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인 김유찬씨가 한나라당 정두언ㆍ박형준 의원과 이 전 시장의 의원 시절 지구당 사무국장 권영옥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26일 검찰에 고소함에 따라 위증교사 주장을 둘러싼 진실게임의 실체는 검찰에서 가려지게 됐다.

김씨는 고소장에서 `배후 세력이 있다'는 등 두 의원의 방송 발언을 문제삼았다. 따라서 표면적으론 두 의원이 과연 허위 사실로 김씨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 이번 사건 수사의 본류다.

그러나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기 위해 김씨의 주장 자체의 진위를 가릴 필요가 있다. 수사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검찰은 일단 "고소장을 면밀히 살펴본 뒤 수사 주체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명예훼손 고소 사건은 주로 형사부가 맡지만 대선 주자를 둘러싼 주요 사안인데다 자칫 수사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선거 전담 부서인 공안부에 맡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수사가 시작되더라도 허위증언 교사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씨가 주장하는 위증교사 및 금품 수수, 살해 협박 의혹이 모두 10년전 벌어진 일인데다 현재 김씨의 일방적인 진술만 있을 뿐 어떤 물적 증거도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1997년 3월께 이광철 비서관측에서 받은 현금 5천500만원을 쇼핑백에 담긴 그대로 당시 집주인에게 전셋돈으로 전달했다"고 말했으나 이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5천500만원은 김씨가 받았다고 주장하는 돈일 뿐 이 전 시장측의 관여 사실을 확인할 증거로는 부족하다.

김씨는 또 1998년 영등포 구청장 선거에 낙선한 뒤 스스로 만든 비망록 성격의 선거백서를 공개했지만 이 또한 김씨의 기존 주장을 뒷받침하는 참고 자료일 뿐 결정적 증거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백서에는 'MB캠프로부터 선거자금 조달 차질'이라는 당시 기록이 들어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수사의 어려움과 무관하게, 수사가 시작되면 고소인 김씨를 시작으로 여러 참고인들이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피고소인 신분인 정두언ㆍ박형준 의원과 권영옥씨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김씨가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시티)내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회사를 차리고 이 전 시장과의 관계를 과시하며 투자자를 모았다"는 정 의원 발언도 고소 대상에 포함돼 상암 DMC 사업 입찰 전반에 대한 수사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시장도 참고인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김씨가 "10년 간 이 전 시장을 상대로 정치 스토커 행위를 했다"는 박형준 의원의 진술도 고소장에 넣어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김유찬 선거백서'엔 어떤 내용이 = 김씨는 1998년 지방선거 낙선 뒤 스스로 펴냈다는 선거백서에서 이 전 시장 측에서 2천만원을 받았고, 입후보 전날 이 전 시장을 찾아갔다가 낭패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서를 지난달 21일 2차 기자회견 이후 찾아냈다. 1998년 선거 직후 펴낸 것이 분명하며 곧 이 백서를 한나라당 후보검증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백서에는 ▲ MB 사건 공판과정에서 이(광철)비서관을 통해 2차례에 걸쳐 2천만원을 받은 내용 ▲입후보 등록 전날 선거 지원 요청을 위해 MB를 만나러갔는데 MB가 무섭게 미친 사람처럼 달려들었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백서는 선거자금에 들어간 각종 영수증 사본, 증빙 서류 등 200여페이지 분량의 인쇄본인데, 김씨는 백서를 "나 스스로 만들었고, 단 1부만 갖고 있다"고 했다. 제작 시점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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