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대통령의 인천공항 방문을 계기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비정규직 1천만 시대에 대통령의 계획대로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제로화 시키고 대기업 민간부문으로 확산시킬 수만 있다면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과연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내부 반발, 정규직화 내용과 방식, 소요 예산 등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그 방식으로 ‘무기계약직 전환’과 ‘자회사 설립’이 등장하고 있어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 처우,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갈무리

먼저 ‘무기계약직’이라 함은 1년이나 6개월 등 일정한 기간을 정해 체결했던 근로계약 대신 말 그대로 기간의 제한이 없이(무기) 정년퇴직까지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기간 단위로 잘릴 수 있는 불안감이 없어져서 언 듯 정규직처럼 보이기도 한다.

허나 지금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사례들을 보면 일부 지자체들에서 처우 개선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상당수는 비정규직일 때와 마찬가지로 각종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노동계는 여전히 비정규직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일자리가 보장되기에 일각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인 ‘중규직’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규직 대비 50%에 불과한 저임금과 사회보험, 퇴직금 및 각종 법정수당의 보장 등 획기적인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무기계약직은 여전히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다.

다음은 ‘자회사 설립“이다.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여 차별을 없애고 정규직과 똑 같은 대우를 해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정규직 전환이다. 그러나 최근 인천공항과 인터넷 SKB, LGU+의 자회사 설립이 보도되면서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은 원래 정규직으로 채용되어야 했지만 신자유주의 이윤논리 등에 의해 외주위탁으로 넘어갔거나 계약직으로 바뀌면서 대규모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방법 또한 외주위탁과 계약직을 없애고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된다.

헌데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로 돌리고 있다. 이미 일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서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한다며 시설관리공단이나 자회사를 설립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들 자회사로 편입된 노동자들은 처우가 비정규직 시절과 별반 다를 바가 없고 일부는 노동 강도가 더 세졌다는 증언이 적지가 않다. 직접 고용하지 않고 자회사를 설립하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가?

비정규직만 따로 묶기 때문에 원청회사 정규직과의 차별을 은폐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구조조정 시에는 자회사를 우선 정리할 수 있어서 원청의 바람막이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또한 관피아들이나 원청업체 상무 이사 등 고위직들은 여전히 퇴직 이후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고 이런 꼼수들 이제는 사라져야하지 않겠는가! 

자신이 일하고 있는 직장의 정규직이 되는 것을 고대해왔던 비정규직 당사자들에게 특히 외주위탁에 의해 용역업체 비정규직 신세를 면치 못했던 이들에게 자회사란 또 다른 세련된 용역업체로 밖에 달리 보이지가 않을 것이다.

대통령까지 등장하여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해놓고서는 이 따위 꼼수 질을 하게 되면 새로운 적폐는 쌓이기 시작하고 남는 것은 사회적 저항뿐이다. 제대로 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무기계약이나 자회사 설립의 길이 아니다.

'무늬만 정규직'으로 바꿔놓고 생존 고통에 허덕이게 한다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처우 개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진정한 정규직화인 것이다. 사람이 희망인 세상은 비정규직 없는 사회와 직결된다는 것을 결코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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