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겪어봐야 아느냐
[이기명 칼럼] 겪어봐야 아느냐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21.09.1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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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은 안 먹어봐도 짜다

고등학교 시절, 체육 시간에 느닷없이 100미터 달리기를 시킨다. 1등 하면 상 준단다. 죽자 하고 달렸다. 이변이 나타났다.

뜻밖에 인물이 1등이다. 그것도 바람처럼 달려서 1등이다. 북한에서 피난 나와 가난했다. 도시락 먹는 것을 못 봤다. 비쩍 마른 비실이. 그런 친구가 1등이다. 럭비선수로 스카웃했다. 학교 식당에서 마음껏 먹도록 했다. 몸에 살이 오르고 갈비뼈도 안 보였다. 연습게임에서 그는 훌훌 날랐다. 그 친구가 공을 잡으면 어느 누구도 따라잡지 못했다. 트라이(미식축구의 터치다운과 같다. 5점 득점에 해당)다.

그때부터 럭비 경기에서 우리는 우승을 도맡았다. 해군사관학교 럭비선수가 됐다. 월남전에도 참전했다가 부상을 당했다.

앙상한 갈비뼈가 창피하던 그 친구. 문득 이낙연 후보의 고백이 떠오른다. 이 후보 역시 못 먹어 갈비뼈가 앙상하던 몸이 창피했을 것이다. 카투사(주한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병력)에 가서야 밥을 실컷 먹었다는 이낙연. 삐쩍 마른 이 후보를 연상하면 가엾은 생각이 난다. 갈비뼈가 앙상하던 대학 시절의 자신을 기억할까. 가난한 때를 잊지 않아야 가난한 국민도 생각한다.

■몸에 밴 품격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SNS 갈무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SNS 갈무리

이낙연 후보를 보면 흐르러짐 없는 일상의 몸가짐에 탄복한다. 내가 한 말씀 드렸다.

‘후보님을 뵈면 고운 명주 바지저고리에 옥색 대님 맨 양반 어른이 연상됩니다. 국민은 자신을 집시기에 지개 맨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요. 후보님을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거리감입니다.’

■네거티브라는 괴물

이재명의 막말 욕설을 많이 비판했다. 나의 도덕성은 도저히 그의 욕설이 용인되지 않는 것이다. 나의 욕설도 그에게는 네거티브로 해석될 것이다. 국민은 어떤가. 화가 나면 누구나 심한 욕설을 할 수가 있다. 문제는 수준 문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욕설이 그 수준이라면 그것은 확실하게 문제가 되고 이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나의 생각이다.

이제 그의 욕설을 내 입에 담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을 지지하는 친구들이 하는 걱정이 있다. 도대체 이재명이 자신의 리스크를 어떻게 벗어나느냐는 것이다. 옆에서 듣던 친구가 웃으면 받는다. 무슨 의미인지는 잘 알 것이다.

자신에게 불리하면 사실이 아니고 변호사비 대답 안하는 것은 안 하면 도리가 없고 마지막 대답은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얼마나 편리한가.

■아침 샤워를 하면서

나는 체격이 좋아서 겉으로 갈비뼈를 못 봤다. 타고 나서 그렇다면 모르지만 먹지를 못해서 갈비뼈가 보였다면 그건 비극이다. 이 설움 저 설움 배고픈 설움과 집 없는 설움이 제일이라고 했다. 난 아직 이낙연 후보의 갈비를 보지 못했지만 그 당시의 이 후보 생각을 하면 가슴이 짠하다.

내가 이 후보를 믿는 것은 그에게서 거짓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느꼈던 신뢰와 같다. 자랑 같지만 내게는 선천적으로 거짓말을 판별해 내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마주 보면서 대화를 하면 상대가 금방 눈길을 피한다. 거짓말 하는 것이다. 이낙연 후보는 한 번도 내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거짓말을 안 하기 때문이다.

소금은 입에 넣지 않아도 짠맛을 안다. 후보자가 무슨 소리를 해도 국민은 안다. 저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아는 것이다.

사람은 실수가 있다. 만약에 국민이 판단력 실수로 정직한 후보자를 판별해 내지 못한다면 천생의 한을 남길 것이다. 소금은 꼭 입에 넣어봐야 짠 맛을 아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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