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과 바퀴벌레

70여 년 전, 어렸을 때 집 근처에 서울경마장이 있어서 자주 구경을 갔다. 말이 결승점에 도달할 즈음이면 선두 그룹에 기수들은 채찍으로 연신 말 궁둥이를 때린다. 잘 달리는 말을 왜 저렇게 때리나 했는데 그게 바로 ‘달리는 말에 채찍’이라는 거로구나 알게 됐다.

자식 공부 잘 하는 걸 마다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 애들 과외 시키다가 살림 거덜 난다는 비명 역시 자식 공부 잘 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무리 공부를 시키고 싶다 해도 죽어라 공부를 싫어하거나 재능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 달리지 못하는 말에게 아무리 채찍을 휘둘러도 소용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요즘 국민들은 정말 어지럽다. 경쟁이나 하듯이 드러나는 이명박근혜 정권의 불법과 비리는 이 나라에서 살아온 국민들에게 더없는 슬픔을 안겨줬다. 우리가 이런 나라에서 세금을 내고 군대를 갔고 저런 공직자들에게 기대하면서 살았다는 생각에 억울하다 못해 분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왼쪽)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팩트TV 갈무리

특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국정원의 비리를 보면 국정원이 아니라 ‘걱정원’이라고 하는 말이 맞는다.

국가안보와 간첩 잡는 데 쓰라는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꺼내 쓰고 박근혜에게 40억이나 갖다 바친 국정원장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하다. 특히 200만 불을 미국에 보내고 멀쩡한 공관을 두고 250평 공관을 따로 마련해 10억의 거금을 들여서 치장했다는 원세훈 부인의 결단에 부창부수란 저런 것인가 무릎을 친다.

■죽어도 그냥 죽지 않는다

무한한 자부심으로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한 대부분의 국정원 직원들은 요즘 얼굴을 들고 다니지를 못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흐려놓듯이 몇몇 국정원의 고위간부들이 저지른 비리는 국정원을 범죄자소굴처럼 인식시켰다.

이명박근혜 시대의 국정원장 3명 중 2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40억의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했다. 국정원 차장을 비롯해 고위직들이 거의 모두 구속됐다. 

국기를 흔든 댓글 사건의 중심에도 국정원의 원세훈을 비롯해 국방부의 김관진 전 장관이 있고 임관빈 전 정책실장이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 국정원이 지금 무슨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국정원의 개혁이 필요한 것은 그들이 일할 수 있는 자부심을 되찾아 주는 것이다.

국정원 개혁의 중심에 김병기 의원이 있다. 국정원에서 20여 년을 인사담당을 했기에 국정원을 잘 알고 또한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저항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개혁의 중심이 국정원이고 국정원을 개혁하지 못한다면 모든 개혁은 물거품이다. 따라서 국정원 개혁이 모든 개혁의 중심이라도 해도 틀리지 않는다.

국정원 개혁에 대해 가장 강력히 저항하는 세력은 바로 국정원의 비호를 받은 자들이다. 지금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이들의 저항을 그냥 방치하고는 민주개혁은 공염불이다. 촛불혁명은 꺼지고 말 것이다. 이는 바로 국민의 염원을 짓밟는 배신이다.

■국민이 두렵지 않는가

새벽에 화장실 문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어린애 손가락만 한 바퀴벌레가 있다. 순간적으로 밟았다. 바퀴벌레가 어디 엎드려 숨어 있다가 기어 나왔는가. 홍준표 말마따나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 것인가 아니면 나가야 산다고 판단한 것인가. 대대적으로 소독을 했다. 이제 안 보겠지. 나타나면 박살이다.

국민의 지지 75%를 받는 대통령을 내란죄로 고발해야 한다는 심재철의 헛소리와 그 말을 경청해야 한다는 전희경의 헛소리를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가. 박정희 같았으면 의원직을 사퇴시켰을 것이다. 바퀴벌레의 위기의식이 발동됐는가. 심재철과 마주칠까 봐 겁이 난다. 그도 방송기자 출신이다.

국민 대부분이 갈망하고 있는 개혁의 중심에는 적폐정치 청산이 있다. 그 안에 국정원 개혁이 있다. 국방부의 댓글부대와 이를 지휘한 국정원은 민주정치의 기본을 파괴한 자들이다. 이들의 존재를 모르는 국민은 하나도 없다.

국정원 개혁방안이 발표되었다. 이름은 '대외안보정보원'. 직무 범위는 국가안보를 위한 해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 수집 등으로 제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빠져 있다. 국외정보와 외국정보만 수집하게 되어 있다. 정치탄압 수단으로 악명 높았던 대공수사는 아예 제외한 것이다.

적폐청산 대상자들이 간첩을 누가 잡느냐고 호들갑을 떤다. 이적행위라고 펄펄 뛴다. 안보에 목숨을 걸어야 할 인재들을 정치 공작 판으로 내몰고, 국민의 혈세를 대통령과 원장이 사생활에 빼 쓴 자들이다.

국가안보를 구멍 낸 전직 국정원장과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돼 국민 신뢰가 바닥인 상태에서 국정원에 안보를 맡길 수가 없다. 국정원 개혁은 하루가 급하다. 무너진 둑을 다시 바로 세워야 한다.

그동안 국가안보를 정치에 악용해온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는데도 ‘정치보복’이라며 비호해온 수구보수 야당과 언론들이 인제 와서 ‘안보’를 내세워 국정원 개혁을 비판하는 건 바퀴벌레가 형님이라고 해도 모자랄 판이다.

■기회는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적폐세력은 어느 시대에도 존재한다. 그들 세력을 그냥 방치하면 정치발전은 없다.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때인가. 국민의 염원이 모여서 밝힌 촛불혁명으로 이제 이 땅에는 개혁의 물결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연일 드러나고 있는 청와대·국정원·국방부를 비롯한 적폐세력들의 망국적 범죄는 하루가 멀다고 국민을 아프게 한다. 순순히 사라질 적폐세력이 아니다. 그들의 저항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국민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적폐세력의 수괴급이라고 할 수 있는 김관진 임관빈은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되었다. 그러나 불과 11일 만에 법원의 구속적부심사로 석방됐고 임관빈도 풀려났다. 법과 양심에 따라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와 또한 법과 양심에 따라 구속적부심에서 김관진을 석방한 판사의 양심은 국민을 헷갈리게 만든다.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는 판사의 판결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다. 대법원장은 판사의 판결에 이런저런 말을 말라고 훈계성 발언을 했고 현직 판사는 이를 비판한다.

"서울지법 형사수석부의 3회에 걸친 구속적부심 석방결정에 대해 납득하는 동료법관을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인천지법 김동진(48ㆍ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가 2일 자신의 SNS에 전체공개로 올린 비판의 글이다. 

언감생심 대법원장에게 적폐세력이라고 말할 용기는 없지만 생각이야 못할 것이 없다.

바닷가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인간의 생각은 저마다 다를 수가 있다. 무엇이 옳은가. 하느님이 판단하시는가. 하느님의 판단은 어떤가. 적폐세력의 청산을 지지하는 국민의 여론은 절대적이다. 적폐세력의 정리 없이는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국민의 생각도 절대적이다. 

그렇다면 적폐청산 반대 세력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를 방해하는 그 어떤 세력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사법부는 대법원 판결 다음 날 인혁당과 관련된 8명의 사형을 집행한 세계사법사의 빛나는 훈장을 달고 있다. 이것이 법과 양심인가.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지만,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박정희의 군사쿠데타 이후 지금껏 제대로 된 민주주의 삶을 겪어보지 못한 국민에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어느 누구도 이를 방해할 수는 없다.

정당의 목표가 집권이고 정치하는 이유가 설사 대통령이라 해도 그 방법은 정당해야 한다. 지금 야당의 주장과 행동이 과연 국민의 소망과 궤를 같이하는가. 홍준표 정우택 안철수 김동철에게 감히 국민의 이름을 빌려 간곡하게 호소한다. 국민의 뜻을 거역하지 말아 달라. 이제 적폐청산과 개혁은 돌아갈 수 없는 길이다. 달려가야 할 유일한 길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국민의 뜻에 반해서 말꼬리를 잡고 매달리는 우매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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