았다.

노조활동으로 가족과 관계 변화에도 나빠졌다고 답한 비율이 30.6%(52명), 탈퇴한 조합원과 89.8%(193명), 직장 상사와는 82.3%(177명)가 답해 조합원들이 가족이나 이웃뿐만이 아니라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점차 고립되어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는 26일 오후 2시 광주시의회 예결위에서 이 같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장기투쟁사업장 스트레스. 정신건강 실태조사 및 인권 탄압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포스코 하청업체, 한국쓰리엠, 보워터코리아 등 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인권탄압 사례에 대해 폭로했다.

금속노조는 조합원들이 접수한 고충처리 요청서를 공개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업무변경, 성희롱, 폭언 등을 당한 사례를 밝혔다.

한국쓰리엠 전남 나주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이아무개씨는 지난 해 12월 최아무개 반장으로부터 반말과 폭언은 물론 남성인 최 반장이 이 씨의 몸을 마구 밀치는 등의 횡포를 가했다.

3일 후 김아무개 팀장은 이 씨를 불러 면담을 요청했지만 최 반장의 말에 순종하지 않았다며 나무랐다는 것.

또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손아무개씨는 7년 동안 일하던 부서를 떠나 갑작스러운 부서전환배치에 불만이 있었지만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부서전환배치를 거부하고 중징계를 받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부서전환에 동의했다.

손 씨가 옮겨간 부서는 환경과 작업조건이 안 좋기로 정평난 곳이었고 철결핍성빈혈에 시달리는 손 씨는 부서재전환을 욕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손 씨는 이는 “노동조합을 탈퇴하라는 묵시적인 부서전환 배치라고 생각이 든다”며 고충처리를 요청했다.

이 외에도 조합원 해고 및 징계 남발, 감시카메라를 이용한 조합원 감시 등이 벌어졌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했다.

이 같은 노동자들의 스트레스. 정신건강 이상에 대해 설문을 실시했던 조선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이철갑 교수 외 연구진은 “동일한 스트레스에 반복적으로 계속 노출될 경우 정신건강의 심각한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심리상담 등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사업주와 노조뿐 아니라 감독관청, 지역사회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는 전남 나주 한국3M(91명),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업체 3곳(53명), 영암 보워터코리아(50명), 광주 대우IS(16명)의 노조원들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해고자(3명), 영암 삼호중공업 해고자(2명) 등 215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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