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덕·김성주·김정주 할머니 자서전 출판비 마련 ‘카카오같이가치’ 온라인 모금 시작
“일본 가면 공부할 수 있다”며 회유...대법원 승소까지 고난의 ‘역정’ 기록으로 남긴다

“일본인 담임선생님이 학교에 나와보라고 하더니 ‘일본에 가면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여학교에도 보내준다’고 하는 거예요.” -김성주(金性珠.1929년 9월생)

“일본에 가면 언니를 만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갔지만 다 거짓말이었어요. 해방 후 고향에 돌아왔지만 위안부라고 다 수군수군해요. 내 죄란 일본에 간 죄, 그것 하나밖에 없어요.” -김정주(金正珠.1931년 8월생)

“길가에 일본 사람이 먹고 버린 수박껍질이 있는 거예요. 하도 배가 고파 흙을 닦아내고 먹었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내 평생 그렇게 맛있는 수박은 아직 못 봤어요” -양금덕(梁錦德.1931년 2월생)

여자근로정신대로 동원된 강제노역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담은 자서전 발간을 위해 온라인 모금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재단은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11일부터 약 두 달간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와 함께 ‘변화의시나리오’ 모금 캠페인을 진행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 중요한 외교적 현안이 되고 있는 것에 비해, 전시 여성 노동력 동원 피해자인 ‘여자근로정신대’ 사건은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 가려져 왔었다.

“일본에 가면 좋은 학교를 보내 준다”는 말에 10대 어린 나이에 동원돼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피해자들은 광복 후 고향에 돌아와서도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일본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일부는 일본군 ‘위안부’로 잘못 알려져 가정 파탄을 맞는 등 오랫동안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렇게 일본에서 강제노역은 물론 광복 후 더 큰 아픔을 겪어야 했던 여자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들의 고된 삶을 담은 자서전 출판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소설,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일반인들이 사건의 진상을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여자근로정신대’ 문제는 그동안 조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금까지 변변한 연구 서적이나 소설 한 편, 교양 도서 한 권 없는 실정이다.

여자근로정신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자서전 전문 출판사인 사회적기업 ‘기억의책, 꿈틀’과 함께 지난해부터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된 양금덕 할머니, 김성주 할머니, ㈜후지코시강재공업 회사로 동원된 김정주 할머니를 각각 찾아 뵙고 그동안의 삶을 채록해 왔다.

자서전의 주인공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는 1944년 5월 말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된 피해자들로, 일본에 본 소송에서 패소한 뒤 다시 소송에 나선 끝에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얻은 당사자다.

또 다른 주인공 김정주 할머니는 전남 순천남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던 1945년 2월경 도야마에 위치한 후지코시강재공업 군수공장으로 동원됐다. 일본 소송에서 패소한 뒤 2013년 다시 소송에 나서 현재 대법원의 마지막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미쓰비시로 동원된 김성주 할머니의 여동생이다.

자서전은 미쓰비시로 동원된 양금덕 할머니 편, 언니는 미쓰비시로, 동생은 후지코시로 동원된 김성주·김정주 할머니 편 등 2권이 제작될 예정이다.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의 생애를 담은 자서전 발간이 추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서전에는 일본에 강제동원 되게 된 경위, 현지에서의 강제노역 생활, 해방 후 자식들한테도 다 말하지 못하고 살아온 모진 삶, 일본에 이어 한국 법정에까지 나서 싸워 온 기나긴 삶이 담길 예정이다. 피해 생존자들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자서전은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한편, 명예회복 투쟁에 피해자들의 고난에 찬 역정을 살피는 중요한 역사적 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서전 출판비 마련을 위한 온라인 모금 목표액은 1천만원으로, 모금 캠페인은 오는 10월 11일까지 2달간 펼쳐진다. ‘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동행’,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광주전남지부’ 등이 함께 힘을 보탤 예정이며, 기부금 영수증은 추후 아름다운재단'에서 발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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