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를 보는 시각③-끝] 안보 중심 보수와 시장 중심 보수, 그리고 천안함의 정치 <뉴스 검색 제공 제외>
군사전문월간지 『D&D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이명박 정부 초기의 청와대-군 갈등을 ‘호모 이코노미쿠스’와 ‘호모 밀리터리쿠스’간의 갈등으로 표현했었다. 번역하자면 시장을 중시하는 보수 세력과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 세력으로 구분한 것이다. 이러한 구분법은 천안함 사태를 보는 데서도 일정한 효용이 있다.

북한군의 도발이 명백하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안보보수의 인식을 가장 잘 드러낸 것은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의 대정부 질의였다. 이 의원은 7일 대정부질의에서 “북한군의 경고대로 키리졸브 훈련이 마무리되고 독수리 연습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천안함이 침몰당한 것이며,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은 북한군의 도발이 명백하며 북한군 내부의 강경파들이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정부가 이 사실을 가리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국민 불신이 초래되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이 의원의 인식은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의 주장이나, <조선일보>의 논조와도 유사하다. 조갑제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청와대가 진실, 즉 북의 공격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리는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북의 공격으로 드러난다면 ‘군사적’ 행동을 포함한 보복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군 작전권을 미국에 위임한 한국 정부는 사실상 군사 행동의 권한이 없다. 이창위 서울시립대 교수(해양법)는 지난 9일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 정부가 평시작전권을 환수한 1994년에 핵심 6개 조항, 즉 대북자위권 행사를 한미연합사에 위임한 사실을 들어, 우리 군이 단독으로 대북 군사제재를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설사 북이 개입한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는 유엔 안보리나 기타 분쟁해결 절차에 회부하는 정도로 국한”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까지는 분명한 증거는 커녕, 어렴풋한 정황조차도 나온 것이 없다.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의원들과 국방장관은 북의 공격이 확인된다는 것을 전제로 복잡한 토론을 벌였지만, 뚜렷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전시작전권 환수를 강하게 반대해 온 보수 세력은 바로 그 조항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 시청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집회.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보수언론은 진실을 받아들일 마음이 있나

진정한 문제는 이른바 안보보수 진영이 진실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다는 데 있다. 이들은 참사 바로 다음 날부터 북의 공격으로 단정 짓고, 이에 반하는 어떤 증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신문들은 이들을 선도해 왔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13일 열린 토론회에서 보수 신문들의 보도 행태에 대해 “가정에 의한 가정, 가정이 이어지는 식의 보도”라고 비판했고,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도 “가정법을 이용해 ‘북 개입설’을 마음껏 퍼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군사적인 무력충돌까지도 유도할 수 있는, 간이 배 밖에 나와 있는 언론사”라고 이들을 강하게 비판했었다.

시장보수 세력의 대표라고 할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도 이들의 반발을 그냥 묵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북과의 관계나 국제적 여론도 신경 써야 하고, 국내의 강경 보수 세력의 눈치도 보아야 한다면, 현 정부로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북을 직접적으로 지목하지 않으면서 ‘어뢰나 기뢰 등에 의한 공격’ 정도로 원인을 밝히는 것이 그것이다.

이 경우 안보보수 진영은 북 개입론을 기정사실화하며 대대적인 반북 캠페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5월의 시청 앞에 20만의 군중이 모여 ‘보복’과 ‘친북 세력 척결’을 외치는 장면을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이른바 시장보수 세력도 이 반북 캠페인으로 인해 군사적 긴장이 지나치게 높아지지만 않는다면 이를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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