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로 지친 주민들에 시원한 그늘막 제공

수령이 오래된 나무로 보호하고 증식할 가치가 있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산림청장이 지정한 노거수를 보호수라고 말한다.

반면에 천연기념물(식물)은 문화재청이 관리하고 있어 관리주체가 다르다.

오랫동안 주민들과 함께 해오면서 마을의 액운을 막아주고 안녕을 빌도록 해주는 신목 또는 당산목, 명목이라고 불리는 경우도 있다.

음력 정월대보름이 되면 제사를 지내고 소원을 비는 각종 행사가 펼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운남동 갈참나무ⓒ 광산구 제공
광주광역시 광산구 운남동 갈참나무ⓒ 광산구 제공

지역주민들과 모진 풍파를 함께 헤쳐온 광산구 운남동 보호수 갈참나무.

1982년 12월 3일 보호수로 지정됐다.

당시 수령(나이)이 320년이다. 그로부터 40년이 흘렀으니 이제 360살이 됐다.

택지 개발 등으로 높은 옹벽이 설치되는 등 생육환경이 그리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수목은 아주 잘 자라고 있다.

이 갈참나무가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이나 더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속되고 주민들의 액운을 막아주길 바라는 당산제가 지난달 23일 많은 운남동 지역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사실 참나무류가 보호수로 지정된 경우는 흔치가 않다.

그만큼 생존력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갈참나무는 더더욱 그렇다.

참나무류에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등 다양하다.

흔히 참나무 6형제라고 불린다.

잎 크기로 보면 갈참나무는 막내에서 두 번째 정도된다.

이들 참나무 6형제를 구분하는 데는 도토리의 모양과 크기, 도토리를 싸고 있는 모자의 털 유무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잎의 모양과 크기다.

도토리가 자라는 씨방 껍질에 털이 없고 밋밋한 종류는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이다.

신갈은 도토리가 크고 둥근형이지만 갈참과 졸참은 작고 길쭉한 형태를 띠고 있다. 잎의 모양도 다르다.

이들을 민모자 삼 형제라 한다.

참나무 6형제중 털모자를 쓰고 있는 도토리도 있다.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다. 상수리와 굴참나무는 도토리가 매우 크고 둥글다.

떡갈나무는 좀 작고 길쭉한 편이다. 잎 모양은 상수리와 굴참나무는 비슷하지만 뒷면의 색깔이 다르고 떡갈나무 잎이 제일 크다.

떡을 싸서 보관했다 해서 떡갈나무라 했다는 소리도 있다.

짚신 밑에 깔고 다녔다 해서 신갈나무라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36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주민과 함께 해온 운남동 갈참나무의 경우 모진 풍파에 일부 고사가지가 있긴 하지만 잘려나간 가지끝 상처가 잘 아물어져 유합조직이 활성화 되는 등 대체로 건강한 모습이다.

갈참나무가 한 곳에서만 360여년을 살아오기까지는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등의 풍파를 이겨온 흔적이 여기저기 나타난다.  ⓒ
갈참나무가 한 곳에서만 360여년을 살아오기까지는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등의 풍파를 이겨온 흔적이 여기저기 나타난다. ⓒ

수고가 13m, 가슴높이(흉고)나무둘레 2.7m, 수관직경 20m다.

풍성한 수관 밑에 사람들이 쉴 수 있는 큰 정자가 있어 한 여름이면 주위 동네사람들이 더위를 피하는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위에 느티나무와 화백, 동백나무 피라칸타 등이 어울려져 있다.

2월 말. 무성한 잎을 잉태한 눈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몽실몽실 뭉쳐 있다.

앞으로 세달 후쯤이면 더위에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해 주고 삶의 정서에 도움을 줄 것이다.

더울 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정자의 그늘막이 되어주고 마을의 액운을 막아주는 운남동 갈참나무를 보호하는 것은 너와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몫이다.

광주나무병원 나무의사 김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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