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촛불 詩' 연재

헛되이
김정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
일곱 시간 동안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가
주름살 제거 수술하고 있었던
굿하고 있었던가
연애하고 있었던가
그 여자의 사생활은 관심 없지만,
아무래도 딴 짓하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한데…
일곱 시간의 행적을 숨기려고
해경을 해체했던가
개성공단을 폐쇄했던가
통합진보당을 해산했던가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내몰았던가
평화와 생명의 사람, 백남기 농민을 죽였던가
한반도를 핵 전쟁터로 만들 사드를 설치하기로 했던가
한일 종군위안부협상을 타결했던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했던가
사이비 교주 최태민에게 몸과 마음이 지배되어
사악한 최순실과 국정을 농단한 그녀,
혼이 비정상이고 수준이 함량미달이여서
이미 통치자 자격을 박탈한 우리에게는
대통령이 아니고 범법자일 뿐인 그녀,
지금이 권자에서 내려와
남은 우정을 최순실과 나눌 감옥으로 가야 할 적기임을
세 살 먹은 아이도 아는데 혼자만 모르는
그녀를 보면서, 내가
이르려고 시인 했던가 자괴감이 들어 괴로운데,
연산군 때 임희재가
진시황의 말로를 보며 노래한 시가 떠오른다
“재앙이 담장 안에서 일어나는 줄도 모르고
오랑캐 막는다고 헛되이 만리장성을 쌓았네.”

 










김정원님은 전남 담양 출생. 2006년 <애지> 등단. 시집 <국수는 내가 살게> 외. 한빛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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