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 진성영의 섬이야기
지난 8월 말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 새섬(조도:鳥島, 진도군 조도면 소재)에 내려오면서 첫 번째로 한 일은 걸음도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어머니의 손발이 되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 살림과 따뜻한 음식을 손수 차려 어머니의 불편함을 최소화시키는 일이었다.
새섬의 여름은 조석으로 선선했지만, 대낮의 기후는 몹시도 더워 하루 새끼 식사 중 점심은 간단한 국수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음식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나는 어머니를 부엌 식탁의자에 앉혀놓고 어머니표 국수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과정을 말로 하고 나는 그 과정에 따라 조리를 했다.
어려워 보였던 음식 만들기는 처음 국수를 끓이는 일부터 시작해 점차적으로 이어 나갔다.
어머니와 나의 입맛이 비슷해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음식을 하는 사람들의 정성과 손맛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
새섬의 9월은 고구마 순이 넘쳐나는 시기였다.
어머니와 나는 늘 일상을 밭에서 보냈다.
“아들아! 오늘 저녁에는 고구마 순 무침을 해 먹어 볼까나” 하셨다. “어머니, 고구마 순 무침도 제가 해볼게요”
고구마 순을 뜯어 내차에 가득 싣고 집으로 와 어머니와 둘러앉아 고구마 순 껍질을 다듬어서 집 뒤 아궁이에 넣고 데쳐서 집 된장을 풀고, 설탕 대신 매실로 간을 하고, 마지막에 미원을 약간 넣어 버무려서 맛있는 저녁을 먹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께서 나에게 하는 말...,
“막내아들 시골로 내려왔는데 내손으로 밥 한 끼 지어주지 못하는 것이 어미로서 미안 하구나” “어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전 이게 너무 좋아요.. 내가 해드린 음식을 잘 잡수시는 것만 봐도 아들은 행복합니다”
다음날 아침, 어머니는 일찍 일어나셨다. 지팡이를 짓고 부엌을 이리저리 다니시는 게 보였다. “어머니! 뭐하시게요?” 어머니는 내가 며칠 전 잡아 온 물고기로 탕을 끓이려고 한다고 했다.
나는 다시 어머니를 식탁의자가 아닌 흔들의자에 앉히고, 어머니표 탕 레시피를 말로 해달라고 했고 나는 그대로 행동으로 옮겼다. 거기에 백 선생 요리 레시피를 추가해 어머니께 아침 조반에 우럭탕을 올려 드렸다.
매운탕을 끓이는 것도 처음 해봤지만, 기본적으로 다진 마늘과 된장, 간장, 대파, 그리고 시원한 국물 맛을 낼 수 있는 무만 있으면 탕 끓이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하나하나 어머니를 대신해 배워가는 섬 생활 요리는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는 자연스럽게 다가왔고, 매일 어머니의 밥상을 차리는 동안 막내아들은 너무나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