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상설 기념공연...17일 첫 공연, 11월까지 10회 상설

1980년 5월 어머니 이야기담은 ‘애꾸눈 광대-어머님 전상서’

"애꾸눈 광대 이지현 선생님의 어머님 얘기를 들었을 때 ‘어느 날 심장이 말했다’란 글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묵직한 5․18의 이야기도 세상 사람들에게 다시 들려 드리고 싶었고 그에 못지않게 그 시대를 묵묵히 감내하시며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셨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극 연극 ‘애꾸눈 광대’가 우리 어머니의 인생사를 담은 이야기로 각색한 새로운 스토리로 오는 17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11월까지 상설순회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연극 <애꾸눈 광대> 주인공을 맡은 이세상(본명 이지현. 전 5.18부상자회장) 연극배우가 공연하고 있다. ⓒ광주문화재단 제공

‘애꾸눈 광대’는 5월 광주의 진실과 정신을 알리고자 기획된 연극으로5·18 당시 현장에서 투쟁하다 한쪽 눈을 잃은 주인공 이지현 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2013년 초연을 시작으로 5년째 진행되고 있는 상설공연으로 작년까지는 잃어버린 자식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광대 이야기를 전했다면 올해는 80년 5월을 겪은 자식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슬픈 인생사를 담았다.

이번 ‘애꾸눈 광대’ 주제는 ‘어머님 전상서’로 서울에서 방송 및 희곡작가로 활동 중인 이 지역 출신 김원민(49세. 남.)씨가 각색하고 연출은 지난 2016년에 이어 이행원(50세, 극단 크리에이티브 드라마 대표, 한국소극장협회광주지회장)씨가 맡아 서사극 형식의 연극으로 효과음악을 가미한 드라마 중심의 ‘창작곡’으로 재구성해 무대에 오른다.

‘어머님 전상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액자식 구성이다. 일제 강점기에 위안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어린 나이에 시집 온 어머니, 6‧25 때 빨치산 이라며 당한 고초, 그리고 5‧18로 인해 풍비박산 난 가족 이야기 등을 담았다.

‘어머님 전상서’는 ▲애꾸눈 광대 ‘이세상(지현)’ ▲젊은 애꾸눈 광대 ‘정이형’ ▲형사·남배우·시민군 ‘이현기’ ▲MC·동네남·주례노인·시민군 ‘노희설’ ▲광대 아내·여가수·아낙·시민군 ‘정경아’ ▲어머니 ‘강인영’ ▲인숙·여가수·행인·시민군 ‘양선영’ ▲민주·조연출·아버지·시민군 ‘김정규’씨 등 광주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출연해 수준 높은 음악과 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각색을 맡은 김원민 씨는 “어머니는 당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자식을 위해 희생하시는 분이죠. 근현대사 격동의 세월을 거쳤고, 무엇보다 가장 비극적인 80년 5월을 경험한 광주의 어머니들도 바로 그런 분들이었습니다. 이 연극을 보시고 어머니를 꼭 껴안아 드리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 이해 연출을 맡은 이행원 씨는 “한 때는 5‧18 연극을 하면 ‘또 그 이야기냐’라고 할 때가 있었다. 이번 ‘어머님 전상서’를 계기로 아버지, 동생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들을 다룬 ‘애꾸눈 광대’ 후속작이 지속적으로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빛고을아트스페이스 5층 소공연장에서 오는 17~18일 오후3시, 23~24일 오후7시30분에 빛고을아트스페이스 5층 소공연장에서 진행이 되며, 8월 23일까지 매월 넷째 주 화요일, 수요일에 10회의 상설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7월부터 11월까지 순회공연으로 광주전남지역 학교에서 10회의 공연을 선보이는 등 ‘2017 애꾸눈 광대’는 총20회 상설순회 공연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무료공연.

한편, ‘애꾸눈 광대’는 5월을 대표하는 상설 연극으로 2012년 10회, 2013년 20회, 2014년 23회, 2015년 30회, 2016년 28회를 광주는 물론 서울·부산·대구·인천·제주·전남·창원·공주·안산 등 국내 주요 도시와 일본 오사카에서 해외공연을 진행하는 등 그동안 110회를 넘는 공연을 성황리에 진행하였다.
 

‘어머님 전상서’ 작품 줄거리

위안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열다섯 나이에 시집간 어머니는 6․25땐 빨갱이로 오해받은 남편 때문에 속앓이를 했고, 80년 5월 이후엔 민주주의 운동하는 아들 때문에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평생 가난 속에서 오직 자식만을 위해 사셨던 분인데 나이 드시고 덜컥 치매까지 찾아왔다. 그러나 연극하는 아들은 전국을 떠돌았고 오매불망 자신만을 기다리는 어머님의 임종 소식도 공연 직전에 듣게 된다.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죄송함과 회한의 눈물로 아들은 그 후 평생 물속을 걷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액자식 구성이다.

애꾸눈 광대 연극을 하는 아들은 오늘도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제는 그다지 인기 없는 5․18관련 연극이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것이고 그것이 자신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아들은 오늘도 무대에 선다.

무엇보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한 약속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공연 준비를 하는데 연극을 갓 배우기 시작한 청년과 어머님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문득 어머님을 회상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와 6․25를 겪으면서 가난과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사셨던 어머니는 오직 자식 잘되기만 바라는 그런 분이었다. 당신의 청춘도 꿈도 멋도 잊으시고..아니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식의 배를 채워주는 것이 어머니의 최고 목표셨다. 그러다 운명의 5.18을 겪게 된다.

세상 물정 모르던 시골 어머니는 격동의 세월에 아들을 잃을까봐 전전긍긍하고, 당신의 아들이 남의 집 아들을 죽게 했다는 오해를 사자, 아들을 위해 하나뿐인 딸을 그 집에 시집보내게 된다. 이 때문에 어머니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비극의 수레바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보상금 문제로 남편과 다투던 딸이 허망하게 교통사고로 죽고, 아들마저 경찰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게 되는데,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의 방황을 지켜보는 것은 어머니에게 가장 잔인한 시간들이었다.

형사에게 쫓기는 아들. 죽은 딸의 제사상을 차리면서도 어머니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언젠가 아들이 말하는 사람 사는 세상이 되겠지..우리 아들도 출세하겠지..그러다 속절없이 세월은 흘렀고, 강인했던 어머니는 초라한 노파가 됐다.

그리고 기억이 사라지고, 자신의 존재마저 망각하게 된다. 세상은 끝까지 어머니에게 가시밭길이었다. 그래도 또렷하게 기억하는 유일한 것은 아들과 죽은 딸뿐.

요양원에 누워있는 어머니는 본능적으로 아들을 기다린다. 그러다 생명이 다 하는 순간 죽은 딸이 찾아와 모녀는 화해를 했고, 어머니는 모질고도 고단했고 험난했던 생을 마친다.

그렇지만 정작 그 자리에 아들은 없었다.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도 무대에 서야했던 아들은 평생의 한을 안고 어머니와 약속한다. 5․18 연극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기로. 청년과의 대화가 끝나고 애꾸눈 광대는 또다시 무대에 오른다.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이제 그가 살아가는 이유가 됐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