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가탐방은 최근 「낙관과 낙담 사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마친 남석우 작가를 만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두운 작업실에 들어서니 따뜻한 조명이 빛나고 그의 작품과 비슷한 분위기가 풍겨왔다.

남석우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남석우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시간을 좋아했던 그는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게 됐다.

이 길을 걸어오며 그가 처음 했던 고민은 “무엇을 그려야 할까?”, “어떻게 그려야 할까?”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시작한 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가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이 되었다.

그가 화면에서 이야기하는 법

그의 그림은 실제 풍경을 그대로 그린 것도, 온전히 상상한것도 아닌 하나의 소스로부터 시작해 작가가 완성해가는 그림이다.

그의 그림의 재료가 되는 것은 출처 불분명한 옛날 흑백사진, 정확히 누군지 알 수 없는 평범한 개개인의 삶이 담긴 장면 장면들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모노톤의 이미지에서 원하는 소스만 추출하여 하나의 부분부터 그려낸다.

그는 처음부터 전체 그림의 계획을 잡지 않고 하나의 부분에서 추가하고 추가해서 특유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원본을 변형하고 가공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생성하는 것이다.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인물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얼굴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얼굴의 세세한 표정보다 ‘몸’이 더 보편적으로 모두가 공유하는 언어라고 생각하고, 인물의 행위와 복장 그리고 소품을 통해 이야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 직접적이지 않으면서도 어떤 상태에 머물러있는 그림 속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가져가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마치 하나의 ‘인상 산문집’처럼 그의 그림 하나하나의 인상이 모여 전체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상징과 은유로 뒤섞인 세계

화면 속에서 그는 여러 공간들을 부여하는데, 문을 그려 벽 너머의 공간을 만든다거나, 동굴을 그려 안쪽의 어두운 공간을 만든다거나, 수납장, 책장과 같은 작은 공간을 분할하기도 하여 수많은 안과 밖을 만들어낸다.

그의 그림에서 많이 등장하는 다양한 사물들은 오랜 사유와 몽상의 결과물이다.

어떤 사물의 상충되거나 반대되는 성질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이를 통해 화면을 입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레이어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뼈’와 ‘깃털’이라는 사물을 가지고 안쪽에 있는 ‘뼈’와 바깥에 있는 ‘깃털’의 물성을 연구한다든지, 다르면서도 원시적인 느낌을 공유하고 있는 그 지점을 탐구한다.

남석우 작품. ⓒ광주아트가이드
남석우 작품. ⓒ광주아트가이드

최근작 <This is a dream>(2023)은 어린 시절, 똑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는 자신의 경험이 담겼다.

한 중세의 기사가 흑사병이 창궐한 지역을 지나는 동안, 그의 목숨을 노리는 의인화된 죽음과의 체스 대결을 주요 줄거리로 담고 있는 영화 「제7의 봉인」(1957)에 영감을 받기도 했다.

그의 작업은 악몽(nightmare)의 ‘night’와 기사의 ‘knight’의 발음이 유사하다는 점, 그리고 체스에서 말이 기사(knight)인 점 등 여러 상징과 은유적 요소들이 뒤섞여있다.

그가 어린 시절 밤마다 찾아왔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꿈속에서 되뇌었던 말들도 그림 속에 숨겨뒀다.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내듯 숨겨진 이야기를 찾는 재미가 있다.

그는 그동안 수집해 온 수많은 생각과 몽상들을 무성의 흑백 사진에서 추출한 이미지와 결합하여 자신만의 방식을 통해 화면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의 그림은 어떤 특정한 사건이나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고, 관계없을 것 같은 사물의 새로운 조합과 인물의 행위, 여러 겹으로 쌓인 의미들을 통해 자신만의 ‘뉘앙스’를 연출하고 있다.

그는 회화에 자신의 어조와 목소리를 담고 싶다고 말한다.

또 그가 놓치지 않는 것은 처음부터 “왜 회화인가?”라는 물음이다. 그 질문을 되새기면서,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불편하게 하면서,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나아갈 계획이다.
 

**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72호(2024년 3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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