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심장을 받았네> (길상호시인, 실천문학사/ 8천원)

▲ 시집 <눈의 심장을 받았네> 표지.
길상호(37)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눈의 심장을 받았네> (실천문학 발행)를 펴냈다.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현대시동인상, 이육사문학상, 천상병시상 등을 수상한 그는 첫 시집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2004), 두 번째 시집 <모르는 척>(2007)에 이어 이번 시집은 3년 만에 낸 시집이다.

세 번째 시집에서는 불교와 합일이 된 정제된 시어들이 靜(정)과 動(동), 동(動 )과 정靜을 아우르며 시인 자신의 세계관과 잘 맞닿아 있다. 시인이 사용한 불교적 순환도 이제 시인에게는 하나의 도구로 전락해 있다 마치 한 폭의 탱화를 펼치듯, 그의 시세계는 차라리 평화롭기까지 하다. 그것은 ‘蓮의 귀’라는 시에서 잘 드러나있다.

“蓮들이 여린 귀를 내놓는다/그 푸른 귀들을 보고/고요한 수면에/송사리 떼처럼 소리가 몰려온다/물속에 가부좌를 틀고 蓮들은 부처님같이 귀를 넓히며/한 사발 맛있는 설법을/준비 중이다/수면처럼 평평한 귀를 달아야/나도 그 밥 한 사발/얻어먹을 수 있을 것이다” 시의 최고 경지에 올라선 그의 시어가 한층 빛을 발 한다.

시인의 자기의 아픔을 모조리 드러내야 시를 얻을 수 있는 것인지 시를 읽는 동안 안타까움이 시를 붙잡는다. 시는 마치 초극의 과정임을 설명이라도 하듯이 시는 고통을 응시한다.

"그릇 속에 앉아서 나를 퍼먹고 더 허기져 하던 너를,/이억해내고야 만다/뜸 덜 든 밥처럼 까글까글한/나를 퍼먹고 속이 쓰렸던 너를, 만난다/~중략~/이제 밥상 앞에 홀로 앉아/내가 나를 떠먹는 저녁/밥은 차갑게 굳어 있다/꾸역꾸역 밀어 넣고는/어김없는 체증에 명치를 누른다"('그릇 속에서 울다' 중)에서

달관자의 자세로 살아가려는 시인의 내면을 엿보게 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손바닥에 올려놓은 무당벌레/차근차근 손금을 읽다가/사람의 운명이란 게 따분했는지/날아가버리고 만다/~중략~/나는 언제쯤 나에게서 훨훨/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무당벌레’중)에서 근거를 발견 한다.

▲ 길상호 시인.
마음이 가난한 나는/빗방울에도 텅텅텅 속을 들키고 마는 나는/뭐라도 하나 구걸해보려고/계절이 자주 오가는 길목에 앉아/기워 만든 넝마를 뒤집어쓰고 앉아/부끄러운 손 벌리고 있던 것인데/깜빡 잠이 든 사이/아무 기척도 없이 다가와 너는/깡통 가득 동그란 꽃잎을 던져 넣고 사라졌지/심장이 탕탕탕 망치질하는 봄/깡통처럼 찌그러든 얼굴 펼수 없는 봄('적선')

그의 가난이 빛을 발하며 뭔가 행복을 말하려는 듯 민중의 해학과 아름다움으로 환치하며 우리들에게 위안을 던져준다. 그의 맑고 투명한 언어들이 힘을 준다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길상호시인 (실천문학사, 128쪽,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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