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37주년 5.18광주민중항쟁 연재시

정수리에 촛불을 붙입니다

김종숙


비선을 앞세워 국정을 농단할 줄 몰랐습니다. 집무실보다 관저 생활을 더 즐겨하는 줄 몰랐습니다. 머리 올리고 화장하는 일로 국정이 지체될 줄 몰랐습니다.

명명백백 진실을 밝히라는 말을 기억하며 정수리에 불을 붙입니다.
진실을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루어 져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며 정수리에 불을 붙입니다.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는 말을 기억하며 정수리에 불을 붙입니다.
생사가 경각인데 7시간 만에 나타나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아, 망연자실한 물음.
대한민국 수도 서울, 500원 행렬은 어느 먼 설국의 애기란 말입니까!

지배 권력에 가려진 헤게모니의 음모 앞에 수백만 민중이 흰 이마를 들어 혁명의 불꽃을 정수리에 지핍니다.

상여 위의
꼭두각시는
꼭두에 세워질 때
제가 가야 할 길과 제가 해야 할 일을 알고 갑니다.
꼭두가 경계인 줄 아는 까닭입니다
 

** 김종숙 시인은 2007년『사람의 깊이』로 신인상 수상, 한국작가회의회원. 광주전남작가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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