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섬의 항일과 6·25전쟁의 아픔을 다룬 다큐멘터리"

소안도는 완도 화흥포항에서 한 시간 남짓 배를 타면 닿을 수 있는 섬이다. 소안도는 전복, 김, 다시마 그리고 태극기로 유명한 섬이다.

해산물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자그마한 섬이 태극기로 유명하다니 호기심을 자아낸다. 2012년 소안도는 ‘태극기 섬’임을 선포한다.

그리고 365일 내내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기로 했는데 2018년을 기준으로 소안도에는 1,350가구에 1,500개의 태극기가 걸려있다. 소안도 사람들이 이렇게 태극기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소안의 노래' 김경자 감독.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영화 '소안의 노래' 김경자 감독.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소안도는 지리적 위치상(중국과 일본의 중간지점에 위치함)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소안도 사람들은 똘똘 뭉쳐 소안도를 지켜왔다.

임진왜란 때는 자치 방위대를 조직하여 소안도를 지켰고, 동학농민운동 때는 소안도에 동학농민운동의 지역본부가 설치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일제 강점기까지 이어졌고, 소안도는 현재 항일운동의 산실로 평가받고 있다.

소안도에 걸린 태극기는 바다와 섬과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소안도 사람들의 굳세고 높은 의지와 의식을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김경자 감독이 연출한 <소안의 노래>는 소안도에서 있었던 항일운동과 해방 후에 새겨져 지금까지 아픔을 자아내고 있는 상처를 기록한 작품이다.

<소안의 노래>는 항일운동에 가담했던 인물들의 후손들과 6·25전쟁의 참혹함을 겪은 인물들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의 구술을 통해 소안도 역사의 장막을 걷어냈다. 이를 위해 김경자 감독은 약 8년에 걸쳐 소안도와 광주를 오갔다.

<소안의 노래>에서 과거사 구술만큼이나 중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구술자들이 부른 노래다.

상해임시정부로 가서 광동군에 근무한 독립운동가 김장균 씨의 조카는 소안도로 돌아온 작은아버지 김장균 씨가 가르쳐준 노래를 불렀다.

독립운동가 김사홍 씨의 딸은 동생들에게 배운 노래를, 1930년대생 ○○○할머니는 어머니에게 배운 노래를 불렀다. 그들이 부른 노래들은 항일의식 고취와 일제 치하의 고달픔을 표현한 노래다.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 소안도 사람들은 후손들에게 노래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시켰다고 한다.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또한 소안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별가’를 부른다. ‘이별가’는 소안도에서 만들어진 노래로 소안도만의 노래다.

당시 동아일보 기자를 하던 이시완 선생은 소안도의 항일운동 기사를 접하고 크게 감명받아 기자를 그만두고 소안도로 와 소안사립학교의 선생님이 된다.

일제에 의해 소안사립학교가 강제 폐교당하여 소완도를 떠나야 했던 이시완 선생은 ‘이별가’를 만들어 소안도에 남기며 소안도 사람들과의 이별의 슬픔을 달랬으리라.

김경자 감독은 “소안도 사람들은 노래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항일운동을 했다. 이별가는 소안도만의 노래로 소안도에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작품 제목을 <소안의 노래>로 지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소안도의 노래’가 아닌 ‘소안의 노래’라고 제목을 지었냐는 필자의 질문에 김경자 감독은 “소안을 한 명의 인물로 생각하며 제목을 지었다. 소안은 대한민국 국민 일수도 있고, 소안도의 주민 한 사람 한 사람 일수도 있다.”고 답했다.

적극적, 전국적, 지속적으로 항일운동을 한 소안도 사람들이기에 해방 후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마땅했지만 소안도 사람들의 해방 후 삶은 오히려 더 가혹했다.

이승만 독재정권이 저지른 민간인학살, 보도연맹, 목포형무소 재소자 사건 등으로 6·25전쟁 전후 3년여에 걸쳐 250명의 소안도 사람들이 희생당했기 때문이다.

70여 년이 흘렀고 위령탑도 세워지고 국가 차원의 사과도 있었지만 해방 후 소안도 사람들에게 새겨진 상처는 아물지를 모른다.

“<소안의 노래>는 작은 섬의 항일과 6·25전쟁의 아픔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소안도의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분단이라는 상황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소안도 사람들처럼 우리도 아프다고 생각한다. 분단과 평화를 어떻게 작업으로 연결할지 고민이 많지만 그만큼 관심도 많다. 소안도는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며, <소안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다.”

김경자 감독의 <소안의 노래>는 소안도를 주제로 한 여타의 다큐멘터리와 깊이와 넓이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것은 김경자 감독이 소안도를 제2의 고향이라 여길 만큼 소안도를 오래 그리고 자세히 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33호(2020년 1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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