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승 작가, "재외문화원 전시에 선정 받았으나 시립미술관에서 배제했다"
광주시립미술관 "담당 큐레이터 업무 실수...작품 선정 업무 개혁안 마련 중"
정 작가 "누리집 공개사과 및 재발방지"요구", 미술관 "선 진상조사, 후 조치"

지난 2014년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은 취임 초 홍성담 작가의 박근혜 정권을 풍자한 걸개그림 ‘세월오월’ 비엔날레 전시를 놓고 결국 정권의 압력에 굴복하여 그림을  내리는 결정을 끝에 결국 관계자들이 사퇴하고 윤 전 시장은 임기내내 비판을 받았다.   

5년여 흐른 지금 이용섭 광주광역시장과 '세계적인 문화예술 역량'을 갖춘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 임기 중에 '제2의 세월오월', 제2의 일본 소녀상 철거' 사태를 연상케하는 '검열 의혹' 논란이 발생해 문화예술계의 반발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일 정유승 작가(시각예술)가 자신의 SNS를 통해 광주시립미술관의 '검열 의혹'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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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의혹'을 제기한 정유승 작가가 26일 오후 광주 동구 아이플렉스에서 열린 지역문화예술인 집담회에서 광주시립미술관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예제하

정 작가는 SNS에서 "지난 4월 시립미술관과 런던 재외한국문화원의 협약전시에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시립미술관 담당 전시 큐레이터로부터 전달받았으며, 큐레이터는 작가선정과정, 전시주제, 출품작품 등을 함께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 작가는 <집결지의 낮과 밤>(광주 성매매 집결지를 다룬 영상)작품사본, 신상정보 파일을 큐레이터에게 보냈고 이후 한달 후인 5월에 담당큐레이터는 전시 주제가 ‘에코-자연’으로 변경되었음을 알리며 다른 작품이 있는지 문의했다는 것, 

이에 따라 정 작가는 다시 <오늘의 믿음>(성매매 여성의 미신-자연적 샤머니즘을 다룬 영상)을 보냈으나 일주일 후인 5월 16일 담당큐레이터로부터 선정작가에서 '배제'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광주시립미술관 큐레이터의 '배제 결정'을 납득 할수 없었던 정 작가의 문제제기에 대해 담당 큐레이터는 “재외한국문화원 측에서 정유승작가의 작품이 '한국 내부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전시하기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었기에 미술관에서는 어렵게 내린 결정이다“ 라는 답변을 받아야 했다. 

담당 큐레이터의 배제사유 해명에 대해 의구심을 갖은 정 작가는 협약전시를 추진 중인 런던 재외한국문화원에 직접 문의한 결과 “공립미술관으로부터 정유승작가님의 작품 전시를 함에 있어 내용적인 부분에 서 큰 이슈가 없는지에 대한 문의를 받은 바 있었으며, 재외한국문화원에서는 해당 주제에 대해서 전혀 전시 제약이 없음을 전달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광주시립미술관은 정 작가의 <집결지의 낮과 밤>을 영국 협약 전시에서 배제한 이유를 뚜렷하게 내놓지 않아 시립미술관 자체적으로 검열을 한 것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  

광주지역 문화예술인들이 26일 오후 동구 아이플렉스에서 정유승 작가 '검열 의혹'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집담회를 열고 있다. ⓒ예제하

이러한 시립미술관 쪽의 태도에 대해 정 작가는 26일  오후 광주 동구 아이플렉스에서 갖은 지역작가들과 집담회에서 “여러 정황상 성매매와 여성 인권에 대한 주제를 편견으로 바라봤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담당 큐레이터는 지난 3개월 동안 사유를 명백히 밝혔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 작가는 "성매매 문제는 가부장제 국가체제 혹은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로, 이 문제가 제대로 다루어지기는커녕 국가기구와 민간사회 양자의 외면이나 적대와 증오로 은폐되어온 사안"이라며 "이를 예술적 주제로 다루려는 제 작업에 대해 임의적인 '판단'으로 '배제'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검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거듭 시립미술관의 검열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정 작가는 “최근 아이치트리엔날레서 한국의 소녀상 작품이 검열당하는 등 국제무대에서도 많은 검열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면서 "인권평화도시인 광주의 시립미술관이 저의 작품을 두고 부적절한 작품이라 여겨 배제했던 행태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번 '검열 의혹' 사태 과정에서 광주시립미술관의 '갑질 의혹'도 비판을 사고 있다.  

정 작가가 26일 공개한  담당 큐레이터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모든 전후 상황을 덮어버리고 처음으로 돌아가서 전시에 다시 참여해라. 전시는 미술관과 작가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큰 그림을 그려라. 이런 문제로 시끄러우면 작가지원 예산이 줄어들 것이니 공론화하지 말라”며 권위적익 관료적인 '명령체 문자'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검열 의혹 사태 집담회'에 참석한 광주지역 문화예술인들은 광주시립미술관에 대해 "△작품 검열 의혹에 대한 해명 △시립미술관 측의 공식 사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이 26일 오후 정유승 작가 '검열 의혹'과 관련한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집담회에 예고 없이 들러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예제하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이 26일 오후 정유승 작가 '검열 의혹'과 관련한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집담회에 예고 없이 들러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예제하

이날 예고없이 집담회장을 찾은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정 작가의 작품 배제 의혹에 대해)그동안 과정을 잘 몰랐다. 우선 진상을 파악한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석한 변길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도 “전시 주제에 집중하려 했다. 전시 추진 과정에서 큐레이터가 실수를 한것은 맞다"며 "작가 및 작품 선정 업무 개선을 위한 '혁신개혁안'을 마련 중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혁신 개혁안)을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변 학예연구실장은 "분명한것은 '검열'은 절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유승 작가는 "시립미술관 측의 향후 조치가 미흡할 경우 청와대 국민신문고 청원과 미디어 전파 등으로 강력한 후속 행동을 하겠다"고 경고 메시지를 남기며 집담회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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