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촛불 詩' 연재

민초들이여, 분연히 궐기하라
김선태
 

분노의 가을비가 내리는 오늘
바야흐로 한국의 정치는
저 50년 전 5공 시절로 되돌아갔다
박정희의 망령이 아직도
여전히 한반도를 떠돌고 있다.

어쩌자고 독재자의 무능한 딸이
또다시 권력을 틀어쥐고 있으며
어쩌자고 사악한 일개 무당의 딸이
국정을 마음대로 농락하며
그 위에서 광란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가.

치욕스러운 2016년 가을
단풍이 지기도 전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고사했다
피와 땀으로 어렵게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생매장됐다
더 이상 대한민국은 나라가 아니다.

아, 슬프도다 민초들이여
이 땅의 백성으로 사는 일이
어찌 이리도 비통하다는 말인가
무슨 죄가 이리도 많아
이토록 참혹한 세월을 견뎌야 한단 말인가
문장 한 줄도 쓰지 못하는 여자를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뽑았단 말인가
정말 이러려고 우리가 백성이 되었나
한없이 자괴감이 들고 괴로울 뿐이다.

부끄럽도다, 민초들이여
그간 우리는 얼마나 무기력했던가
역사의 퇴보를 지켜만 보며
얼마나 침묵으로 일관했던가
고통과 절망 속에 신음하며
이 치욕의 세월을 건너왔는가.

민초들이여, 민초들이여
이제는 더 이상 참지 말자
저 4·19와 5·18 때처럼
분연히 떨치고 일어서
최순실에겐 사약을
박근혜에겐 퇴진을 외치자
다시는 이런 치욕스러운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세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박정희의 망령을 확실히 몰아내고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우리 모두 분연히 궐기하자.

궐기하자!
 












1960년 전남 강진 출생.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와 <현대문학> 등단. 시집 <간이역> <작은 엽서> <동백숲에 길을 묻다> <살구꽃이 돌아왔다> <그늘의 깊이> 등. 평론집 <풍경과 성찰의 언어> <진정성의 시학> 등. 중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미래엔), 고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천재교육), 고등학교 문학교과서(비상)에 시 3편 수록. 영랑시문학상, 전라남도문화상 등 수상. 현재 목포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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