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집밥’으로 ‘청년의 꿈’ 응원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걸까.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밥을 나누는 사이라면 어떨까.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또 누구인가. 소중한 밥 한끼를 만들어 기꺼이 봉사하는 엄마들이 있다. 밥은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힘이자 꿈을 이어가는 지혜이기 때문이다.

ⓒ광주 속삭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근의 일명 ‘청년식당’인 빛고을 자연사찰 음식체험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엄마의 마음으로, 엄마의 손길로 음식을 만들어 나누고 있다. 

엄마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따뜻한 ‘집밥’을 청년학생들에게 먹여주고 싶어서다. 청년식당의 작은 기억을 사회에 전파했으면 하는 바람도 스며있다.

청년식당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 5시가 되면 자연스럽게 청년학생들이 모여든다. 청년학생들은 주로 인근 광주 동구 대의동 고시원이나 학원가에서 공부하는 청춘들이다.

ⓒ광주 속삭임

대의동 일대는 새로운 출발을 위해 학원과 고시원에서 청춘을 보내는 청년들의 고단함이 배어 있는 공간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부터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을 찾는 대학생들, 그리고 학비를 마련하려는 아르바이트 학생들까지 다양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로 가득하다.

청년식당에서는 고단한 일상에 지친 청년학생들에게 엄마의 정성이 가득한 ‘집밥’을 무료로 나누고 있다. 입소문이 나서인지 친구가 친구를 불러와 80여 명에서 최대 120여 명의 20대에서 30대 정도의 청년학생들이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은 청년학생들은 감사의 미소로 밥값을 대신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청년식당을 이용하는 청년학생들이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기를 반복한다. 입시가 끝나거나 공무원 시험 등이 끝나면 저녁밥을 먹는 청년학생들의 숫자가 일시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험 끝나고 나면 청년학생들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데, 시험 잘 봤다는 의미로 생각해요. 계속 나오면 곤란하죠(웃음).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했거나 뭔가 좋은 일이 있어서 학원과 고시원이 모여 있는 대의동 일대를 떠났다는 이야기니까요.”

청년식당을 운영하는 (사)자비신행회 김영섭(46) 사무처장이 활짝 웃는다. 청년식당은 매주 수요일엔 무등산 증심사 엄마봉사팀이, 목요일엔 정안사 엄마봉사팀이 저녁봉사를 하고 있다. 

엄마 봉사자들의 음식 만드는 솜씨가 전라도 말로 ‘기가 막히’다.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고 천연재료로 만드는 음식은 ‘집밥’ 그대로다. 솜씨 좋은 엄마들이 모여 꾸준하게 저녁봉사를 하기 때문에 새댁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할 정도다.

ⓒ광주 속삭임

“한 친구 부인이 3년 동안 저녁봉사를 했는데, 왜 음식 솜씨가 안 느냐는 남편의 말에 ‘나 사실은 끝날 무렵에 겨우 칼 몇 번 잡아 봤어’라고 말했다고 해요. 그만큼 음식 솜씨가 좋고 연륜 있는 엄마들이 많기 때문에 새댁이 직접 음식을 만들 기회가 없었던 거죠.”

밥과 국, 반찬, 그리고 저녁을 먹은 후에 먹는 음료까지 엄마 봉사자들은 마치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듯 청년식당에서 금세 만들어 낸다.

음식에 곁들여 지는 것은 엄마들의 환한 웃음과 정성스런 마음까지 보태진다. ‘나의 아들에게, 나의 딸에게’ 저녁밥을 주듯이 따뜻한 밥을 먹고 마음을 가다듬어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우려는 마음에서다. 마음속엔 항상 엄마의 마음이, 사랑이 함께 들어 있기도 하다.  

청년식당 어느 한 저녁의 주 메뉴는 제육볶음이다. 음식 테이블에 꽃처럼 예쁘게 넣어 상추를 꽂은 투명한 컵이 말 그대로 꽃병이 되더니 이어서 음식을 든 엄마들이 등장한다. 

ⓒ광주 속삭임

상추와 김치, 여러 가지 나물, 떡을 놓고 저녁 5시가 되자 김이 오르는 제육볶음이 테이블 한 가운데 놓인다. 화룡점정이다. 음식을 만들었던 엄마 봉사자들은 서서 대기 중이다. 떨어진 음식을 다시 가져다 놓기 위해서다. 

청년학생들이 접시에 담는 음식은 여느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엄마의 집밥’으로, 청년들의 ‘꿈을 실현하는 힘이 되고 보약’이 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누구든지 지역 사회로부터 알게 모르게 무엇인가를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더불어 함께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며 모인 엄마들의 작은 손길이 지역의 청년학생을, 나아가 광주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062)234-0090. 광주시 동구 서석로85번길 8-12(대의동)

** 윗 글은 광주광역시가 발행하는 잡지 <광주속삭임> 2016년 겨울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