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37주년 5.18광주민중항쟁 연재시

봄소식

박관서


잔인한 봄이 오고 있다

자망그물이 펼쳐진 검은 물속에서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지 마라

잔물결 사이로 스며든 꽃샘바람이

산수유 노란 꽃망울을 후려친다

감옥을 만든 이들은 감옥에 있지 않고

감옥에 갇힌 이들은 감옥을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들의 몸은 감옥이 되었다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지 마라

우리가 믿어왔던 진실의 그물이

우리를 옥죄어 온다 광화문에서 밀양에서

진도에서 제주에서 성주에서 월선리에서

감아도 감아도 도저히 감기지 않는

눈, 눈들이 동그란 몸을 감싸 안은

촛불이 되어 밀려온다


** 박관서 시인은 1996년 계간 『삶 사회 그리고 문학』 신인추천, 1997년 제7회 윤상원문학상 수상, 시집 『철도원 일기』, 『기차 아래 사랑법』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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