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세월오월’ 전시 철회, 김종 차관 전화 영향”

김종 문체부 1차관, 베이징 머물던 윤 시장에 전화
윤 시장 “시정 처한 현실 정면돌파 못해 부끄럽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지난 2014년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 작품 전시 불가 결정을 내린 데에는 당시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의 전화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시장은 14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홍 화백의 세월오월 작품 전시 무산 논란과 관련해 “당시 김종 문체부 제1차관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의 전화는 2014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한 달 여 앞둔 8월 초순께 걸려왔다. 당시 윤 시장은 정율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중국 베이징 베이징세기극원에서 열린 ‘2014 한·중 문화교류의 밤’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이었다.

윤 시장은 “김종 차관의 전화는 (내가) 베이징에 머물 당시 실무진을 거쳐 걸려 왔다”며 “(김 전 차관 측에서) 비엔날레 특별전에도 예산이 들어가는데 과연 (세월오월 전시가)적절한지 여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 부서에도 몇 번의 전화가 걸려왔다. 국비 예산 확보와 국제행사인 유니버시아드대회 등을 앞두고 차관과의 통화, 담당 부서로의 전화 연락 등은 결국 ‘전시 철회’에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시민시장 취임 첫 해 비엔날레와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 국제행사와 현안예산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윤 시장이 문체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윤 시장은 “개인적으로 ‘문화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게 대원칙이지만, 당시 시장으로서는 여러 상황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치인으로서 내야 할 목소리는 피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살림’을 맡은 사람으로서 중심에 둔 것은 사실상 정무적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꿰뚫어보는 홍 화백의 작업 정신을 존경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작품을 당당히 내거는 등 시정이 처한 여러 현안을 정면돌파하지 못한 게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월오월 작품은 가로 10.5m, 세로 2.5m의 대형 걸개그림으로 5·18 시민군 등이 침몰한 ‘세월호’를 인양하는 모습이 담겨 있고 한켠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묘사됐다.

당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당시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 등이 웃고 있는 모습도 담았다.

시는 애초 이 작품에 대해 특별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갑자기 8월6일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홍 화백의 작품은 대통령을 희화화 하는 등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며 광주비엔날레재단에 특별전 작품 제외와 홍 화백을 특별전 참여작가에서 해촉하라고 지시했다.

홍 화백은 이후 박 대통령 모습을 ‘허수아비’에서 ‘닭’ 형상으로 바꿔 다시 출품했으나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전시를 유보했고 작가들은 결국 8월24일 작품을 자진철거했으며, 지역 미술계는 윤 시장과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의 사과와 함께 사퇴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