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검찰, 언론

■(財)와 벌(罰)

오래전 책에서 읽은 기억이다. 사형수는 지신의 이름 부르는 것을 제일 두려워한다고 한다. 형장에서 부르는 소리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기춘을 시작으로 삼성 총수 이재용이 구속됐다. 수의를 입고 구치소에서 밤을 새우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슨 혐의로 이 지경이 됐는지 생각했을까. 현직 대통령과 함께 뇌물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했을까. 잠 못 이루는 밤을 새우며 삼성반도체에서 백혈병으로 숨진 어린 노동자 장유미를 생각했을까. 숨진 노동자를 위해 500만 원을 내민 도덕성 부재를 깨달았을까.

구속영장을 집행하며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 느낌은 어땠을까. 억만금을 주고도 저 소리만은 듣고 싶지가 않았을 것이다. 그의 구속 소식을 들으며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는가.

광주 금남로 촛불집회에 등장하 박근혜와 부역자들 감옥. ⓒ광주인

이재용은 구속됐고 국민들은 이를 재벌개혁의 시작이라고 했다. 재벌개혁의 선두주자가 된 이재용은 한국 재벌개혁 사(史)의 테이프를 끊은 영광을 갖게 됐다. 경험은 좋은 스승이다. 이제 좋은 스승을 만났으니 잘 배우고 나와야 할 것이다. 야당의 경선 후보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국민의 힘이라고 했다.

이재용이 구속되자 삼성이 망할 것처럼 보수가 아우성이다. 걱정할 거 없다. 오히려 신뢰를 회복할 것이다.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부끄러운 3대의 오명을 벗어버릴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이제 재벌개혁은 시작됐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아무리 못 된 범죄라도 교훈은 있다. 이재용 구속은 앞으로 불의한 권력과 결탁한 불의한 재벌은 결코 살아남지 못한다는 소중한 경험을 남긴 것이다.

■검(劍)은 갈아야 잘 든다.

죄 진 자가 들키지 않으면 행운이라고 할까. 죄 진 자를 알면서도 처벌하지 않는다면 누가 욕을 먹는가. 죄를 묻는 것은 법이다. 법을 집행하는 것은 법관이다. 검찰이고 판사다. 바로 사람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전에도 오를 상식이 됐다. 좋은 머리를 싸매고 열심히 공부해서 고등고시에 합격하고 판검사 된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자부심을 뒷받침해주는 공정한 법의 집행은 좋은 세상을 만드는 핵심이다.

지금 특검이 국민으로부터 칭찬을 듣는다. 김기춘·이재용을 구속하면서 이제 검찰이 제 모습을 보여준다고 박수를 친다. 당연한 검찰의 행위가 박수를 받는다면 전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국민이 그것을 알기에 박수를 치기도 하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구속된 홍만표·김기춘·이재용. 국민이 놀란다. 우병우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97년 역사의 삼성 총수가 구속되고 국민들은 이제 법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기분이 좋다. 법대로 하면 칭찬을 듣는다. 이제 검찰은 개혁이 되는가. 국민은 눈 크게 부릅뜨고 지켜본다. 박영수 윤석열 특검이 불을 지핀 검찰개혁의 싹을 검찰은 잘 지키고 키워내야 한다. 국민은 억울하지만 않으면 배 좀 고파도 참는다.

■기레기 포획과 개혁

이승만의 자유당 독재시절과 박정희 독재시절, 동아일보는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던 촛불이었다. 대학생들은 동아일보를 들고 다니며 자부심을 느꼈다. 광고 탄압을 받을 때 국민들은 백지광고를 내면서 동아일보를 지원했다. 그러나 무너졌다. 언론의 사망신고였다.

광주 금남로 촛불집회 모습. ⓒ광주인

언론인들이 뼈다귀를 쫓아다니는 개가 되었다. 땡전 뉴스가 국민의 귀를 망치고 신문은 개뼈다귀 뜯어먹은 소리로 요란했다. 언론사 사장이 장관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국영기업체의 장이 되었다. 급기야 ‘기레기’란 말을 스스럼없이 입에 담는 기자들. 일찍이 이런 적이 있었던가.

종편이 가관이다. 온종일 떠들어 대는 정치평론가들의 푸념은 야당 헐뜯기와 자기선전이다. 자신의 선거운동인가. 언론이 할 말을 하면 정치는 썩으려고 발광을 해도 안 된다.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PC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박근혜는 지금도 희희낙락 레이저만 쏘고 장관과 수석이란 자들은 코를 박고 받아쓰기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언론은 무섭다고 한다. 멀쩡한 놈도 병신 만들 수 있고 천하의 병신도 영웅을 만든다. 1990년 방송민주화 이후 공정방송의 상징이던 MBC는 지금 어떤가. 기자들은 현장에서 MBC를 말하지 못한다. 중계차는 쫓겨난다. 방송민주화의 기수를 자임하던 MBC의 기자 PD들은 쫓겨나고 제작 현장에서 밀려났다. 이들이 다시 돌아와야 한다.

KBS노조가 파업을 선언했다. MBC가 들썩인다. 법과 양심이 법관의 살아가는 이유라면 언론은 공정한 보도가 생명이다. 힘들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인가. 손석희가 종편으로 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걱정했다. 그러나 오늘의 JTBC를 보라. 시청률 1위를 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

"상식적 판단에서 옳은 일이라면 바꾸지 말자. 내가 죽을 때까지 그 원칙에서 흔들리지 말고 나가자"

손석희가 한 말이다. 개혁은 이제 무엇으로도 막지 못할 도도히 흐르는 거대한 물결이다. 이를 거역하는 자들은 어느 누구라도 물결에 휩쓸려 사라질 것이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