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자택 방문 감사 … 정권교체 힘 합치자”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세상을 제대로 바꿀 수 있는 기회”

“만난다는 기약도 없이 광주에서 그 먼 양산까지 찾아와 주신 게 저로서는 고맙고 큰 격려가 됐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경남 양산 자택을 아무런 사전 연락 없이 ‘급습(?)’한 광주시민들을 광주에서 다시 만났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음식점에서 광주시민 ‘양산방문팀’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광주인

문 전 대표는 지난 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음식점에서 광주시민 ‘양산방문팀’과 모임을 가졌다. 이날 모임은 지난 5월29일 문재인 전 대표를 만나겠다며 무작정 경남 양산 자택을 찾은 광주시민들을 만나고 싶다는 문 전 대표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문 전 대표는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일을 맞아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찾았다가 이날 나주 학생독립운동기념관 등 방문을 마치고 광주로 올라와 시민들을 만났다.

‘무작정 방문’을 주도했던 김진태씨와 ‘문 전 대표가 광주 오면 막걸리라도 대접하겠다’던 '토방' 식당 주인 김덕심씨 등 ‘그날 양산’의 주인공들과 당시 미처 참여하지 못해 아쉬워하던 시민 50여명이 함께 했다.

오후 8시께 문 전 대표가 음식점에 들어서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문재인”을 환호했다. 문 전 대표는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음식점에서 광주시민 ‘양산방문팀’과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광주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음식점에서 광주시민 ‘양산방문팀’과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광주인

인사를 마친 문 전 대표는 “지난 5월에 광주에서 저희 집까지 와 주셔서 정말 고마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마흔 몇 분 되는 분들이 버스를 한 대 대절해 오셨는데, 한분 한분 다 제가 모르는 분들이었습니다. 저한테 사전에 아무 연락 없이 그냥 무데뽀로, 만날 수 있다는 기약도 없이 찾아오신 거였죠.”

당시 광주시민 40여명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에 참배하러 가는 길에 문 전 대표의 양산 자택에 들르자고 뜻을 모으고 무작정 양산으로 향했다.

이들은 문 전 대표의 양산 자택까지 찾아갔으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민들은 대문에 간단한 격려 글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다음 행선지인 통도사로 향하던 중 문 전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때 제가 성당 미사를 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까 그 사이에 다녀가시면서 집 대문에 각자 스티커를 붙여놓고 가셨어요. 격려해주신 것도 있고 덕담도 있고 조언해주신 것도 있는데 그 가운데 한 분, 김진태 사장님이 스티커에 전화번호를 적어놓으셨어요. 그래서 전화를 걸었더니 통도사로 가셨다고 해서 제가 급히 차를 몰고 통도사로 가서 통도사 주차장에서 만났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음식점에서 광주시민 ‘양산방문팀’과 만나 막걸리를 따르고 있다. ⓒ광주인

문 전 대표는 “만난다는 기약도 없이 광주에서 그 먼 양산까지 찾아와 주신 게 고맙고 큰 격려가 됐다”며 “제가 광주에 오면 거꾸로 제가 찾아뵈야겠다, 그렇게 속으로 다짐을 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오늘 그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은 그때 그 고마움에 대해 감사 인사를 드리고 광주에서 먼 길을 오셨는데도 통도사 주차장에서 짧은 시간 만났기 때문에 많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며 “그때 못다 하셨던 말씀을 마저 듣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박 대통령 하야,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빠르게 변하는 정국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제가 바라는 건 딱 하나 정권교체”라고 강조했다.

“정말로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위기죠. 지금이 위기 상황인데 위기를 제대로 잘 넘기기만 한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저는 두 가지 면에서 아주 중대한 기회라 생각하는데, 하나는 정권교체 할 수 있는 기회, 두 번째는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교체 후에 정말 세상을 제대로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음식점에서 광주시민 ‘양산방문팀’과 만나 막걸리잔을 부딪히고 있다. ⓒ광주인

문 전 대표는 “세상을 바꾸고 개혁하는 건 뜻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 민심과 함께 가야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개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 끝까지 치솟은 상황이고 우리 사회를 좀 더 정상적인 나라, 공공성이 바로 서고 상식과 원칙이 바로 서는, 정의가 있는 세상으로 근본적으로 바꿔야겠다는 데 대한 국민들의 공감들이 한데 모아져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정권교체만 이뤄낸다면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께서 못다 이룬 꿈에 더해 정말 세상을 크게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그 길에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는 말씀 드리고 좋은 말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인사말이 끝나고 문 전 대표는 시민들에게 막걸리를 따라주며 ‘정권을 교체해 다함께 세상을 바꾸자’는 뜻을 담아 “더불어 정권교체”라는 말로 건배사도 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음식점에서 광주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광주인

문 전 대표는 일일이 테이블을 돌며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무작정 양산 방문’ 이후 자택 대문이 유명해진 에피소드도 전하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광주시민들이 양산 다녀간 이후에 우리집 대문이 유명해졌어요. 그때 다녀가신 게 인터넷으로 알려지면서 많이 오신 건 아니지만 한두 분씩, 몇 분식 연락 없이 오셨는데요. 어떤 분은 만나기도 하고 못 만나고 가기도 하셨는데 와서는 다들 대문을 배경 삼아서 사진 찍고 올리는 바람에 대문이 유명해졌어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분통에는 “나라를 바로세워야 한다”는 말로 화답했다.

한 시민은 “지금은 원칙이 없고 정의가 사라졌다. 내가 사랑하는 내 나라가 얼마나 우습게 됐는지, 정권교체가 안 되면 다른 모습이 또 벌어지겠구나 하는 걱정이 된다”며 “깨끗이 하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그런데 (박 대통령이) 그런 정상적인 판단이 없는 것 같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며 “총리인사 발표도 그렇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꼴인데 그런 인식이 없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대한민국을 바로세울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는 그동안 과거 청산할 수 있는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 해방 후 친일 청산을 확실히 못한 것과 6월 항쟁 이후 독재 청산을 못한 것”이라며 “이번에 정권교체가 된다면 제대로 잘못된 것에 대해 평가하고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음식점에서 양산 자택 방문단을 추진했던 김진태씨에게 막걸리를 받고 있다. ⓒ광주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음식점에서 광주시민 ‘양산방문팀’과 만난 가운데 시민들의 휴대전화에 사인을 하고 있다. ⓒ광주인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열아홉 살이었다는 한 시민이 당시를 회상하며 “힘들다”고 하자 문 전 대표는 “저도 개인사적으로 따지면 1974년 처음 유신반대 시위로 잡혀들어갔다”며 “이후 40년 동안 세상이 얼마나 많이 달라졌냐를 생각하면 정말로 탄식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한 때는 달라졌다. 우리가 바꿔놓았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런 시기가 꿈들처럼 지나가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버렸다”며 “지금 다시 우리가 6월항쟁 그때의 심정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시간여 걸친 모임은 오후 9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시민들은 “우리 사회가 너무 암울하다. 꼭 세상을 바꿔 달라”고 주문했고 문 전 대표는 손을 들어 화답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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