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금남로서 노제…3000여명 마지막길 배웅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317일 만에 숨진 ‘생명과 평화 일꾼’ 고 백남기 농민의 민주사회장 노제가 6일 오후 광주 금남로에서 엄수됐다.

광주·전남지역 농민들과 시민사회단체, 정치인, 시민, 학생 등 3000여명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6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생명과 평화 일꾼’ 고 백남기 농민 민주사회장 노제에서 고인의 막내딸 백민주화씨가 유족을 대표해 인사를 하고 있다. ⓒ광주인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317일 만에 숨진 ‘생명과 평화 일꾼’ 고 백남기 농민의 민주사회장 노제가 6일 오후 광주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인

금남로 노제는 민중의례와 연보낭독, 조사와 조가, 유가족 인사, 씻김굿, 조가, 운구행진 순으로 진행했다.

문경식 고 백남기 농민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조사를 통해 “고인을 살인 물대포로 쓰러뜨린 뒤 제대로 된 수사도, 단 한마디의 값싼 사과도, 책임자 처벌도 거부한 채, 오히려 고인이 돌아가시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사인 조작용 부검을 강행하려던 살인정권은 이제 분노한 국민의 총궐기로 붕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고귀한 삶이, 억센 신념과 투쟁이, 모든 국민을 또 다른 백남기로 일으켜 세워 지금의 위대한 항쟁의 길을 열어주신 것”이라며 “이제 살아있는 저희들이 어르신이 주신 유산을 계승해 있는 힘을 다해 살인 정권을 몰아내고 책임자들을 남김없이 처벌해 이 땅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임추섭 백남기농민 광주투쟁본부 상임공동대표는 “고인은 1980년 한강 도하투쟁, 그 이후 민주화투쟁에 헌신했으나 한 번도 자신이 직접 그런 사실들을 얘기하지 않았다”며 “꽹과리를 들고 활짝 웃는 모습에서 고인의 성품을 알 수가 있다. 이제 우리가 생명과 평화의 일꾼이었던 고인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고인과 광주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고인은 동기들보다 두 살 많은 형으로 평생을 정의와 공의,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꿈꾸며 올곧게 살아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꿈을 물대포로 정조준해 죽이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는 권력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며 “형, 지금쯤 땀 흘려 농사짓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에 도착하셨습니까?, 이젠 모두 내려놓고 땅을 자식처럼 사랑하던 그 모습으로 돌아가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안타까워했다.

6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생명과 평화 일꾼’ 고 백남기 농민 민주사회장 노제에서 광주전남교육문화원 솟터 회원들이 씻김굿을 하고 있다. ⓒ광주인

국제식품연맹 아태지역위원회 히다얏 그린필드 사무총장은 “백씨에 대한 애도를 표하기 위해 왔다. 그 날 백남기 농민이 서울에서 외쳤던 것은 농민 전체를 대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조직이 25개국 언어로 고인의 죽음과 여러분의 투쟁을 전 세계에 알려 국제적 문제로 확대해 백씨의 목소리를 정부가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막내딸 백민주화씨는 아들과 함께 노제 단상에 올라 유족인사를 전했다.

백씨는 “작년 11월14일 아버지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신 뒤 단 한 번도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계시다가 317일 만에 돌아가셨다”며 “우리 가족들은 그 기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사실 마음껏 슬퍼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슬퍼하는 와중에도 저희는 걱정하고 불안에 떨고 무서워하고, 분노해야 했지만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그 시간을 다 이겨내고 부검이라는 끔찍한 현실에서 아버지를 구해내 오늘 이렇게 아버지께서 고향에 돌아오실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백씨는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아버지 가는 마지막 길, 마지막 날을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아들과 함께 농민가를 불렀고 참석한 문상객들은 함께 합창했다.

노제가 끝나고 운구행렬은 금남로4가와 대인시장, 계림오거리, 서방시장을 거쳐 광주 북구 망월동 5·18 구묘역으로 향했다.

풍물패 길놀이와 ‘박근혜 퇴진’이 적힌 대형 깃발을 선두로 운구차량과 유족들이 뒤를 이었고 ‘국가폭력 끝장내자’ ‘특검을 실시하라’ ‘살인 정권 물러나라’ 등이 적힌 만장 40여개가 행렬을 감쌌다.

‘국정농단 민생파탄 박근혜 퇴진’ 등이 적힌 플래카드와 깃발을 든 2000여명의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뒤를 이었다.

서방시장에 도착한 시민들은 도로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망월 구묘역으로 향하는 운구차량을 마지막 배웅했다.

고인은 이날 오후 5시께 광주 북구 망월동 5·18 구묘역에 안장돼 영면에 들었다.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317일 만에 숨진 ‘생명과 평화 일꾼’ 고 백남기 농민의 민주사회장 노제가 끝나고 운구행진을 하고 있다. ⓒ광주인
6일 오후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생명과 평화 일꾼’ 고 백남기 농민의 민주사회장 노제가 끝나고 운구행렬이 동구 계림동을 지나고있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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