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달용 한국화가 9일 원화랑 촛불 개인전... "촛불현장을 한국화에 담아"
 자신의 존재에서 출발하여 세상의 모순을 먹물로 따뜻하게 포옹한 작품

전시장소 : 광주 동구 궁동 51번지 원화랑
전시일정 : 2009년 6월 9일(화) 저녁7시 ~ 17일(수)
전시문의 : (062) 222-6547. 010 9943 0118(허달용)

▲ ⓒ허달용. 연서-3. 원화랑 제공.
촛불은 은은하다. 촛불은 어둠속에서 자신과 세상을 한꺼번에 투영한다. 그래서 촛불은 고해와 함께 엄숙미를 담고 있을까? '얼굴의 밝음보다 마음의 정화를, 빛의 밝기보다 은은한 울림'을  주는 촛불들이 화랑에서 켜진다.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한국화단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허달용 화백이 오는 9일 광주 궁동 원화랑에서 '촛불'을 주제로 지난 1997년 첫 전시 이후 여섯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허 화백은 섬세한 붓 터치로 지난해 4월부터 5월까지 뜨겁게 타올랐고 지금도 타오르고 있는 '촛불' 작품 70여점을 내놓는다.

이번 작품들은 1980년대 5월부터 태동하여 이제는 한국화단의 한 산맥을 이루며 당당하게 진보적인 담론과 작품을 생산하고 있는 민족민주미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특히 허 화백은 광주민족예술인총연합 회장직도 맡으면서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운동, 지난해 쇠고기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까지 다양한 사회적 현안이 있는 현장을 지켜온 탓에 그림의 주제의식이 더욱 살아 있는 듯하다.

이런 그의 일상과 고민이 그대로 녹아 있는 작품이 바로 오는 9일부터 17일까지 광주 궁동 원화랑에서 선뵐 '촛불전'이다. 허 화백은 '촛불의 바다'에서 40대 중반을 넘긴 자신의 존재를 다시 더듬었다고 한다.   ‘난 누구일까'라는 화두를 붙잡고 하루도 빠짐없이 광주 금남로 촛불을 지켜본 것. 

▲ ⓒ허달용

▲ '5월에 내리는 눈'. 존치 논란 중인 옛 전남도청.  ⓒ허달용

그래서 일까? 이번 작품들은 80년대와 90년대 민중 미술을 관통했던 이른바 '직설적인 화법'을 살리면서도 한지와 먹물이 갖는 여유와 여백을 살려 빼어난 한국화로서 예술성을 발하고 있다. 여기에 허 화백만의 독특한 먹물기법이 작품의 완성도를 더해 주는 느낌이다.

허 화백은 이번 작품을 낳게 한  '원력'을 '자기존재 이유'에 두었다고 한다.  작가 스스로 "그간의 세월 속에서 난 무엇 때문에 아직도 이곳에 서 있는 것 일까?’ 이런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지"며 삶의 궤적을 돌아보고 현재와 미래의 '나'에 천착한 것.  

그리고 작가는 '촛불의 바다'를 쭉 지켜봐오며 "위기는 기회라는데 이는 어느 누구에게나 통용 되는 말이란 걸 뒤늦게 인정(?)해 가며 이미 어른이 된 나는 삶이... 세상이... 무섭다"며 타고난 예민한 '끼'로서 불혹을 훨씬 넘긴 자신과 세상에게 '일방통행'이 아닌 '좌우통행의 어울림'을 주문한다. 

'마음에서 손끝이 오더라'. ⓒ허달용
▲ ⓒ허달용
ⓒ허달용
이같은 허 화백의 고민의 일단은 "좌던 우던 간에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이유로 조국의 빚을 떠안고 살아가야한다는 것. 어느 편에서 이해를 해야 할까...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무게가 나를 억누른다"는 자기고백에서 잘 읽힌다.  

"하지만 황사와 같은 날들의 연속 속에서 나는 붓을 들고 이야기하고 싶다. 마음에서 손끝이 오더라..." 작가가 붓을 숙명으로 안고 살아야 할 이유이자 자신의 존재를 재확인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이같은 깨달음을 통해 작가는 한국화가로서, 민중미술운동가로서 '촛불'을 먹물로 화선지에서 켠다. 

그래서 일까. 이번 허 화백의 작품들은 '거친 구호'가 쏜살같이 머리를 스쳐가는 속도가 아니라, 은은하게 가슴에 살포시 다가와 꺼지지 않는 촛불하나를 켜 놓은 듯하다.  세상에서 지치고 상처난 모든 생명들을 그림이 어머니가 되어 따뜻한 가슴으로 포옹하는 풍경이다.

간만에 욕망과 질주, 속도, 생존경쟁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마다 촛불하나씩 켜는 감상이 될 것 같다. 더불어  '마음의 촛불'들의 공력으로  '눈내리는 5월'- 옛 전남도청 별관이 원형보존되기를 바란다.       

고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 1지회장 모습. ⓒ허달용
▲ ⓒ허달용


아래는 작가의 넋두리 글 이다.

작년 5월 청소년으로 시작된 촛불운동이 시민들 모두에게 충격이었고
내 자신에게도 자성의 계기였던 것 같다.
4개월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민들과 함께했던
금남로에서 나에게 어리석은 질문을 던져본다.

‘난 누구일까?
그간의 세월 속에서 난 무엇 때문에 아직도 이곳에 서 있는 것 일까?’
이런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지고 또 던져본다.
위기는 기회라는데 이는 어느 누구에게나 통용 되는 말이란 걸
뒤늦게 인정(?)해 가며
이미 어른이 된 나는 삶이... 세상이... 무섭다.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자신과의 싸움이.
또는 좌던 우던 간에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이유로
조국의 빚을 떠안고 살아가야한다는 것.
어느 편에서 이해를 해야 할까...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무게가 나를 억누른다.
하지만 황사와 같은 날들의 연속 속에서
나는 붓을 들고 이야기하고 싶다.
마음에서 손끝이 오더라...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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