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연의 길 따라 사람 따라]

봄이 깊어간다. 성큼 여름이 다가온다. 금수강산에 명산이 많지만 한여름 따가운 햇살을 피하며 등반하기에는 녹록치 않다. 그러나 제암산(전남 보성 웅치면)에 가면 한여름에도 땡볕을 피하며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제암산 더늠길이다. 제암산 정상 807m 중 해발 500m를 경유하는 총 연장거리 5.7Km다. 2016년 문재인 대통령이 전남 민심탐방 겸 트레킹을 한 곳이다. 당시 문 더민주당 전 대표는 들풀농원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환담하고 1박을 했다. 3,000평의 너른 정원이 있다. 한국화가이며 건축학을 전공한 주인장 선형수 화백의 눈길과 솜씨 그리고 땀이 곳곳에 스며있다.

제암산 아래 담안저수지. ⓒ이주연
전남 보성 제암산. ⓒ이주연

자연과 인공이 상생하는 들풀농원을 출발하여, 녹음을 머금은 담안저수지를 지나 젊은이들이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인나인로를 스쳐 제암산 더늠길의 명물 편백로를 지나면 전망대와 해피500로를 마주한다.

전망대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해피500로에서 땀을 식히면 자연이 주는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이어지는 햇살로는 유일하게 햇빛을 만날 수 있고, 선녀로에 다다르면, 고요한 심산구곡에서 자신과의 대화를 즐길 수 있다.

이어지는 인연로에서는 청춘남녀들이 스스로의 사랑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마지막 펜션로에서는 유럽풍의 이국적인 초현대식 펜션을 마주할 수 있다.

들풀농원을 감싸고 있는 일림산, 사자산, 제암산은 저마다 뜻이 있다.

ⓒ이주연
제암산 가는길에 설치된 나무길. ⓒ이주연

일림산은 숲이 해를 가렸다는 뜻이다. 실제로 정상에서 보면, 원시림 그대로 울창한 산림이 우거져 있다. 뿐더러 전국산악자전거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산악자전거트레킹코스 13Km는 SUB차량을 이용하여 오르내릴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다. 일림산 철쭉 군락지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사자산은 사자의 형상 때문에 명명되었다. 전설에 의하면 전남 장흥은 새끼 호랑이 형상이라고 한다. 사자가 새끼 호랑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형상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어느 현감이 장흥에 부임하여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사자의 코 부위를 없애 버렸다고 한다. 그 이후로 사자의 야생성이 사라져서 장흥이 안전하다고 하는데 그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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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산 야영장. ⓒ이주연

제암산은 임금바위산이다. 실제로 정상에 오르면, 100척 높이(30m), 장정 100명이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가 있다. 임금바위에 오르면 동쪽의 고흥 팔영산과 보성 득량만, 남쪽의 장흥 정남진과 천관산, 서쪽의 영암 월출산, 북쪽의 광주 무등산을 마주할 수 있다.

'더늠'이라는 말은 판소리 용어로 명창들이 작곡하여 자신의 장기로 부르는 대목을 일컫는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보성소리전수관에 들러 안숙선 명창과 조상현 명창의 보성소리를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전남 보성여행의 백미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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