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욱 사진전 - 불확실한 여행

▲ ⓒ이영욱.불확실한 여행 #28/롯데화랑제공
광주롯데화랑에서 2009년 첫 개인 초대전으로 이영욱 사진전을 갖는다. 중국 연변을 거주지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영욱의 이번 초대전은 작가의 2007년 개인전 ‘즐거운 유배지 ; 불확실한 여행’과 연장선상 격의 전시이다.

일상생활에서 무심결에 놓아두었던 사물들이 기묘하게 배치된다. 그 모습이 나를 닮았다.
증거를 포착하듯 사진을 찍는다. 그 속에 내가 보인다. 기억한다. 놓여진 그 이유를, 흔적을! 새롭게 발견되는 낯선 내가 있다. 잠시 머물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이 기묘한 사물의 배치를 바라보는 행위는 마치 나를 스스로 관찰하듯 알 수 없는 무의식을 추적하는 불확실한 여행이 된다. - 불확실한 여행에 대한 작업 노트 중 -

작가의 2007년 ‘즐거운 유배지 ; 불확실한 여행’전은 그가 중국 연변대학에 초빙교수로 가면서부터 사진일기 형식으로 만든 시리즈 작품의 전시였다.

일기형식이라고 해서 단순히 지나간 시점의 사실들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의 재구성한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을 시도함으로써 작가의 또 다른 말하기 방식을 제시하였다.

사진이미지 아래 주석처럼 말을 다는 형식으로 이것은 마치 초등학교 어린 시절에 숙제로 제출하던 그림일기처럼 꾸며진 사진일기다. 사적인 비밀스러운 일기를 공개한 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솔직해진다는 거 그것 참 어렵다. 그것은 일종의 고통이고, 상처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 ‘불확실한 여행’ 또한 나의 과거 한 때를 흔적으로 남겼다. 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구체적인 사건이나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나의 기억이 과거를 온전하게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 것처럼, 아니 기억은 사실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재구성하는 불확실한 것인데. 이런 점에서 사진은 기억과 많이 닮아있다.


독자가 나의 사진을 보면서 어떤 의미를 고정시킨다면 그것은 내 이야기가 아니라 관람자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나의 사진들은 공통적으로 공유될 수 있는 확정적인 이야기는 없다.

사진이 현실의 단면을 파편적으로 기록하듯 나의 기억도 파편적으로 각인 되어 있다. 전시 디스플레이 방식을 가지런하게 배열하지 않고, 순서 없이 흩트려놓은 것은 의미의 해독을 어렵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무의식의 질서 속에서 자유롭게 의미가 생성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마치 일기장에서 찢겨진 낱장의 흐트러진 일기들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액자 속에 박제시킨 꼴이다. - 작가노트 중 -

이렇듯 작가의 사진은 관람자들에게 고정된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이기보다는 자기 반영성(self - reflection)을 띠는 소박한 ‘나를 드러내기’이다.

적적한 분위기가 감도는 그의 삶의 단편들을 비스듬히 엿보는 것은 작품의 정서와 일치하는 텍스트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유로운 사색을 가능하게 한다.

살아가는 모습들이 넓은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과정상의 모습인 것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고민하며 기억하는 다양한 감정의 편린들을 별 다를 것 없는 작가의 일상을 통해 문득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롯데화랑제공

■ 전시기간 : 2009. 2. 18(수) ~ 24(화) / 관람시간: 오전 10시30분 ~ 오후 8시
■ 초대일시 및 작가와의 만남 : 2009. 2 . 18(목) 오후 6시
■ 장 소 : 광주롯데화랑(광주은행 본점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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