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온지 11개월째.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두 번의 명절, 한 번의 새해맞이도 해보고 부자 나라서 온 손님 코스프레(미얀마 사람들은 한국을 부자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여행자 코스프레도 해보고...ㅎ 1년 동안 참 다양한 경험을 하는 중이고 그 경험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터라 빨리도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기만 하는 중이다.

미얀마에 도착해 처음 맞닥뜨린 것이 40도를 오르락 거리는 어마 무시한 더위와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 했던 각종 벌레들과의 전쟁이었으니..... 나름 60년대산에 70년대 시골 섬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터라 이곳의 열악한 생활환경들이 아주 낯선 것들이 아니었음에도 미얀마 생활 초반의 그 강렬한 첫 기억들은 쉽게 잊혀 지지 않는다.

ⓒ황정아
ⓒ황정아

여행자도 아니고 이곳 주민도 아닌, 참 어정쩡한 위치의 외국인으로 생활을 하면서 또 부닥치는 여러 생활 문제들.... ‘생활인’으로 미얀마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위생(?)적인 한국의 생활 습관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만 하는데도 그것이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었으니....그럼에도 불구하고 흘러가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적응할 것은 적응하고 도저히 안되는 것은 그것대로 다른 대안을 찾는 적응력이 길러지더라는.

젤 먼저, 쓰레기를 어떻게 버릴 것인가? 가 숙제였었다. 이곳은 정부 또는 지자체 차원의 쓰레기 처리가 일원화되지 않았을 뿐더러 ‘쓰레기 처리’라는 행정 용어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주민들은 쓰레기를 모아 도로 여기저기 내다버리거나 마을 뒤 공터에 모아 소각하곤 한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벌금 물고 거리에 쓰레기 버리면 양심불량 시민이라는 계도를 받으며 살아와서인지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릴 수도, 계속 쌓아두고 살 수도 없는 딜레마들이여~~~ 친구인 싼싸네가 청소 도와주러 올 때 마다 쓰레기를 들고 가 길 옆에 대신 버려주었지만 그래도 양심의 가책은 다 지워지지 않더라는.

ⓒ황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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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바간으로 이사 온 후에는 한 달에 한번 오는 쓰레기차의 종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하지만 그나마 길 가에 버리는 것보다는 훨 나아진 상황.

대중교통이 없는 불편함~ 내가 살고 있는 바간은 흔히 생각하는 대중교통이 없다. 아니, 있기는 있다. 이름 하여 라이트 트럭버스... 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자가용 오토바이고 그 다음이 트럭버스라 할 수 있는데 외국인인 나에게 있어 이 트럭버스는 노선도 없고 시간도 정해지지 않아 지 맘대로라는...ㅜ ㅜ 읍내에 있는 미장원을 가야 하거나 가장 큰 시장인 양우 마켓을 가려면 한 시간 전부터 나와서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현지 주민들은 200원, 500원 내는 버스비를 외국인라고 꼭 1,000원을 내라고 한다. 왜 나만 천원 내느냐고 따지다가 승차거부를 당한 뒤부터 군말 없이 천원씩 내고 미얀마 아줌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만원 트럭버스를 이용한다.

ⓒ황정아
ⓒ황정아

그런데 문제는 버스가 오후 3시가 되면 끊어진다는 것. 한번은, 버스가 끊긴 뒤, 택시나 호스카를 타보려고 했더니 30불을 달라는 둥, 35불을 달라는 둥 바가지에 시달리다 결국 오토바이 드라이버인 팀장님에게 SOS쳐서 귀가하기도 했더랬다.

바간이 관광지 이다보니 ‘외국인 바가지 특가’가 예외 없이 적용되는데 고속버스를 타고 양곤을 오갈 때도 바가지 택시요금에 시달리는 것이 일상이다, 이곳 버스는 머물고 있는 곳에서 버스터미널까지 무료 픽업을 해주는데 바간에 도착했을 때 픽업은 현지인에 한한다.

현지인들은 집 앞까지 픽업을 해주지만 외국인은 무조건 택시를 타라고 한다. 나도 이곳에서 살고 있으니 주민이라고 우겨 봐도 택시 기사들과 터미널 관리인들 4~5명이 몰려와 픽업버스 승차를 막아선다. ‘에잇, 더러워서 안 탄다!’ 오기로 그 컴컴한 새벽에 (그냥 바가지 택시탈걸 내내 후회하며) 걸어, 걸어가는데 경운기 몰고 가던 친절한 아저씨가 읍내까지 태워다 준적도 있었다.
 

ⓒ황정아

흙탕물이 나오는 수돗물도 적잖은 스트레스꺼리. 여기서는 밤이고 낮이고 예고 없이 물이 공급되기 때문에 바간의 일반 주택은 커다란 물탱크를 만들어 공급되는 수돗물을 탱크에 저장해서 사용한다.

그런데 그 물탱크가 청소하기 어려운 구조인데다 탱크 뚜껑이 반개방 상태다보니 먼지며 각종 벌레며 심하면 물뱀까지도 서식한다는...ㅜ 탱크에 있는 수돗물을 받아보면 희뿌연 회색빛을 띤다.

더구나 우기가 시작되어 에야워디강이 범람하는 시기의 물은 흙탕물! 그 자체였으니. 목욕탕 바닥에 모래가 쌓이고 설거지한 그릇에 말라붙은 누런 흙탕물 자국들. 그래도 어쩌랴~ 그 물을 생활용수로 쓸 수 밖에 없지만 물로 인해 생기는 여러 질병들을 예방하기 위해 양치나 마지막 헹굼 물은 생수를(실은 지하수)이용한다.

이 생수의 가격이 20L 한 통에 300원이니(생수통에 핀 물곰팡이 등을 봤을 때 이 생수의 위생도 신뢰할 수 없음)비용 부담이 크지는 않지만 이 물을 음용하고 있는 이곳 주민들이 보기에 생수로 양치하고 설거지하는 외국인이 얼마나 고까울까 싶기도 하다.

곳곳서 출몰하는 뱀 공포. 일욜 오후, 자전거타고 가다 도로에 가로 놓여 있던 긴 막대기가 갑자기 꿈틀거리며 지그재그로 움직일 때의 그 느낌을 아시는가!! 진짜 ‘엄마야~’하는 외마디가 절로 나오는 상황.

ⓒ황정아

비오는 저녁, 축축해진 주택가 모래 골목길을 손전등 들고 걷다 뭐가 움직여서 비춰보면 꾸물꾸물 기어가는 뱀, 사용 안 하는 사무실 옆 화장실 갔다 뭐가 지나가는 것 같아 뭔가 하고 쳐다보면 또 뱀, 무심코 대문 쳐다보다 얼결에 봐 버린, 가느다란 대문 쇠 기둥을 타고 지나다니는 뱀, 집 뒤쪽 베란다에서 바람 쐬다 본, 꼬리를 살랑거리며 유유히 산책하는 뱀...뱀들..., 뿐인가, 자전거 타고 다니다보면 곳곳서 목격되는 로드 킬 당한 뱀들의 사체.... ‘오염되지 않은 모래 청정지역’이라 그런지 뱀들이 참 많기도 하다.

그래도 집안에서 다시 뱀을 맞닥뜨리는 건 절대 사절이라 곳곳에 뱀이 싫어한다는 백반을 듬뿍도 흩뿌려 두었지만 집안 어딘가, 근처 어딘가에 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항상적으로 갖고 살고 있는 중....ㅜ ㅜ

병원...은 스트레스라기보다 (오지)병원 체험 같은 느낌이랄까? 자전거 타다 크게 넘어져서 손목 골절로 두 달 정도 깁스를 했었다. 미얀마의 의료시설 역시 열악하다는 것을 자료로만 대충 보고 있다 실제로 병원을 가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양우 병원은 나름 200병상을 자랑하는 큰 규모(?)의 공립병원이다.

지금은 한국서 보기 어려운 하얀 캡을 쓰고 빨간색 론지(미얀마 전통 의상인 긴 치마)를 입고 진료하고 있는 간호사 언니들, 병원 마당에 돗자리 깔고 생활하고 있는 환자 보호자들의 모습도 신기방기... 작동이 될까 싶어 보이는 기계로 X-레이를 찍고 깁스한 것까진 일단 통과.

깁스 풀던 날, 깁스를 풀기 위한 도구로 실톱, 가위, 펜치가 동원되고 실톱으로 쓱싹쓱싹 깁스를 자르는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톱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있으면 얼른 얘기하라는 친절한 말씀엔 그저 웃지요....

병원 체험후, 양우 병원에 깁스 푸는 의료기기 후원 해 주실 천사가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새 소망이 생겼다. ㅎ ㅎ

현대식, 아니 서구식 생활 방식이 익숙해져서인지 어렸을때 많이 겪었음직한 생활들이 불편하고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 맞기는 한데 이런 생활 여건들이 건강 또는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해서,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존엄한 삶을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 공적개발원조이고 이것을 지지, 지원하는 것이 국제사회가 이행해야 하는 도덕적 책무라는 것을 상기 했을때, 최근 최순실 일당의 미얀마 ODA 공적자금을 노린 사기 미수(?) 행각은 벼룩이 간을 꺼내먹고도 남을, 죽일 것들이라는 욕이 절로 나온다.

저 몰염치하고 철면피한 ‘염병할 것들’에겐 따뜻한 난방이 되는 교도소조차도 사치다. 수시로 뱀이 출몰하고 벌건 흙탕물에, 쓰레기를 잔뜩 쌓아 놓은 감옥에서 지내게 하는 것이 저것들이 한 짓에 대한 상응한 대가이지 않을까 싶은 과격한 생각을 해본다.

** 황정아 전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올해 3월부터 세계3대 불교유적지 중 한 곳인 미얀마 만달레이주 바간 타운십에서 1년 기한으로 한국엔지오 소속으로 현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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