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생물다양성 보존의날...지리산 구상나무 기후행동
60+기후행동.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노고단 대피소에서 '지리산 숲 문화제' 개최...'고유문' 낭독

5월 22일 유엔 제정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날’에 환경단체가 '지리산 구상나무 살리기' 문화제를 개최한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1970년부터 2006년까지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종의 31%가 사라졌다.

해마다 2만 5천 종에서 5만 종이 사라지고 20년에서 30년 안에 지구 전체 생물종의 25%가 멸종하게 된다.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날’을 맞아 지리산 자락 주민들과 노년 세대가 손을 맞잡고 멸종위기에 처한 지리산 구상나무의 ‘경고음’을 듣는 '지리산, 구상나무, 기후행동'를 진행한다.

'지리산, 구상나무, 기후행동'은 60+기후행동(공동운영위원장 윤정숙, 박승옥)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이하 지리산사람들)이 공동 주관한다.

서서 죽은 구상나무가 점점이 보이는 지리산 숲, 노고단에서 피아골삼거리가는 길.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제공
서서 죽은 구상나무가 점점이 보이는 지리산 숲, 노고단에서 피아골삼거리가는 길(드론촬영).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제공
죽은 구상나무들, 지리산 반야봉 아래 (2021년 5월 3일). ⓒ지리산사람들 제공
죽은 구상나무들, 지리산 반야봉 아래 (2021년 5월 3일). ⓒ지리산사람들 제공
힘겹게 살아내는 어린 구상나무들, 지리산 세석평전 올라가는 길 (2021년 9월 9일). ⓒ지리산 사람들 제공
힘겹게 살아내는 어린 구상나무들, 지리산 세석평전 올라가는 길 (2021년 9월 9일). ⓒ지리산사람들 제공

오는 22일 오후 1시 30분 지리산 성삼재를 출발하여 오후3시부터 노고단대피소에서 ‘지리산숲 이야기’, ‘지리산숲 문화제’ 등을 진행한다. 

지리산사람들은 "지리산을 걷다 보면 반야봉,천왕봉 등에 허옇게 말라죽은 구상나무의 무덤들을 발견할 수 있다"며 "지리산국립공원 구상나무는 최근 10년간 죽은 나무 수가 3배나 급증하였고, 서서 죽은 나무가 쓰러져 죽은 나무보다 3배나 많다"고 기후변화에 따른 구상나무의 멸종위기를 경고했다. 

이어 "지리산 세석평전, 벽소령 등 일부 지역의 어른 구상나무들 아래에는 1cm ~ 30cm 어린 구상나무들이 숨죽여 자라고 있다"며 살아남은 어린 구상나무 살리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리산사람들은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여섯 번째 대멸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인류가 ‘불타는 지구’의 불을 끄지 못한다면 인간은 물론 지구상 모든 생명이 지리산 구상나무 처지가 되고 말 것"이라고 지리산 보존과 구상나무 살리기 취지를 설명했다. 

힘겹게 살아내는 어린 구상나무들, 지리산 세석평전 올라가는 길 (2021년 9월 9일). ⓒ지리산사람들 제공
힘겹게 살아내는 어린 구상나무들, 지리산 세석평전 올라가는 길 (2021년 9월 9일). ⓒ지리산사람들 제공
김지석 작가- 구상나무와열매. ⓒ지리산사람들 제공
김지석 작가- 구상나무와열매. ⓒ지리산사람들 제공


 

        고유문(告由文)


유세차

2022년 5월 22일 세계생물종다양성보존의 날을 맞아

한반도와 지구의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모여

천지자연께 삼가 아룁니다.

지금 배달겨레의 어머니 산 지리산이 큰 슬픔에 처해 있습니다.

구상나무숲이 죽어가고 있는 까닭입니다.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쯤이겠습니까.

손가락 끝에 가시 하나 박혀도 온몸이 아프거늘

가장 늠름했던 지리산의 자녀 구상이 선 채로 죽어가고 있음에야

그 슬픔과 아픔은 산꼭대기에서 땅 속 뿌리까지

정수리에서 등줄기 끝까지 과연 스미지 않은 데가 있겠습니까.

지리산의 아픔은 백두대간의 아픔입니다.

자연은 인간과 달라서 하나가 아프면 전체가 아픕니다.

지리가 아프면 덕유가 아프고

덕유가 아프면 소백 태백 설악이 아파합니다.

천지자연이시여,

이 땅의 인간들을 결코 용서치 마옵소서.

스스로 그러하게 무량억겁 조화와 질서를 품어온

당신의 몸 아닌 것이 없는 것을 마구 파헤치고 자르고 태워서

한라산 구상나무들을 죽이고

다시 지리산 구상나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인간들의 이기심과 오만과 아둔함을 결코 용서치 마옵소서.

하지만 도와주소서.

우리가 이제라도 겸손하고 착한 마음으로 돌아가

당신 안의 모든 것들과 더불어 살도록 도와주소서.

스스로 깨닫게 기다리지 마시고 죽비를 내리쳐

미련한 인간들의 정신을 깨우쳐주소서.

낭비와 포만과 편리를 버리고

검약과 부족과 불편의 삶으로 돌아가

기후를 살려 죽어가는 구상나무를 살려내고

지리를 살려 봉화 영취 황악 속리를 살게 하고

백두대간을 살려서 한반도를 살리고

한반도를 살려서 지구를 살릴 수 있게

우리에게 지혜와 용기와 연대의 힘을 주소서.

우리의 지구가 마지막 남은 씨과실임을 깨닫고

이제라도 더 이상 지구를 소비하지 않도록

우리의 다짐과 실천을 도와주소서.

지리산 구상나무 애처로운 어린 싹들

무사히 자라나 다시 깊은 숲을 이루고

반달가슴곰이 찾아와 등을 비비고

멀리 간 표범 늑대 여우 호랑이도 돌아와

표범과 만나면 표범과 놀고 여우를 만나면 여우와 노는

오래된 지리산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소서.

천지자연이시어,

간절히 청하옵건대

더 늦기 전 지금 모두 함께 행동하게 도와주소서.

상향

2022년 5월 22일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날 “지리산, 구상나무, 기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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