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의 끝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 그동안 볼 거 못 볼 거 온갖 것들을 다 보면서 이 나이가 됐다. 일제 강점기 B-29가 떴다고 운동장 구석에서 코를 막고 엎드렸던 기억.

해방이 뭔지도 모르고 어른들 따라다니다가 신발 잃어버리고 혼난 기억. 6·25 때 시골에서 보리쌀 한 말 얻어 짊어지고 오다가 미 공군기 기총소사에 죽을 뻔한 기억.

그리고 4·19, 5·16, 6·10항쟁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촛불혁명, 박근혜 탄핵 구속. 인생이란 왜 이리 고단한가. 얼마나 더 못 볼 것을 봐야 하는가.

■죗값은 받는가
 

이명박 전 대통령. ⓒ팩트TV 갈무리


죗값은 반드시 받는다고들 한다. 이명박이 기자회견을 할 때 기침을 하는 바람에 몇 번인지 말이 중단됐다. 그걸 보던 친구가 하는 말이 죗값을 받아서라고 했다.

작은 죄를 지어도 반드시 값을 받는다고 한다. 하늘의 크고 깊은 뜻을 어찌 알겠느냐마는 기자회견을 보고 있는 순간만은 천벌이라는 걸 생각했다. 기자회견 후 뜨거운 국민들의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을지 모른다. 있었다. 차가운 냉소가. 뜨거운 분노가.

지금 자신이 당하고 있는 현실이 ‘故 노무현 대통령 자살에 대한 복수’라는 이명박의 주장. 이명박의 전과가 몇 범인지는 알겠지만 그의 인생이 거짓말 행진이란 말을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헌신했던 측근들에게 가해지는 계획된 박해를 보면서 노 대통령은 무척 괴로워했다. ‘모두 죽이려나 봐요.’ 대통령의 그 어두운 얼굴을 잊지 못한다. 노 대통령의 성격을 잘 안다. ‘그렇게 미우냐. 사라져 주마. 그것으로 끝내라’

어두운 새벽 부엉이바위에서 고향 마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문다.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짓을 한 인간에게 하늘이 무심하면 안 된다.

노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듣고 이명박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냥 ‘어’ 하고 말았을까. 거울을 보며 표정관리 연습을 했을까. 천벌은 하늘(天)이 내리는 벌이다. 백성(국민)을 하늘이라고 한다.

■걸어 온 길을 보라

이명박의 드러나는 행적을 보면 누가 그렇게 꾸미라고 해도 힘들 정도로 다채롭고 복잡하다. 그중에서도 돈에 대한 집착으로 저지른 부정과 불법은 한 마디 기가 막힐 뿐이다. 나쁜 쪽으로 머리가 비상하면 완전범죄를 생각할지 모르지만 착각 말라. 지옥에 가서라도 죗값을 치른다.

요즘 그는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믿을 놈 하나도 없다고 할 것이다. 분신이나 다름이 없다고 철석처럼 믿었던 측근들이 양심을 회복한다.

그들의 양심고백은 천 길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절망일 것이다. 기자회견장에서 두 손 모으고 서 있던 충신들도 믿지 못할 것이다. 일찍이 양심이란 깊은 산속 마르지 않는 옹달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혈육보다도 더 가깝게 믿었을지도 모를 김희중의 입을 보면서 이명박은 덜덜 떨고 있을 것이다. 15년 동안 수족같이 부려먹던 김희중의 아내가 자살했을 때 조문은 고사하고 조화 한 송이 보내지 않았다. 이러면서 측근들의 양심고백을 원망할 수 있는가.

자수서를 쓰는 측근들이 있다. 이런저런 짓 했다는 자기 고백이다. 이명박이 아무리 ‘복수극’이라고 강변을 해도 인간만 더욱 추해진다. 일부 똑똑한(?) 정치평론가나 대학교수들은 대통령이 분노를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정두언은 이명박이 기절초풍할 3가지가 있는데 죽기 전에는 말 못 한단다. 그럼 왜 입을 놀리는가. 국민 데리고 노는가. 학대하는가. 이런 인간도 이명박 곁에 있었다. 왜 말 못 하는가.

이명박의 ‘정치보복’ 운운은 문재인 대통령 개인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모욕하는 망언이다. 대통령의 분노는 지극히 당연하다. 만약에 대통령이 이명박 망언에 침묵했다면 국민은 뭐라고 했을까.

부처님의 인내라고 칭송했을까. 속없는 사람이라고 비웃었을까. 나는 후자 편이다. 당연히 분노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판 글을 쓰지 않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그게 하늘의 섭리다. 죄를 지고도 벌을 받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양심이 고통을 받는다. 벌 받으면 되는 것이다.

■이명박의 선택, 국민을 보라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남에게 몹쓸 짓 하면서 불법으로 모은 재산의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난다. 생각만 해도 기가 막힐 것이다. 그러나 무슨 방법이 있는가. 이제 난생처음으로 옳은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하늘은 죄진 자에게도 골고루 기회를 준다. 속죄의 기회다. 과연 속죄는 되는가. 진정으로 참회를 하면 속죄가 된다. 어떻게 아는가. 국민의 눈은 속이지 못한다. 국민이 하늘이라고 하지 않던가.

숨김없이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 용서를 빌어야 한다. 불법으로 축적한 재산을 내놔야 한다. 장학재단에 내놓은 재산도 빼면 안 된다. 다음엔 반성하면서 죄를 기다려야 한다.

하늘이 내리는 죄다. 진정으로 참회를 하면 국민이 용서한다. 부정하게 모은 재산을 사회에 내놓으면 그로 인해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보는 기쁨 또한 대단하다. 그런 기쁨을 언제 맛보았겠는가.

하숙생이란 대중가요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세종대왕도 빈손으로 왔다. 연산군도 빈손으로 왔다. 이순신 장군도 빈손으로 왔고 원균도 빈손으로 왔다. 안중근 의사도 빈손으로 왔고 이완용도 빈손으로 왔다. 이병철도 빈손으로 왔다. 이건희도 빈손으로 왔다. 그들은 이름을 남기고 간다. 이명박은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가. 빈손이다. 욕심내지 말라.

MB 단죄가 적폐청산의 종점이라고 믿는 국민이 다수다. 국민이 하늘이다. 하늘의 뜻을 거스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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