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기 좋은 마음을 골라 시로 펼쳤습니다"
진심이 스며, 애틋함을 감출 수 없는 시의 마음

인쇄소에서 새 시집이 도착한 다음 날에도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시를 읽고 쓰는 시인이 있다.

199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서정의 물길을 헤쳐온 황형철 시인이다.

한눈팔지 않고 유별난 착실함과 자신만의 걸음걸이로 지역 시단을 지키며, 시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순정의 세월이 어느새 25년. 드디어 그의 세 번째 시집 '그날 밤 물병자리'(시인의일요일 출판. 1만2천원)가 출간되었다.

황형철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그날 밤 물병자리' 표지그림. ⓒ시인의일요일 제공
황형철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그날 밤 물병자리' 표지그림. ⓒ시인의일요일 제공

황형철은 공감 능력과 감수성을 복원하는 시인의 예지를 지니고 있는 시인이다.

오직 황형철만이 가능한 감각의 서정을 만들어내며, 주변의 일상과 이웃에 대한 연민으로 간절하고 뜨겁게 시를 써낸다.

이전 시집들이 식물성의 세계에 천착하며 사유의 깊이와 진정성 있는 울림을 보여주고, 인간의 삶과 자연의 연결 지점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시집 '그날 밤 물병자리'는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특유의 정서를 재치 있게 반영하면서, 세속 인간의 내면에 숨은 인간다움을 찾아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인이 지니고 있는 제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제주도에 별다른 연고가 없으면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일주일, 열흘, 한 달씩 제주도에서 생활하며 제주를 애정한다.

그곳의 풍광과 사람들을 어느새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 편편마다 감출 수 없는 애정이 스며있다.

그는 이미지를 애써 만들려고 하지 않고, 문체 또한 일반화된 도식을 떠나서 발생상태의 감각적 인상을 참신하게 포착하는 데 노력한다.

자신의 일상을 시의 한복판으로 끌고 나와서 일상생활 속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한편, 가장 낮은 곳으로 시의 마음을 열어놓는다.

그리고 애정으로 시에 견고한 의미의 구조를 구축한다.

황형철의 시 속 시인은 자기와 다른 존재의 근거이면서 동시에 초월의 근거가 된다.

그의 시가 맑고 순정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황형철 시인. ⓒ시인의일요일 제공
황형철 시인. ⓒ시인의일요일 제공

황형철의 세 번째 시집 '그날 밤 물병자리'는 오랜 기억 속에 가라앉아 있던 삶의 흔적들을 섬세한 시선과 언어로 발화한 사유와 감각의 기록이다.

시인은 차분하고도 정제된 목소리로 세련되고도 살가운 언어적 생동감과 실물감을 우리에게 건네준다.

황형철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되레 자학에 가까운 시간을 지나왔다. 이제 와 꼴을 보니 결핍이 글썽글썽하다. 어떤 매력이나 쓸모를 생각한다면 버려야 마땅하나 중언부언 애써 붙들고 있다. 이런 걸 대개는 운명이라지. 거듬거듬 시를 짓는 나에게 미안하다. 누구라도 알뜰히 살피어 손을 잡아준다면 큰 위안이겠다. 멀리 왔으니 남은 게 얼마 안 될 것이다. 놓친 바람을 재빨리 따라야 한다."고 소감을 적었다. 

제공: 시인의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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