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시간에 대한 ‘새김’... 11월4일부터 23일까지
롯데갤러리 올해 창작지원전 2부 작가로 서영실씨 초대

 

롯데갤러리 광주점에서는 2016년 창작지원전의 두 번째 작가로 서영실 작가(32세)를 초대한다. 광주 전남 지역 출신 혹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술인의 전시지원을 목적으로 개최되는 롯데갤러리 창작지원전은 개관 이후 17년 동안 진행되고 있다.

올해 지원전의 두 번째 초대작가로 선정된 서영실은 화폭 위에 아크릴 물감을 켜켜이 쌓아 올린 뒤 조각도로 파내고 깎아내는 독특한 회화작업으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전시는 11월 4일부터 23일까지 20일 간 진행되며, 문명의 발전 속 사라져가는 동물의 이미지를 담은 작업들과 함께 현대 사회의 급속한 변화 속에 쇠락해 가는 골목길의 이미지를 투영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서영실 작업의 중심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라져 가는 것들’이다. 화폭에 등장하는 야생동물도 그 이야기의 일환으로, 작가는 생존에 치열한 동물의 모습과 현대인의 삶을 동일선상에 놓았다. 끊임없는 발전을 위시한 현대문명이 동물이든 사람이든 각각의 터전을 변화시킨다는 데에, 작가는 주목한다.

한편, 앞서 언급한 작업의 매커니즘은 생성과 파괴를 반복하는 시간의 층위를 반영하듯, 겹겹의 물감층에서 비롯된다. 7-8가지의 색으로 구성된 물감층은 레이어별로 동일색상이 아닌 원색과 보색 등 서로 상치되는 색감으로 형성된다.

적당히 굳은 물감을 깎아내어 대상을 드러냄으로써 단순히 파는 행위 이상의 ‘새김’을 시도하는 작업과정은, 파괴와 재생산이라는 협의적 메시지, 그리고 생과 사의 순환이라는 광의적 내용을 더불어 함축한다.

작가는 본인의 작업과 관련하여 “원주민이었던 동물들이 떠나는 모양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단면이기도 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수많은 외압에 의해 고향을 떠나가거나, 살고 있던 동네를 떠난다. 끈임 없는 유목생활, 그 끝에 문명의 이기가 풍경을 변화시킨다. 과거의 풍경을 기록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사라져가는 풍경과 동물 그리고 인간이 많이 닮아 있다는 점을 인지했다” 고 서술한다.

서영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작업의 과정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드로잉과 함께, 작품의 부산물인 물감의 파편들을 한 데 응축한 또 다른 입체작업들도 함께 선보인다. 작업의 시작과 끝, 그리고 현재를 자연스럽게 제시함으로써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논고를 더욱 강조한다.

모든 살아 숨 쉬는 이들의 ‘살아온 날’들은 그것이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산물이든 삶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사회의 동력도 삶의 기준도 많이 변화한 것 같지만, 정작 우리의 속사람은 큰 변화가 없기에 사라져가는 것들을 더욱 아쉬워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찌 보면 서영실 작가가 그려내는 ‘너머의 풍경’이란 세상살이에서 쉬이 변하지 않는 우리네 삶의 풍경일 터이다. 한 해를 되돌아보는 연말, 이번 전시가 각자의 일상 안에서 쉬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한다.
/글. 사진: 롯데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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