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영산강사업 답변에 관련한 재질의서 제출 관련 입장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재학 신부, 이하 정평위)는 8월 11일, 박준영 전라남도지사에게 영산강 사업 답변에 대한 재질의서를 제출했다. 이는 지난 7월 1일, 영산강 사업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준영 도지사의 취임에 맞춰 박지사의 입장을 질의한 첫 번째 질의에 이은 두 번째 질의이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7월 13일 이상면 전 정무부지사를 통해 정평위에 답변서를 보냈다. 답변서는 질의의 내용에 대해 5개항으로 나뉘어 답변되어 있었다. 답변의 내용은 언론을 통해 이미 보도된 박준영 도지사가 주장과 전라남도의 친환경사업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아래 2차질의서 전문 참조)

정평위가 주목하는 내용은 박준영 도지사가 정평위와 함께 담양에서 목포까지 영산강 답사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정평위는 박준영 도지사가 함께 답사하자는 의미를 적극적인 소통의사로 간주하였다. 아울러 박준영 도지사가 오염된 영산강의 수질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재질의서를 내면서 투쟁보다는 건설적인 제안으로 상생의 기회를 만들기로 하였다.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영산강 사업이 가져올 미래의 재앙을 충분히 토론하고 검증하는 기회를 갖자고 제안하기로 했다. 

정평위는 박준영 도지사가 주장한 보의 설치나 준설에 있어서 전문가들의 의견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돌이킬 수 없는 오류를 범하는 것 보다 타당한 근거와 과학적인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 토론과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평위는 영산강 본류에 자연재해가 없는 상황에서 지역민의 숙원사업,선거공약이라는 이름으로 국책사업에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회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지금이라도 타당성조사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평위는 전문가집단이 토론을 통하여 영산강 사업을 검증하고 보완하여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검증과 합의가 이루어 질 때까지 지천과 하.폐수 처리시설 공사를 제외한 사업을 일시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정평위는 각 교구를 순회하면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8월 11일에는 낙동강 수계인 상주에서, 9월 6일에는 안동 목성동 성당에서 미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질의서는 8월 22일(일) 천주교광주대교구 전 신자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글. 천주교 정평 

아래는 천주교 광주정평의  재질의서 전문. 

존경하는 박준영 도지사님,

바쁜 도정 중에도 저희 위원회의 질의에 답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도지사님의 답변으로 영산강 사업에 대한 도지사님과 저희 위원회의 입장에 있어서 공통점과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사님과 저희 위원회는 영산강 사업이 오염된 수질개선을 위한 영산강 살리기를 지향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일치하고 있습니다. 저희 위원회는 영산강 사업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영산강 사업이 가져올 미래의 재앙을 충분히 토론하고 검증을 거친 후에 시행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1981년 완공된 영산강 하구둑은 좋은 본보기입니다. 당시에는 농경지를 확보하고 농업용수를 확보한다는 좋은 뜻으로 만들어졌지만 불과 30년만에 후손들에게 엄청난 오염덩어리가 되어 앞으로 투여될 재정의 손실을 포함하면 지사님의 말씀처럼 차라리 둑을 터버리는 것이 나을지 모릅니다. 지금 영산강은 같은 기로에 서있다고 판단하면서 다음의 제안을 드립니다.

1. 지사님께서 주장하시는 대규모의 준설과 보 설치에 있어서 여전히 심각한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지사님께서 말씀하시는 황포돛배 수척이 다닐 수 있는 영산강 뱃길 복원에 수심 5미터 너비 50미터의 준설과 수량이 필요하다는 근거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전문가의 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뱃길을 유지하기 위한 수량치고는 환경을 훼손하는 범위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다른 이유로 수량확보가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 주시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2. 대형 보의 설치에 있어서도 의견이 다릅니다. 지사님께서는 영산강 하구둑의 설치로 오염이 심해졌다고 답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업에는 승천보와 죽산보를 영산강에 설치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대형 보들은 더 큰 오염덩어리를 설치하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수량과 수위를 조절하는 가동보가 설치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하구둑과 같은 오염덩어리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이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해소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와 과학적인 논의가 엄정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3. 영산강 사업이 지역민들의 숙원사업이기 때문에 지사님의 선거공약에도 포함되어 있어서 사업을 진행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릅니다. 영산강 본류에서는 최근 수년동안 홍수와 가뭄 등의 자연재해가 거의 없었습니다. 때문에 지역민의 숙원사업이라는 것은 일부 지역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사님께서는 국가의 예산이 투여되는 사업에 의무적으로 시행하게 되어있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해서 적정성을 담보해야 했습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부분입니다. 단군이래 최대의 공사판을 벌이면서 이미 정해놓은 법을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방법으로 국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정치인의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4. 도지사님의 공약사항이라고 주장하시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전남지역은 민주당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경선은 본 선거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지난 도지사 선거에서 중요한 쟁점이었던 4대강 사업에 대해서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지사님의 공약을 점검하고 찬반토론을 할 기회를 잃었습니다. 민주당의 일방적인 공천 때문이었습니다. 저희는 도지사선거 과정에서 충분한 토론이 있었다면 지사님의 관점이 수정될 수 있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5. 지사님께서 저희 위원회와 영산강 답사를 함께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소통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하고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영산강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마시고 이 분야에서 학문적 성과가 있는 전문가들과 행정가, 환경단체들이 진지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토론에서 도출된 결과를 설명하여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면서 영산강 살리기에 함께 나설 수 있도록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지역민들과 함께 현장을 답사하는 기회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또한 검증과 합의가 이루어 질 때까지는 지천과 하.폐수 처리시설을 제외한 공사가 중단되어야 합니다. 지사님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우리 천주교회에서는 우리 인간들의 신중하지 못한 판단과 선택, 욕심으로 인한 경솔한 개발의 폐해가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 그리고 자연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회칙 ‘진리안의 사랑’을 통해 “자연환경에는 그것을 무분별하게 착취하지 않고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한 목적과 기준을 알려주는 ‘공식’ 또한 담겨 있습니다.”고 하셨습니다.

도정에 어려움이 많으시겠지만 8월 27일까지 답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0년 8월 11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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