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촛불 詩' 연재

어제까지 우리들은 당신들의 블랙리스트였다.
오늘부터 당신들은 우리들의 블랙리스트가 되었다.

2세 족벌 여제(女帝)와 귀족들의 청와제약 주식회사
다들 약에 취해 그네를 타고 다른 별에 살고 있었다.

세월호에 갇힌 아이들이 손톱이 빠져가며 창문을 두드리고 있을 때
당신들은 손톱에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을 색칠하고 있었지. 

촌로의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휴지처럼 아스팔트에 뒹굴 때
파란 집 앞마당 잔디밭에 재롱떨던 진돗개를 끌어안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었지.

당신들의 광장에 파도처럼 일렁이는 촛불이
당신들의 아침을 깨우는 여명으로 착각하고 있었을 게다.

축제의 뒤끝은 허망하다.
당신들의 손에 쥔 인형극 놀이 줄을 놓는 순간까지도
로마 멸망의 서곡을 몰랐을 게다.

어리석은 여제(女帝)
외세에 한없이 비굴한 청와제약 주식회사
경영권 암투에 사생결단 혈투를 벌이는 동안
우리들은 불의 전설을 암송하며 촛불의 심지를 꼬고 있었지.

꿈꾸지 마라.
당신들을 위한 호시절은 없을 것이니
두 번 다시는 세상 밖으로 싹을 틔우지 않기를
땅 속 깊이 영영 깨어나지 못할 퇴적층으로 남아 있기를.

당신들은 우리와 다른 먼 행성의 외계인
처음부터 당신들과 우리들은 같은 별에서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이었다네.

당신들은 우리들의 감시 안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할 블랙리스트가 되었다.

ⓒ광주인

 ** 박기복 감독은 1962년 전남 화순 출신. 진흥고.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1991년). 1990년 전남대학교 오월문학상 시 부문<애인아 외 1편> 우수작 당선. 199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희곡 <추억의 산 그림자> 당선. 1995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우수상.
2003년 영화 <강아지 죽는다> 각본. 2010년 한일공동영화 <피그말리온의 사랑> 각본, . 2013년 광주문화정보산업진흥원 시나리오 <시절> 우수상. 현재 영화사 <무당벌레 필림> 대표. 현재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촬영 중(http://www.film51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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