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37주년 5.18광주민중항쟁 연재시

오월은 지나지 않았다. 

이종인

 

이 땅은 오월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처절하게
서러움에 복받쳐 울고 또 울어야 했던 나날들,
야생화는 몇 번이고 같은 자리에서 꽃잎을 떨궜지만
망월동 비문을 둘러싼 국화는 시든 적이 없고
기나긴 세월을 밟으며 오늘에 이르도록,
방아쇠를 당긴 자를 찾을 수 없다는 말에
총칼로 부서진 영정을 끌어안은 어머니의 얼굴은
빗물을 머금은 먹장구름처럼 낮게 흐느꼈다.
여전히 그날로부터 총성은 그치지 않았다.
짓밟힌 영혼의 메아리가 맴도는 거리에서
쓰러져 간 시민군의 이름을 환하게 비추는
거침없이 타오르는 촛불의 노래와
광장을 뒤덮은 우렁찬 함성에
누군가는 겁에 질려 귀를 막고,
탐욕에 사로잡혀 시민에게 총을 겨누는 자들이 살아있는 한,
오월은 지나지 않았다.
아직, 이 땅은 오월을 넘어서지 못했다.

ⓒ광주인

** 이종인 시인은 시집 『남은 길』, 『흔적을 묻다』 등. 월간 새가정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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