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중공업 특허권 총 4건, 채권약 약 6억8천700만원
정부 제3자 변제안 반대...“권리행사 더 미룰 이유 없어져”
양금덕‧김성주할머니 외 1명 추가로 제3자 변제거부 통보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한국이 대신 떠안기로 한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국내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인 원고 4명의 피해자와 유족 등이 미쓰비시중공업 국내 자산에 대해 추가 강제집행(가집행) 절차에 착수했다. 

또 생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에 이어, 유족 1명이 추가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제3자 변제 거부 입장을 통보했다.

양금덕(94) 일제강제동원 피해 할머니가 지난 6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 "굶어 죽어도 이런 식으로 안 받겠다"며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예제하
양금덕(94) 일제강제동원 피해 할머니가 지난 6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 "굶어 죽어도 이런 식으로 안 받겠다"며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예제하

근로정신대로 동원된 양영수(梁榮洙) 할머니 등 원고 4명은 2023년 3월 24일 소송 대리인을 통해 미쓰비시중공업이 소유한 국내 자산에 대해 ‘특허권 압류 및 특별현금화명령’을 특허청이 위치한 관할 법원인 대전지방법원에 신청했다. 

압류 대상은 원고 1명 당 미쓰비시중공업 특허권 각 1건 등 총 4건으로, 4명의 채권액은 1심 판결에서 선고된 배상액과 지연 이자 등을 합해 약 6억8천700만 원이다.

소송 원고들은 2014년 2월과 2015년 5월 광주지방법원에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와 관련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해, 각각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피고 미쓰비시중공업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함에 따라, 이들 사건은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대법원에 계류된 지 4년 3~4개월여에 이르렀다.

피해자 측은 1심에서 승소와 함께 배상금액을 강제집행 할 수 있는 가집행 권리까지 이미 확보했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 그동안 가집행을 미뤄왔었다.

그러나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4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판결이 요원한 상황인데다, 최근 우리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하는 등 원고들의 소송 취지를 왜곡하는 방식의 정치적 타결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더 이상 권리행사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강제집행에 나서게 됐다. 

두 사건 4명의 원고들은 피고 기업 대신 국내 기업들의 출연금으로 배상금을 변제하는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대전지방법원은 이미 1심 법원으로부터 가집행 권한을 확보한 것에 근거해 이후 각 특허권에 대해 압류결정을 하고, 미쓰비시중공업에 ‘압류결정 사실 및 특별현금화명령’에 대한 심문서 송달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가집행은 가집행 선고가 있는 판결에 의한 강제집행을 말하는 것으로, 판결의 확정이 늦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승소자의 불이익을 면하게 하기 위한 제도다.

원고

1심 선고

선고 배상금

가압류 채권액

양영수(梁榮洙)

(1929.7.2)

광주지방법원

2017.8.11

100,000,000원

184,889,871원

김재림(金在林)

(1930.2.19)

120,000,000원

221,846,035원

오철석(吳哲錫)

(1944.12 지진사망자 유족)

150,000,000원

277,218,639원

이경자(李敬子)

(1944.12 지진사망자 유족)

광주지방법원 2017.8.8

3,256,684원

3,365,734원

 

373,256,684원

687,320,279원

 

원고 양영수(梁榮洙) 할머니는 1944년 3월 광주서정공립심상소학교(현 광주대성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1944년 5월경 6학년 때 담임선생이었던 일본인 야마모토로부터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짜로 공부도 할 수 있다. 좋은 학교도 갈수 있다”는 말에 속아 어머니 몰래 도장을 학교로 가져가 일본에 가기로 지원했다. 

당시 만 14세였다.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 배치된 피해들은 다음 해 10월 귀국할 때까지 17월 동안 임금 한 푼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한편, 2018년 11월 29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대법원 판결(2015다45420)과 관련해, 지난 3월 13일 생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가 대리인을 통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에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내용증명을 발송한 바 있다. 

대리인은 여기에 추가해 또 다른 원고 고 박해옥(朴海玉) 할머니(2022.2.16. 사망)의 유족 동의를 거쳐, 지난 3월 14일 추가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유족 의사에 반해 제3자 변제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대리인 측은 “정부가 3월 6일 이해관계 없는 제3자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따라 확정된 ‘강제동원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을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확정판결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가지는 채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제3자가 채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변제하여 소멸시켜도 되는 성질의 채권이 아니다”며 제3자 변제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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